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런데 왜? 어려 뇌 속에 깊이 각인(刻印)된 그 의식(意識)이 도무지 지울 수 없는 것이 되고 만 것일까?

그런저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거듭한 끝 석양 노을이 서녘 하늘에 눈시울 붉힐 무렵, 조대감은 집에 당도하였다. 대문을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김씨 부인이 달려 나와 말했다.

“대감! 옥동은 잘 맡기고 오셨나요?”

“으음! 부인, 잘 맡기고 왔소이다!”

조대감이 말했다.

“이번에는 속 썩이지 않고 학업(學業)에 열중(熱中)해야 할텐데………”

김씨 부인이 노심염려(勞心念慮) 되는 듯 말끝을 흐렸다.

“자! 부인! 너무 염려하지 마시오! 어서 들어 가십시다!”

“예! 대감! 저녁 드시어야지요.”

조대감은 부인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옥동을 윤처사 집으로 글공부 보내고 그새 이레째가 되었다. 실은 조대감은 스승 윤처사 말을 듣지 않고 옥동이 쫓겨 오지나 않을까? 안절부절 몹시, 걱정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못된 버릇 가진 망아지 제 버릇 개 주지 못하고 혹여 제멋대로 날뛰지나 않을까? 불안(不安)했던 것이었다.

그날 석양 조대감은 집에서 일하는 사내종(從)을 불러 말했다.

“오늘 밤은 대문을 걸어 잠그지 말거라!”

“어인 일이신지요? 대감 나리!”

수염이 덥수룩이 자란 중년의 사내종이 말했다.

“으음! 알 것 없다! 시키는 대로 하거라!”

조대감이 단호하게 말했다.

“예! 대감 나리!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사내종이 고개를 깊이 조아리며 말했다.

사실 조대감은 오늘이 옥동이 글공부하려고 떠난 이레째가 되는 날이어서 혹여 오늘 밤 견디지 못하고 윤처사 집을 뛰쳐나오기라도 하지 않을까? 싶어서 대문을 걸어 잠그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 비록 모자란 자식이 제 성정(性情)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글공부를 포기하거나 혹은 스승 윤처사에게 쫓겨나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대문 밖 어둠 속에서 굳게 잠긴 대문을 바라보면서, 대문이 열릴 새벽녘을 기다리며 방황(彷徨)이라도 할까 싶어 아비로서 자식에 대한 세심(細心)한 배려(配慮)의 마음을 쓴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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