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까지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
‘영원한 비상을 꿈꾸다’소장품 전시
추모 10주기…작품 21점 한자리에

 

김보현 作 ‘날으는 새’

조선대 미술대학 창설을 주도하고 초대 학과장을 지낸 김보현 화백과 그의 부인 실비아올드의 작품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선대학교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은 오는 5월 24일까지 ‘김보현&실비아올드 소장품전-영원한 비상을 꿈꾸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4년 ‘행복한 동행’ 이후 10년 만에 열린 추모 전시로, 김보현 작가와 실비아올드의 작품을 동시에 선보인다.

한국 추상회화 1세대 주자인 김보현 화백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탈피해 이상세계를 동경하는 과정을 예술로 풀어냈다.

특히 질곡의 시대를 겪어온 만큼 심리적 상흔들이 예술세계에 영향을 미쳤으며, 1969년 실비아올드와 결혼한 이후에는 어둡고 자유분방한 감정을 표출한 앵포르맬 작품에서 벗어나 사실주의 회화작업을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화려한 꽃과 가족의 사랑이 느껴지는 작품들도 많이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보현 화백의 회화 작품 11점과 실비아올드의 조각 작품 10점 등 총 21점을 만나볼 수 있다.

실비아올드 作 ‘새 시리즈’

이번 전시는 부부의 작품 가운데 자주 등장하는 동물과 새의 형상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엄선해 섹션을 구성했다.

김보현 화백은 50세에 실비아올드를 만나 뉴욕에서 재혼했다.

부인인 실비아올드는 뉴욕 타임즈 ‘미국 100인의 작가’로 선정될 정도로 저명한 화가이자 조각가로, 실크스크린을 작품화한 최초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들 부부는 지천명의 나이에 만나 작고할 때까지 40여 년을 함께했다. 두 명의 예술가가 노년을 함께한 만큼 작업 세계에도 조금씩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부부의 작품에는 새의 형상이 자주 나타난다. 그들의 노년기 작업에 등장한 자연 속의 이미지들과 새는 낙원에 대한 향수이자 자유를 향한 강한 의지인 것이다.

그들은 새의 형상을 통해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는 세상을 나타내며 영원한 비상을 꿈꿨다.

1전시실에서는 김보현 화백의 ‘날으는 새’와 실비아올드의 ‘비상(In flight)’이 전시됐다.

김보현 作 ‘푸른 꿈’

김 화백의 대표작인 ‘날으는 새’는 4명의 인물들이 고개를 들어 멀리 쳐다보면서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실비아올드의 작품 ‘비상’은 2013년 이후 11년 만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작품은 철사와 줄을 엮어 수백 개의 망으로 연결하고 기르던 앵무새 깃털을 꽂았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하지만 망과 망 사이의 공간에 존재하는 힘을 나타낸다. 설치할 때마다 형태가 달라지는 우연의 효과가 있으며 완전히 떠다니는 구름을 보는 듯하다.

2전시실에서는 김보현 화백의 ‘새와 놀다’ ‘푸른 꿈’ ‘해변가’와 실비아올드의 ‘새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푸른 꿈’은 김 화백의 작품 중 마티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새-여인-액자가 있는 공간을 전후의 위치와 관계없이 배치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김보현&실비아올드 소장품전-영원한 비상을 꿈꾸다’ 포스터

3전시실에서는 9·11테러를 소재로 한 작품 ‘9·11’과 실비아올드의 ‘새의 노래’가 전시됐다.

실비아올드의 작품 ‘새의 노래’는 2002년 조선대학교미술관에서 전시한 이래 21년 만에 대중에게 공개된다.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 관계자는 “김보현 화백과 실비아올드는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주며 영혼의 동반자로 40여 년을 함께했다”면서 “2014년 김보현 화백 타계를 추모하는 ‘행복한 동행’ 전시 이후 10년만에 기획된 자리인 만큼 많은 참여와 관심으로 현대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김보현 화백을 기려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은 김보현 화백과 그의 부인 실비아올드의 삶과 예술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조선대학교 본관 건물 1층에 조성된 공간이다. 김보현 화백과 실비아올드는 일생을 바쳐 작업했던 작품 400여점을 학교에 기증했고, 이곳에서 작품을 보관·전시하고 있다. 소장품으로는 김보현·실비아올드 기증품 외에 재일본 사업가이자 수집가인 하정웅 기증품 460여 점, 조선대 1회 졸업생인 김영태 화백의 기증작, 그 외 재직·퇴직교수들과 동문들의 작품이 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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