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 김대중’ 호남·‘건국전쟁’ 영남 집중
정치인 영화관 찾아 관람…SNS 논평도
“특정집단 선전 전락 안돼…균형감 유지”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광주 서구 CGV터미널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언론시사회가 열리고 있다./뉴시스

총선을 앞두고 정치 지도자를 조명하는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면서 진보·보수 진영 지역 흥행 편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역사 기반 다큐멘터리 영화가 정치 선전에 활용되거나 이념 논쟁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KOBIS)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화운동 일대기를 소개한 ‘길위에 김대중’은 누적 관객수 12만5265명을 기록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과정을 조명하는 ‘건국전쟁’도 관객 92만2731명이 관람했다.

‘길위에 김대중’은 10여 년간 기획 끝에 DJ탄생 100주기에 맞춰 지난달 10일 개봉했다. 지난해 상영 예정이던 ‘건국전쟁’도 펀딩 등으로 개봉이 늦춰지면서 이달 초 상영을 시작했다.

두 영화의 개봉이 묘하게 총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대중의 관심도가 높다. 보수·진보 진영이 포진한 지역 별 흥행 편차도 벌어지고 있다.

‘길위에 김대중’은 호남 지역 관람객이 많았다. 관람객 점유율은 경기·서울 수도권 지역 55.9%(6만8천769명)다음으로 광주·전남·전북 지역이 각 9.2%(1만1천480명), 7%(8천755명), 5%(6천269명)순을 차지했다. 시도별 스크린수는 평균 10~20곳으로 전국이 고르게 분포했다.

반면 ‘건국전쟁’은 영남 지역에 상영 스크린·관람객수가 집중됐다. 스크린수는 부산 61곳·대구 52곳·경상남북도 102곳인 반면 다른 시도는 평균 20~30곳, 전남은 8곳에 그쳤다. 관람객 점유율도 수도권 지역 다음으로 부산 8.3%(7만6천963명), 대구 6.2%(5만6천762명)순으로 높았다.

진보·보수 정치 인사들도 해당 영화를 관람하거나 사회관계망(SNS)에 논평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영화가 정치 지형에 따라 선호도가 나뉠 수는 있으나 과도한 정치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화가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서 특정 집단·정치 선전물로 전락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상훈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이사장은 “영화는 정치적 표현의 도구가 아니라 예술가의 관점을 확인하는 예술 장르다”며 “특접 집단이나 사회적 사상의 전파라는 목적에 맞춰 작품을 만든 영화는 영화사에서 결코 명작으로 보존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특정 영화가 한 곳에서만 크게 성공·실패한 경우는 드문 일”이라며 “(지역 편차) 현상이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결과라면 바람직하지 못하다. 좋은 영화는 지역과 국경에 관계없이 사랑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역사를 조명하는 영화가 국민의 사상·역사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영태 전남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는 “영·호남 정치 지형에 따라 관람객 수가 나뉠 수는 있지만 이것이 곧장 ‘묻지마 투표’ 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했다.

또 “특히 다큐멘터리 영화는 관객이 사실일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보기 때문에 다른 장르보다 사상·역사관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 균형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특정 인물에 대한 우상·영웅화를 지양하고 명암을 골고루 보여줘야 한다. 관람객들도 좋은 관점은 취하되,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며 봐야한다”고 했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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