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바르게살기운동 광주광역시협의회 여성회장)

 

정주영 바르게살기운동 광주광역시협의회 여성회장

국내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저출산 현상까지 가중되어 이로 인한 국민 의료비는 급증할 것이며, 국민 부담 또한 점점 높아질 거라 예상된다. 2022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이미 100조를 넘어섰다.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과 감당해야 할 미래를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한다.

정부는 2월 4일 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혁, 혼합진료 금지, 필수의료 강화 등 건강보험 전반에 대한 추진 방향을 담은‘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당면한 의료체계의 문제해결을 위해 필수의료 공백, 과잉진료, 비급여 남발, 의사 인력 부족 등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길 바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 불법개설의료기관 수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2019년부터 입법 발의됐으나 법안 통과가 무산됐고, 회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도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 또는 비약사가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 및 약국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사무장 병원이 그 예로, 특정 의약품 처방 유도, 항생제·수면제 과다 처방 등 의약품 오남용, 일회용품 재사용(2차 감염 발생 위험), 과밀병상 운영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한 수익증대에만 몰두하고 영리를 추구해 적정 의료서비스의 질이 담보되지 않아 환자의 안전, 의료시장 질서 교란 등 국민의 안전과 건강권을 침해하며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를 초래하는 주범으로 척결 대상이다.

공단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적발된 사무장 병원은 1천700여 개이며, 총 환수결정액은 3조4천억여 원에 이르지만 징수액은 6.9%인 2천335억 원에 불과하다.

사무장 병원 등은 초기에 포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에도 행정조사 단계에서 개설 위반을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행정상 서류 확인만으로는 사무장 병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자금 흐름 추적 등이 용이하지 않아 단속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경찰 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수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수도 없다. 따라서 공단에서 받아간 진료비를 환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무장 병원 등의 수사는 수사과정 전반에 걸쳐서 불법행위를 입증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 충분한 인력 등이 요구된다. 하지만 경찰의 경우 다양한 형사범죄를 담당하고 있고 다른 긴급 및 이슈 사건들이 많아 사무장 병원 전담 수사가 어렵다.

또 의료와 보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수사기간이 평균 1년 가까이 소요된다. 그동안 사무장 병원은 공단 환수결정에 대비, 증여·허위매매 등의 편법을 동원해 재산을 은닉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단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전문적이고 신속한’ 사무장 병원 수사를 위해 특사경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공단은 오랜 기간 행정조사를 지원해 온 경험을 토대로 전직 수사관, 변호사 등 200여 명의 특화된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부당청구 유형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활용, 사무장 병원을 적발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특사경 도입 시 일반 의료기관에 수사권한을 행사하지 않을까 우려해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나, 특사경의 직무 범위를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개설로만 한정해 법제화하면 이런 우려는 불식될 수 있으리라 본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사무장 병원 등의 고질적 폐해에 대해 실효성 있는 근절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보건복지부 특사경 운영과 경찰 수사의뢰를 통한 현행 단속 체계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단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공단 임직원에게 특사경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21대 국회의 임기가 마무리되기 전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삶’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한 번 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에 관심을 귀 기울여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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