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으음! 이것은 내가 잘 간직하겠네!”

윤처사가 서명이 적힌 종이를 건네받으며 말했다.

“고마우이! 어려운 내 부탁을 이리 들어주시니! 오늘부터는 내 편히 지낼 수 있겠네!”

조대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말하면서 윤처사의 손을 덥석 붙잡는 것이었다.

“그래! 조대감, 마음을 잘 알겠네! 천하명마(天下名馬)로 타고 난 말을 조련(調練)하기와 일반 평마(平馬)를 조련하기는 그 방법이 아주 다르다는 걸 잘 알 걸세! 천하명마는 난세(亂世)를 평정(平定)할 영웅(英雄)을 보필(輔弼)할 말이지만, 일반 평마야 단 일개 병사(兵士)가 타는 한 번의 화살 같은, 시장 바닥에서 짐수레나 끌 말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평마로 타고 난 말을 천하명마로 조련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 것이네! 세상 사람들은 겨우 쥐새끼 한 마리 데리고 와서 천하를 호령(號令)할 영웅이라도 들고 온 줄 착각(錯覺)하고 천하명마로 조련해 달라고 하는데 이는 참으로 난감(難堪)한 일이 아니겠는가!”

윤처사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조대감은 순간 아들 옥동이 평마의 수준인데 천하명마로 조련해 달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고 문득 의심하였다. 물론 자기 자식 생각할 때 누구나 천하명마라고 생각할 것이지 어디 짐수레나 끌 평마라고 생각할 것인가? 그것이 부모 마음 아니겠는가! 조대감은 잠시 마음을 진정하고 숨을 크게 들이쉰 뒤 말했다.

“으음! 윤처사! 옳으신 말씀일세! 평생 시장 바닥의 짐수레를 끄는 말일지라도 그 바닥에 통하는 도(道)가 있을 것이 아닌가?”

“그래! 쥐새끼 한 마리를 잘 가르쳐 놓으면 천하명마가 못하는 일을 단박에 해 낼 수가 있지 않겠는가! 타고 난 대로 쥐새끼는 쥐새끼로 살아야 하고, 천하명마는 천하명마로 살아야 한다고 한다면, 교육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찮은 쥐새끼를 천하명마로 조련해 내는 게 교육 아니겠는가?”

윤처사가 말했다.

윤처사의 그 말을 들은 조대감은 그만 ‘허허!’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윤처사가 말을 이었다.

“농부에게 한 덩이 흙은 생명을 키워내는 흙이겠지만, 기와를 빚는 사람에게 그 흙은 지붕을 이는 한 장의 기와가 되는 법이요, 도자기 공에게 그 흙은 한 끼 밥을 담는 그릇이 되는 법이요, 우주자연(宇宙自然)에 있어서 그 흙은 없어서는 아니 될 소중한 요소가 아니겠는가! 그들의 층하(層下)는 있을 수가 없지 않겠는가? 천하평등(天下平等)! 조대감! 그것을 깊이 생각해 보시게나!”

조대감은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음! 윤처사!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네! 고마우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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