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분명, 옥동이 집으로 돌아온다면 밝은 대낮에는 오지 못하고,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 눈을 피해 칠흑 어둠에 돌아올 것이었다. ‘그 녀석이 잘 버틸까?’ 도무지 조대감은 초심고려(焦心苦慮) 아들 옥동에 대한 믿음이 전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말 안 듣는 자식놈 멀리 글공부 보내놓고 혹시나 잘못될까? 두려워 조대감 또한 별별 생각을 다 하는 것이었다. 윤처사는 죽마고우인데 여기서 잘못되면 더는 방법이 없다는 막다른 생각이 더 가슴을 태우게 하는 것이었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든 조대감은 전전불매(輾轉不寐)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문풍지에 바람이 우는 것에도 화들짝 놀라,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바깥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혹여 옥동이 돌아와 제 방으로 들어가는 방문 소리는 아닐까 애를 태우는 것이었다. 이토록 자식 하나 기르기가 힘든 일이었는데 말 잘 듣고 글공부 잘하는 자식을 둔 사람들은 얼마나 큰 복을 타고난 것일까? 자식이 없으면 없어서 걱정, 자식이 있으면 잘못될까 걱정, 자식이 건강하지 않으면 건강 걱정, 건강하면 글공부 걱정, 글공부 잘하면 돈 걱정, 돈 많으면 말 안 듣는 자식 걱정,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인생자체(人生自體)가 본래 고(苦)란 말이던가?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인생본질(人生本質)을 일체개고(一切皆苦) 애별리고(愛別離苦)라 했던가?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서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고 하더니, 말 안 듣는 자식 둔 덕으로 조대감은 인생공부(人生工夫) 마음고생 톡톡히 하는 셈이었다.

이놈의 인생사! 언제나 고요히 편안한 마음으로 술 한잔 마시며 근심 걱정 없이 신흥(神興)이 나서 꽃 같은 여인을 옆에 끼고 화조풍월(花鳥風月)을 만판 즐겨 볼거나! 그러고 보니 문득, 고을의 수령(守令)으로 있을 때 자주 만나 술과 가무(歌舞)와 시(詩)를 즐기며 만끽했던 천하미색(天下美色) 기녀(妓女) 화선(花鮮)이 번쩍 생각나는 것이었다. 화선은 얼굴도 곱고 시문가무(詩文歌舞)에 특별히 능통(能通)했다. 조대감은 처음 화선을 만나고 마음이 홀딱 빠져 평생 옆에 두고 보자고 했다. 그러나 관직을 불시에 그만두고 낙향(落鄕)하는 바람에 그것도 허언(虛言)이 되고 말았다. 언제 적 만나고 못 보았던가? 자식 장래 글공부 걱정하느라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다는 것을 조대감은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이었다.

‘으음! 곱디고운 화선은 잘 있을까? 내 생각일랑 이제 잊어버렸을까? 이 차지에 옥동이만 글공부에 열심히 정진(精進)한다면 내 편안한 마음으로 꽃보다도 더 어여쁜 화선을 보러 가리라!’

조대감은 그런 생각을 마음속으로 다짐해 보는 것이었다. 조대감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사내였던 것이었다.

자신도 몰래 얼핏 잠이 들었는데 그새 ‘꼬끼오!’ 새벽닭 우는 소리가 귀청을 뚫고 들려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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