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이야기 연극 ‘봉선화Ⅲ’
광주서 해외 첫 공연…관객 600여명 관람

 

24일 오후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극장에 열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봉선화Ⅲ‘를 마친 후 강기정 광주시장과 연기자 등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봉선화Ⅲ’가 24일 오후 3시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날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역할을 맡은 무토 요코(59)는 공연이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속아 조선의 소녀들은 노예처럼 일을 했다. 이는 어느 나라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무토 요코는 2003년 첫 작품 ’봉선화‘에서 양금덕 할머니를 꾀어 일본 군수공장에 가게 했던 담임교사 역할을 맡으면서 근로정신대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당시 연극을 관람한 양금덕 할머니는 공연이 끝난 뒤 무토 요코와 곤도 헌병 대장을 연기한 배우에게 “당신들 때문에 내 인생이 뒤엉키고 불행해졌다”면서 화를 냈다고.

무토 요코는 “곤도 대장 역을 한 배우는 무릎을 꿇고 빌었지만 난 ’그저 연기였을 뿐‘이라는 생각에 진심으로 사죄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의 내 모습이 미쓰비시와 일본 정부의 모습 같다. 그냥 다 지나간 역사니까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가는 실태가 부끄럽고 창피했다”며 “오늘 양금덕 할머니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하면서 꼭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감독이자 나고야소송지원회 다카하시 히로시 역할을 맡은 나카 토시오(74)는 “이 무대가 인생 최고의 무대였고 앞으로도 없을 큰 무대”라고 소감을 전했다.

일본에서 공연하면서 일본인 관객을 상대할 때와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할 때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카 토시오는 “겉보기에는 일본 사회가 잘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적 사실과 사건을 깊이 이해하면 일본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공연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일본에서 봉선화 공연을 하고 싶어도 공연장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도쿄 공연장을 지인을 통해 겨우 잡았는데 올해도 어렵고, 내년에야 가능할 것 같다”며 “일본 공연을 목표로 지금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카 토시오는 “우리 양금덕 할머니는 기개를 절대 굽히지 않는 그런 분”이라며 “저희들도, 일본의 나고야의 시민도, 광주 시민들도 함께할 것이다.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봉선화Ⅲ는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인권유린 실태와 기나 긴 명예회복 투쟁을 정면으로 다룬 연극이다.

‘나고야 미쓰비시·조선 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과 연극단체 ‘아이치·현민의 손에 의한 평화를 바라는 연극모임’ 등 2개 단체가 합작해 만들었다.

1999년 3월 1일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후 다툼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2003년 일본 사회에 근로정신대 문제 실상을 알리는 한편, 인권회복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제작됐다.

2003년 나고야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 뒤 2022년 9월 나고야공회당에서 두 번째 무대에 올라 이틀 간 약 900여명이 관람했다.

이번 광주 공연은 세 번째이자 첫 해외 공연으로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에 참여한 원고와 유족들을 비롯해 600여명이 연극을 관람했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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