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의 AI페퍼스 오지영(왼쪽)-이민서.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페퍼저축은행의 여자프로배구단 AI페퍼스에서 발생한 ‘후배 괴롭힘’ 사건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진실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배구연맹(KOVO)로부터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고 페퍼저축은행과 계약이 해지된 오지영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피해자 중 한 명인 이민서는 SNS를 통해 오지영에 대한 각종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두 선수가 반박과 재반박을 펼치면서 누구의 주장이 진실인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앞서 익명의 신고자로부터 오지영이 구단 내에서 다른 선수를 집요하게 괴롭힌 사실이 KOVO에 신고됐다.

KOVO는 지난 27일 2차 상벌위원회를 개최, 오지영 선수의 후배 선수 A, B에 대한 괴롭힘, 폭언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1년 자격정지 징계를 확정했다. KOVO에서 구단 내 선후배 간의 괴롭힘 혐의로 징계를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선수인권 보호위원회에 명시된 규정 중 최고 수위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오지영이 후배들에게 직접적인 폭행을 하거나 얼차려를 위한 집합 등 신체적인 가해를 한 것은 아니지만, 훈련 중이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한 오지영의 말을 폭언으로 규정했다. 상벌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오지영이 후배를 괴롭힌 것이 파악됐고, 여러 증거를 통해 괴롭힘과 폭언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

소속팀 페퍼저축은행은 징계가 확정되자 오지영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곧바로 오지영은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오지영의 법률대리인인 법률사무로 이음의 정민회 변호사는 “오지영 선수가 향후 재심 절차와 소송절차를 염두하고 있다. KOVO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억울한 부분을 밝히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민회 변호사는 오지영이 이민서를 포함한 피해자 2명과 나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전문을 공개했다. SNS 메시지는 30여 개에 달한다.

오지영 측은 후배 A 선수는 평소에도 각별한 사이였고, B 선수와는 접점이 크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배 중 한 명인 이민서도 SNS를 통해 오지영의 주장에 정면반박했다. 이민서는 게시물을 통해 “2023년 6월 말부터 팀에서 나가는 날가지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 다른 사람이 자신(오지영)의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을 하면, 나도 그 사람을 같이 싫어해야만 했고, 가깝게 지내지 말아야 했다. 자기가 안좋아 하는 사람과 친하면 지적을 해서 항상 선수들과의 관계에 대해 눈치를 봤고 많이 울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민서는 오지영이 훈련장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몸무게를 두고 면박을 줬다는 비화에 이어 위로해준다면서 데려간 자리에서도 수차례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는 점, 매번 음식 셔틀은 물론, 항상 호출대기 상태로 오지영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야 했다는 괴롭힘 사례들을 나열해 언급했다.

이민서는 스토리를 통해서도 당시의 일기를 공개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오지영 측이 공개한 다정한 메시지 내용과 관련해선 “내 발로 팀에서 나가는 이유가 언니 때문인 것을 언니가 알게 되면 실업팀에서도 배구를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언니가 눈치채지 못하게끔 일부러 과하게 메시지에 답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니가 구단이랑 싸워야 할 것을 왜 화살을 나한테 돌린지 모르겠다. 핀트를 잘못 잡은 것 같다”라면서 “나 괴롭힌 것 맞지 않나.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고 모두가 봐왔고 모두가 들었다. 모두가 나 죽도록 힘들어했던 걸 알고 언니 때문에 (팀을) 나간 걸 모두가 아는데 왜 계속 거짓말하나”라고 전했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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