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작가 작고, 재단에 메일…한달째 미확인”
“1회 디자인비엔날레 작품 vs 광주 상징성 부족”
열린청사 공사 진행·작품 이전 비용도 7억~8억“

 

광주시청 잔디광장에 설치돼 있는 대형조형물 ‘기원(PRAYER)’. 작품이 일부 파손돼 누워있다./뉴시스

광주광역시가 청사 잔디광장에 설치된 대형 미술작품 ‘기원(PRAYER)’을 20년만에 이전·철거를 추진하고 있지만 작가 측과 소통이 되지 않아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지역 문화계도 찬반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광주시에 따르면 20년동안 시청 앞 잔디광장에 세워져 있었던 대형조형물 ‘기원’ 작품을 이전·철거 하기 위해 지난달 초 부터 작가 측, 지역 문화예술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해 결정을 못하고 있다.

이전·철거 결정에 가장 중요한 작가 측과는 소통이 안되고 있다.

높이 16.5m, 직경 18m 크기인 작품은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지난 2005년 제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기념하기 위해 기업체로부터 8억원을 후원받아 제작해 광주시청 앞 잔디광장에 설치했다.

빛의 도시 광주를 형상화한 7개의 모빌식 원형 조형물 겉을 천으로 감싸 광주 발전과 시민 소망을 상징했다.

광주시는 작가가 작고해 유족이 운영하고 있는 재단에 이전·철거 의견을 묻는 메일을 발송했다. 하지만 유족은 한달이 지나도록 메일을 확인하지 않고 있어 광주시는 유선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 미술계도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미술인은 “기원은 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작품으로 상징성을 고려,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유명 작가의 작품이지만 설치 당시부터 광주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철거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광주시는 이에 따라 청사 앞에 있는 작품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열린청사 공사로 인해 파손 등이 우려돼 다른 장소로 이전도 계획했지만 운송비용이 7억~8억으로 추산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시는 시청사를 시민에 개방하기 위해 잔디광장 앞 1m여 높이의 화단을 철거하고 있으며 6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달 초 ‘기원’ 작품 일부분이 강풍에 의해 파손돼 작품을 눕혀 놓은 채 교체를 추진했지만 2천만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파악됐다”며 “공사까지 진행하고 있어 추가 파손이 우려돼 이전을 고려했지만 수억원의 예산이 필요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소유권은 광주시에 있지만 작가 허락없이 작품을 이전·철거할 경우 법적 다툼 가능성도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작가의 유족과 연락해 존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