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조대감과 윤처사는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조대감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윤처사는 새로 온 조대감의 아들 옥동에게 앞으로 해야 할 글공부에 대해 말하고, 또 거처(居處)할 곳을 정해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조대감이 방문을 열고 나가자 마당 가에 서 있던 옥동이 다가왔다.

“옥동아! 여기 스승님 말씀 절대로 어기지 말고 글공부에 최선(最善)을 다해 전념(專念)하기 바란다. 이번이 이 아비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機會)이니라!”

조대감이 옥동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아버님! 명심(銘心)하겠습니다.”

옥동이 고개를 수그리며 말했다. 언제나 옥동은 저렇게 잘하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였건만, 사나흘이 못가서 늘 결과(結果)는 허사(虛事)였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르다는 느낌을 조대감은 강하게 받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천하의 윤처사가 아닌가! 더구나 쥐새끼라도 천하명마(天下名馬)로 조련(調練)해 내야 천하명마부(天下名馬夫)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게 교육(敎育)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윤처사가 생각하는 천하명마는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조대감은 골똘히 생각을 해보며 아들 옥동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이었다. 저놈이 과연 이번에는 윤처사를 스승으로 잘 모시고 그 말을 잘 들을까? 아니면 못된 짓이나 일삼고 또 쫓겨올까? 아들 옥동을 바라보니 모나고 못생긴 모양새는 아니었다. 물론 고슴도치도 제 자식이 제일 예쁘다고, 제 속으로 난 자식 밉게 보일 리 없겠지만 제발 쫓겨오지만 않는다면 그것으로도 만만다행(萬萬多幸)이라고 조대감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래! 옥동아! 아버님! 길 조심해 잘 가시라고 어서 인사 올리거라!”

옆에 서 있던 윤처사가 말했다.

“예! 스승님! 아버님! 원로(遠路)에 평안(平安)히 잘 가세요. 소자(小子), 스승님! 말씀 잘 듣고 있겠습니다!”

옥동이 고개를 수그리고 절을 하며 말했다.

“그래! 스승님 말씀 잘 듣고 몸 건강히 매사(每事) 용맹정진(勇猛精進)하기 바란다!”

조대감이 말을 하고는 윤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윤처사! 큰 짐 맡아주시어 고맙네! 믿고 가겠네!”

“그래! 조대감, 염려 놓으시고 어서 가시게!”

윤처사가 말했다.

조대감은 종자(從者)에게 말 두 필을 각각 끌게 하고는 말 등 위에 올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했다. 조대감은 모처럼 기분이 아주 좋아져 마구 즐거운 웃음이 ‘하하하하하핫!’ 자꾸만 입술 밖으로 삐져나오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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