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조대감은 말 두 필에 아들 옥동이 입을 옷가지와 서책 그리고 쌀가마니를 싣고 어제 갔다 왔던 길을 사내종들에게 말고삐를 잡게 하고 부자간(父子間)에 나란히 길을 가는 것이었다. 과연 윤처사는 이들을 반겨줄 것인가? 아니면 왜 왔느냐고 타박하며 쫓아낼 것인가? 그것은 오직 조대감만이 알 길이었다.

유비가 산속 초막집에 사는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가서 난세(亂世)를 평정(平定)하고 천하통일(天下統一)을 함께 도모(圖謀)할 군사(軍師)로 삼을 평생동지(平生同志)를 구했는데, 그것을 삼고초려(三顧草廬)라고 하였던가! 아마도 조대감도 세 번째 윤처사를 찾아가서 아들 옥동의 스승이 되어달라고 부탁할 것인즉, 천하고집불통(天下固執不通)의 윤처사라 할지라도 이렇게 아들과 함께 온 조대감을 어린 아들이 보는 면전(面前))에서 박절(迫切)하게 물리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이런 외통수를 둘 생각으로 조대감은 윤처사의 집을 찾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윤처사의 말에서 허락한다는 뜻을 찾아 정말로 확신하고 가는 것일까? 그것은 윤처사 집에 당도하면 단박에 드러날 것이 아닌가! 아마도 조대감과 윤처사는 어려서부터 평생 가가운 친구 사이로 지내왔으니 서로 눈빛만 보아도 그 속마음이 어떠한지 통할 수가 있을 것이 아닌가!

아들을 뒤에 달고 가는 조대감은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이제 윤처사에게 아들을 맡기기만 하면 아들의 품성부터 시작하여 글공부까지 차근차근 잘 지도하여 교육하려니 생각하니 기분이 매우 좋아졌던 것이었다. 천하명약(天下名藥)을 구하러 사방팔방(四方八方)을 날뛰어 다녔으나 구하지 못하고 낙심(落心)하여 집에 돌아왔는데, 바로 집 마당 가에 길길이 찾아 헤매던 명약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조대감 또한 아들 옥동의 교육을 위하여 훌륭하다는 스승을 백방(百方)으로 수소문(搜所聞)하여 모셨으나 하나같이 말짱 도루묵이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니었던가! 찾다 찾다 헤매던 중 바로 옛친구 윤처사가 최고의 스승감이었으니 참으로 등하불명(燈下不明)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처참하게 거절당하고 돌아왔는데 ‘이제야 뜻을 이루게 되었구나!’ 생각하니 온갖 시름이 싹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역시 명마(名馬)는 명마부(名馬夫)를 만나야 제대로 조련(調練)을 하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명마라도 마부를 잘못 만나면 보통 필마(匹馬)가 되고 마는 것이었다. 사람도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그 뜻을 잘 길러주어 큰 인재로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고작 시장 바닥에서 짐수레나 잘 끄는 말을 기르려거든 굳이 명마부가 필요 없었다. 난세를 평정하고 천하를 바르게 경영할 웅대(雄大)한 꿈을 꾸는 영웅(英雄)을 태우고 천하를 바람처럼 내달릴 말은 반드시 명마부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 조대감의 가슴은 한껏 부풀어 올라 두둥실 하늘 위로 자꾸 들뜨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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