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남도일보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정희윤 남도일보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지난 1일은 일본의 식민통치에 저항한 3·1운동 105주년이었다.

이에 전국에서는 기념행사들이 잇따랐다. 민주·평화·인권의 도시 광주에서도 3·1운동 기념 행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이처럼 3·1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수많은 행사 가운데 지역 문화계 행사가 유독 눈에 띄었다. 지난 2월 24일 무대에 오른 연극 ‘봉선화’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김석출-두드리는 기억’이다. 일제강점기의 피해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어서다.

연극 ‘봉선화’는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연극으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인권유린 실태와 명예회복 투쟁 과정을 다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조선 식민지 가해국인 일본 시민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전쟁범죄에 대한 실상을 고발했다는 점이다. 과거 청산을 위해 정부가 나섰어야 할 일을 양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연출을 맡은 나카 토시오 감독은 양국의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과거사를 바로잡고 미래세대에게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작품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강기정 광주시장도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 대한민국 정부마저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는 시점에서 양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실상을 고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뒤이어 지난달 29일 개막한 전시 ‘김석출-두드리는 기억’도 가슴 아픈 역사를 체감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일본 오사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일교포 김석출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민족의식을 기반으로 한 재일디아스포라의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김석출 작가의 ‘민족사’와 같은 가족사다. 1949년생인 작가는 일제강점기 징용공으로 끌려간 아버지에게서 태어나 재일 교포로서 가난과 차별 속에 삶을 살았다.

그의 형제·자매는 총 9명인데,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에 태어난 누나 2명은 할머니 손에 키워졌다고 한다. 작가가 한국에 남겨진 누나들을 만난 것은 40여 년이 지난 후였으며, 갓난아이 일때 가족과 헤어졌던 누나들 또한 어머니의 얼굴을 그때서야 볼 수 있었다. 즉, 남북분단으로 인해 이산가족이 생긴 한국전쟁(1950년) 이전부터 일제의 식민화로 실향과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역사는 단지 과거의 것이 아니다. 오늘을 비춰보고 내일을 내다보는 거울이다. 또한 역사는 나라와 민족의 혼(魂)이며 정신으로, 민족이 역사를 잊으면 미래는 혼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100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는 위안부·정신근로대·강제징용 등 일제 식민지화로 인한 아픔의 역사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혼돈에 빠지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 등과 같은 가슴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고 역사를 지속적으로 되새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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