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군 박내과 박용현 원장
2002년 병원 개원 후 20년 넘게 지역민 호흡
‘정’으로 쌓은 세월 병원 넘어 동네사랑방 역할
“앞으로도 고령자분들 건강지킴이 수행 할 것”

박용현 담양 박내과 원장.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박용현 담양 박내과 원장.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오메 선생님 버스 올때 까징 잠깐 병원서 쉬다 갈라요~”

여든은 훌쩍 넘는 한 할머니가 느닷없이 전남 담양군 소재 ‘박내과’ 문을 열고 들어와 하는 말이다. 보통의 병원에선 쉬이 들을 수 없는 이 정겨운 한마디는 지난 20여년간 담양군민들의 건강 지킴이로 한결같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세월의 숨결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다. 그만큼 박내과란 병원이 지역민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심어줬다는 의미일 터다.

박내과의 주인장은 박용현 (내과 전문의)원장이다. 지난 2002년 처음 담양에 뿌리를 내린 그는 그때부터 현재까지 시골의사로 담양을 지켜온 인물이다.

사실 그가 담양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그저 ‘운명’이지 않았을까.

오랜기간 봉직의로 의사생활을 하던 박 원장이 개업의로 인생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려는 그해(지난 2001년 무렵). 연고도, 목적도 없이 마음이 가는대로 선택한 길이 담양이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왜 담양에서 병원을 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며 “발길 가는대로 향하다 보니 담양이었다”고 너털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방랑객 마냥 시작한 담양살이는 나름 젊은의사였던 그의 머리발에 어느새 새하얀 눈이 내려 앉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갔다.

지난 과거를 회상하면 마냥 미소가 지어진다는 그는 시골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정’이 아마도 나를 담양으로 이끌지 않았나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

그도 그럴것이 아픈 어르신들을 치료해 주고 나면 가끔 상추·고추·호박 등 싱싱한 채소들을 한껏 들고 오신다. 돈도 돈이지만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 선생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이다. 거절하기를 수십번 해 보지만 막무가내다.

그렇게 나눈 정이 눈덩이 마냥 커지면서 어느순간 박내과는 담양군에 사시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사랑방이 됐다.

인근에 위치한 시외버스터미널을 가다가도 병원을 들러 쉬다가 가거나, 그냥 놀러왔다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우연히 동네분들끼리 만나 안부를 묻기도 한다.

박 원장은 “사실 시골 병원이 꼭 환자만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말 놀러 오시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오시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병원이 편하다는 의미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런 고마운 마음을 종종 ‘기부’란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한다. 의사로서의 의무가 아닌 사람으로서 도리를 하고 싶어서다.

박 원장은 “의사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것은 오히려 쉽다. 하지만 사명감을 갖는 것은 다른 문제다”라며 “많은 분들의 사랑과 정이 어느순간 나에게 사명감을 준 것 같다. 이분들이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그의 삶의 방향은 여전히 시골의사로서 삶을 사는 것이다.

박 원장은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내 병원을 찾는 분들은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이분들이 정말 건강하게 여생을 살아가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다짐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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