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사실, 창창(蒼蒼)한 미래(未來)를 책임(責任)지고 두 어깨에 짊어지고 나갈 골칫거리 아들을 잘 가르칠 몽매(夢寐)에도 바라던 훌륭한 스승을 만나 맡기고 오는데, 어찌 기쁘지 않을 것인가! 그런데 조대감의 지금 터져 나오는 웃음은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최초로 저 고집 센 윤처사를 제 뜻대로 제대로 이겨 먹었지 않은가! 조대감은 윤처사의 집이 안 보이는 곳에 이르러서야 끝내 참지 못하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마구 터지는 웃음을 한 보따리나 미친놈처럼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이었다.

“우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두 팔을 허공중(虛空中)에 휘저으며 두 눈에 눈물까지 질금거리며 웃는 모양새가 누가 보면 영락없이 실성(失性)한 사람이었다.

한참 동안 웃음을 웃던 조대감이 문득 웃음을 뚝 멈추고는 또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아들 옥동이 윤처사 대하는 태도가 여느 때 스승을 만났을 때 하고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퍼뜩 뇌리(腦裏)에 스쳤기 때문이었다. 시쳇말로 아무리 사나운 개일지라도 개장사가 나타나면 바로 똥오줌을 질금거리며 꼬리를 내리고 무서워 벌벌 떨지 않던가! 세상의 모든 관계는 서로에게 천적(天敵)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험악하게 생긴 천하대장군도 유순(柔順)하고 나약(懦弱)하게 생겼을지언정 자신보다 정신수양(精神修養)이 깊은 곧은 정신의 선비 앞에만 서면 얌전한 강아지가 되고 마는 것 아닌가! 어여쁘고 도도한 여우같이 앙큼한 아름다운 여인도 유독 어느 사내 앞에만 서면 얌전한 암말처럼 꼬리를 흔들며 순종(順從)하며 따르지 않던가! 아마도 분명 옥동은 윤처사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미리 정해져 있어 이렇게 만나려고 그동안 속을 그렇게나 썩혔으려니 하고 생각을 해보는 조대감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절대로 속단(速斷)할 수 없었다. 아이들 잘 가르치기로 소문난 훌륭한 스승 윤처사의 비위를 거스르는 날에는 곧바로 끝장이 날 것이었다. 더구나 옥동은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겨우 이레를 견디지 못하고 집으로 줄행랑을 쳐 오고 말았지 않은가! 지금부터 이레만 잘 넘긴다면 그때는 마음을 놓을 수 있으려나? 윤처사의 교육방법을 따르지 않고 반항이라도 하는 날에는 여지없이 귀가조치(歸家措置)한다는 글에 약속서명(約束署名)까지 하지 않았던가! 조대감은 아무래도 아직은 마음 놓고 기뻐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에 이르고 말았다. 그러자 조금 전 기쁨에 겨워 미친놈처럼 웃어 재낀 것이 슬그머니 낯부끄러워지는 것이었다.

‘으음! 언제나 철이 들려나! 철딱서니 없이 웃었다, 울었다, 변덕(變德)이 죽 끓듯 촐랑대다니! 아직도 이놈! 수양이 멀었어! 멀었어!’ 하고 스스로 심중자책(心中自責) 하며 입속으로 자꾸 중얼거리던 조대감은 그만 큰 소리로 외치고 말았다.

“멀. 었. 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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