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크기에 맞춰 ‘평수’ 넓혀 새집 ‘이사’ 재미 쏠쏠
단풍나무·신갈나무·벚나무 등
잎 두장 붙여 땅콩모양 집 지어
완성된 집을 또 다른 잎에 붙여

애벌레, 적갈색 머리와 가슴 줄무늬
어른벌레, 주황색 무늬·광택‘반짝’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167] 깜둥이수염나방
 

 

깜둥이수염나방(2015년 2월 4일)
깜둥이수염나방(2015년 2월 4일)

몸이 더 자라면 잎을 더 크게 잘라 새 집을 만들고, 집 옆에 있는 굵은 잎맥만 남긴채 먹고 사는 애벌레가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자연과 동화돼 오래 진화해 온 여러 생물들이 존재하는데 나방의 애벌레들도 역시 그렇다. 은신처를 만들고 그 속에서 먹이식물을 먹거나, 들락거리며 주변의 먹이를 먹는다.

곤충분류가 어른벌레 형태를 기준으로 삼아 이뤄졌기 때문에 애벌레 시기의 곤충을 알아 보기는 정말 어렵다. 특히 나방은 종류가 많아 다양한 애벌레가 존재하지만 어떤 나방의 애벌레인지 알아 보고 이름을 붙여 준다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오늘은 단풍나무, 신갈나무, 벚나무 등의 잎 2장으로 가운데가 조금 들어간 땅콩 모양의 집을 만들고, 이것을 다른 잎에 붙인뒤 집을 들락거리며 집을 붙인 잎의 잎살을 조금씩 뜯어 먹고 사는 애벌레를 소개해 보려 한다. 곡나방과(Incurvariidae)에 속하는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다.

2019년 8월 15일, ‘새로운 녀석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기대를 하면서 지리산 뱀사골 찾았다.

항상 그렇듯 수많은 피서객들이 분주히 오간다.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노라면 ‘뭐 좋은거 있어요?’하면서 묻곤 지나간다. 애벌레 찾고 있다하면 약간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한두번 겪은 일이 아니기에 무덤덤하게 넘기지만….

앞서가던 허운홍 선생 께서 가지 하나를 잡더니 잎을 뒤집는다. 정교하게 잘라 붙인 시든 잎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붙인 잎을 뜯어보니 또 하나의 잎이 있다. 겉의 잎보다 조금 작다. 땅콩 모양이다.

‘설마 이 속에 애벌레가 있을까’의심했는데 조심스럽게 얼굴은 내미는 녀석이 있다.

머리는 적갈색이고, 앞 가슴에는 조금 길고 검은 줄무늬, 가운데와 뒷가슴에는 짧고 검의 줄무늬가 2개씩 보인다. 몸은 조금 납작한 편이다. 위협을 느꼈는지 전체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정말 재미있는 녀석이다.

2019년 9월 13일, 담양 금성산성에서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지리산 뱀사골에서 한번 만났던 녀석이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원형에 가깝게 잎을 잘라 붙여 놓았는데 살며시 열어 손바닥에 올려 놓고 녀석이 머리를 내밀기를 기다린다. 조금 있으니 머리를 내민다.

아쉽게도 등쪽은 안 보이고 배 쪽을 보여준다. 속의 잎은 가운데가 살짝 들어간 땅콩 모양의 집이다. 거의 종령인 듯 하다.

녀석들은 몸이 자라면 잎을 더 크게 잘라 새 집을 만들고 집 옆에 있는 잎의 굵은 잎맥만 남기고 먹는다. 녀석이 다시 잎을 붙이도록 원래 자리에 놓아주고 한참을 기다린다. 잎을 흔들어 봐도 떨어지지 않는다.

다행이다. 무사히 번데기가 되어 멋진 어른벌레로 우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는 8~9월에 활동하며 유충길이는 5㎜정도다. 다 자란 애벌레는 나무줄기나 적당한 곳에 실로 집을 여러 군데 고정하고 번데기가 되어 이듬해 2월 우화한다.

애벌레를 데려와 사육했으면 어른벌레를 볼 가능성이 많으나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허운홍 선생께 부탁하니 흔쾌히 어른벌레와 표본사진을 보내 주신다. 앞날개는 검은색 바탕에 주황색 무늬가 조금 있고 광택이 난다. 뒷날개는 회갈색으로 별다른 무늬가 없다.

2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때 아닌 비가 며칠째 내린다. 이대로 봄이 오면 애벌레들과 반가운 눈맞춤을 할 수 있을텐데….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깜둥이수염나방(2015년 2월 4일)
깜둥이수염나방(2015년 2월 4일)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8월 15일, 뱀사골)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8월 15일, 뱀사골)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8월 15일, 뱀사골)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8월 15일, 뱀사골)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9월 13일, 금성산성)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9월 13일, 금성산성)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9월 13일, 금성산성)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9월 13일, 금성산성)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8월 15일, 뱀사골)
깜둥이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8월 15일, 뱀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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