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전국노래자랑’ MC 김신영. /KBS 제공

“전국노래자랑 왕팬인 어머니가 신영이 잘렸다고 열 받아서 잠을 이루지 못하시며 무조건 글 쓰란다. 신영이를 왜 자르냐?”

윤모씨는 5일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겼다. KBS1 ‘전국노래자랑’ 진행자(MC) 자리를 1년 6개월간 지키던 코미디언 김신영씨가 갑작스럽게 하차 통보를 받자, 하차를 반대하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국방송공사(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을 보면 지난 4일 임모씨가 쓴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 화이팅’이라는 청원이 5일 오후 3시 기준 1천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이 1천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KBS가 30일 이내에 청원 내용에 대해 직접 답변해야 한다. 김씨의 소속사 씨제스스튜디오는 지난 4일 “지난주 제작진이 (회사 측으로부터) MC를 교체한다는 통보를 받고 당황스러워 하며 연락해 왔다”라며 “협의하는 과정 없이 ‘하차해야 한다’고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임모씨는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을 더 활기차고 발랄하고 웃음 가득하게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교체한다니,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굳이 나이 든 분이 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냐”라며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진행자를 막무가내로 바꿀 수 있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어머니가 ‘열 받아서’ 시청자 청원을 올린 윤모씨도 “어린 친구들도 전국노래자랑을 신영이 때문에 보기 시작했고 조금만 기다리면 대박 터질 텐데 그걸 못 참고 방정을 떨고 있는 KBS 정신 차리자”라며 “신영이 잘리면 어머니 때문에 내가 죽겠다”라고 말했다.

KBS는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이후로 ‘더 라이브’를 돌연 폐지하고, ‘주진우 라이브’ 등 주요 시사교양·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를 협의 없이 교체한 바 있다. 박모씨는 “박 사장이 KBS에 취임하자마자 뉴스·시사·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를 하차시키고 예능 ‘홍김동전’도 폐지하더니 김신영도 하차시켰다”라며 “당사자에게 하차 준비 과정 등 더 좋은 그림으로 하차할 수 있었음에도 이렇게까지 일방적인 방식으로 하차 통보를 해야 했냐”라고 물었다.

KBS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의 시청자 소감 게시판에도 수십 개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이상연씨는 “전국노래자랑은 KBS의 얼굴이라고 생각했고, 김신영은 무대를 장악하며 차세대 MC로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갑작스러운 교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연정씨는 “하차 확정이면 앞으로도 (전국노래자랑을) 볼 마음이 전혀 없다”라며 “이참에 KBS도 끊어버려야겠다”라고 적었다.

X(옛 트위터)에서도 전국노래자랑 관련 게시물이 1만4천여개에 달했다. 한 이용자(@supermXXXXXXXX)는 “전국노래자랑은 기본 임기가 40년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직전 진행자 송해씨가 1988년부터 2022년 6월 세상을 뜰 때까지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 TV 프로그램 진행 최장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빗댄 표현이다. 다른 이용자(@t_ransXXXXXX)도 “고(故) 송해에 익숙했던 주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중장년 MC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만, 문제는 MC 교체가 통상 절차와는 다르게 이뤄졌단 점”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인도 가세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도 X에 “하나 같이 여성 진행자들의 프로그램만 자르더니 이 사달이 났다”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KBS는 MC 교체를 당장 철회하라”라고 말했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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