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훈(정치부 차장)

 

안세훈 정치부 차장

바람 잘 날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광주 ·전남 후보 공천을 두고서다. 광주 8개·전남 10개 선거구 공천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잡음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선지역 발표 직후부터 ‘시스템 공천’을 자부해온 민주당의 공천 심사가 편파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특히 당의 심장부에서조차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로 꼽히는 광주 서구갑 송갑석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에게 패했다. 의원 평가 하위 20%인 송 의원은 ‘경선 득표의 20% 감산’ 페널티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3선 도전이 좌절됐다. 반면 대표적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는 광주 광산을 민형배 의원의 선거구에서는 경선 대진표가 뒤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컷오프(공천배제)된 김성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과 최치현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강력히 반발하며 삭발 후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재심위가 재심을 받아들였다. 결국 광산을은 3인 경선을 치렀고 민 의원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사천(私薦) 논란으로 전략공천을 포기한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순천·광양·곡성·구례을 경선에서 현역인 서동용 의원을 물리치고 공천권을 거머쥐었다.

민주당의 원칙 없는 공천 결과에 예비후보들의 반발도 거세다. 공천 탈락자 가운데 김성환 전 동구청장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 권오봉 전 여수시장 등은 잇따라 당을 떠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맛봤던 전직 단체장들은 웬만한 국회의원 못지않은 인지도와 탄탄한 조직력을 갖춰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지역 기반이 탄탄한 이들이 기존 지지표를 흡수하고 동정 여론까지 등에 업을 경우 민주당 독주체제가 예상된 광주·전남 선거판을 예측불허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전직 단체장들이 ‘무소속 연대’를 구축할 경우 상당히 큰 파괴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막판까지 공천 결과를 놓고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손훈모 변호사의 공천권이 지난 16일 경선 부정을 이유로 김문수 당대표 특별보좌역에게 넘어갔다. 손 변호사와 지지자들은 즉각 공천 번복 취소를 촉구하면서 상경 투쟁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쯤되면 ‘사상 최악의 공천 파동’이라고 할 만하다. 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진행형인 데다, 이를 반박하는 당 지도부의 구체적인 설명도 없어 앞으로도 더 확대될 가능성도 나온다.

‘공천=당선’으로 인식되는 텃밭에서부터 공천을 둘러싼 내부 갈등과 혼란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호남 민심이 앞장서 뼈아픈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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