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자급자족 소비자 증가
부추·로메인 등 베란다서 재배
홈가드닝 관련상품 매출 증가세
컬리·올팜 등 농사게임도 인기

 

직장인 김모씨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재배하는 대파와 부추. /본인 제공
직장인 김모씨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재배하는 대파와 부추. /본인 제공

# 직장인 김모(34)씨는 지난달 말 아파트 베란다에서 대파와 로메인을 키우기 시작했다. 원래 식물을 기르는 것이 취미였지만 최근 채소가격이 급등해 직접 길러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현재는 부추까지 기르고 있다. 김씨는 “채솟값이 많이 올라 장바구니에 몇개만 담아도 2만~3만원을 훌쩍 넘긴다”며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가 들어간 채소를 비싸다고 안 먹을 수는 없어 부추와 상추 모종과 씨앗을 사서 직접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채소가격이 폭등하면서 ‘홈파밍족’(Home farming)이 늘고 있다. 이들은 파, 부추, 로메인 등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른 작물들을 직접 기르면서 식비를 절약하고 있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기준 광주 양동시장에서 대파 1㎏(상품) 가격은 4천원으로 1년 전(3천110원)보다 29% 올랐다. 토마토 1㎏(상품) 가격은 7천원으로 1년 전(5천630원)에 비해 24% 급등했다. 상추 100g 소매가격(적 상추, 상품)은 770원으로 1년 전(734원) 대비 4% 올랐고, 평년 대비(637원) 20% 상승했다.

이로 인해 직접 채소를 기르는 이른바 ‘홈파밍’ 또는 ‘채소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채소 모종이나 씨앗은 1천~5천원 수준으로 저렴하고, 한 번 심으면 여러 차례 수확이 가능해서다.

한 달 전부터 빌라 베란다에서 상추를 재배하고 있는 주부 이모(45)씨는 “4인 가족이 먹을 채소를 매번 구매하기도 부담되고, 막상 사더라도 남아서 버렸다”며 “직접 키우니 신선한 채소를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뜯어 먹을 수 있어 경제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몰에서는 작물을 키우는 홈가드닝 상품 매출이 증가세다.

광주 지역 이마트에서는 지난 1~18일 홈가드닝 상품이 전달 대비 37% 신장했다. 품목별로는 식물 54.4%, 가드닝용품 13.7%, 화분·받침 18.8%, 영양제·씨앗 13.6%, 배양토 6.7% 순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는 올해 1~2월 두 달간 텃밭 키우기 세트 매출이 전년대비 59% 증가했다. 바질 등 허브식물 씨앗 매출도 58% 뛰었다. 방울토마토, 참외 등 과실 씨앗 매출 역시 45% 증가했다.

직접 채소를 키우는 것 외에도 모바일 상에서 농산물을 키워 실제로 채소를 받아 볼 수 있는 앱테크 ‘팜(Farm) 게임’도 인기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 공동구매 커머스 플랫폼 올웨이즈가 운영하고 있는 ‘올팜’은 2021년 출시된 이후 다운로드 수가 500만회를 넘어섰다. ‘올팜’은 앱 이용자가 작물을 재배하면 실제 해당 작물을 택배로 보내주는 작물 육성 콘텐츠다.

온라인 마켓 마켓컬리 역시 지난해 농사 게임인 ‘마이컬리팜’을 선보였다. 컬리 앱 안에 꾸며진 가상 테라스에서 온라인 작물을 키우는 게임이다. 고객은 토마토, 양파, 아보카도 등을 키울 수 있고 컬리는 게임 보상으로 해당 작물을 현물로 배송해 인기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냉해 피해와 최근 내린 잦은 비로 인해 당분간 농산물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며 “때문에 직접 작물을 키워 먹는 ‘자급자족형’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고 말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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