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조대감은 옥동의 신발을 부여잡고 마당에 앉아 스스로 위안(慰安)하며 소리 없이 흐느끼는 것이었다.

‘이! 이게 말 안 듣는 못난 자식 기르는 아비의 마음이란 말인가! 가슴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썩어 문드러지는구나! 아아아!……’

조대감은 망연자실(茫然自失) 넋 나간 듯 마당에 한동안 그렇게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밤길 멀리 와서 곤히 자고 있을 옥동을 생각하고는, 신발을 다시 댓돌 위에 조용히 올려놓고 혹여 누가 볼세라 비틀비틀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조대감은 이불 깃을 비집고 들어가 잠자리에 누웠다. 효경(孝經)에 이르기를 입신양명(立身揚名)이 효지종야(孝之終也)라고 했던가! 높이 출세(出世)하여 부모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이 효도의 마침이라! 그러기에 과거급제(科擧及第)하여 왕명(王命)을 높이 받들어 관직에 오르는 것이 곧 입신양명이라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을 보면 ‘맹무백이 효가 무엇입니까? (孟武伯問孝)’ 라고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께서 말했다.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이 들까 걱정이다(子曰 父母唯其疾之憂). 왜 성현 공자는 자식이 입신양명하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하지 않고 병들까 걱정이다고 대답했을까? 물론 맹무백이 허약하여 그렇게 대답했다고 한다지만, 말 안 듣는 자식을 둔 사람은 말 안 듣고 큰 잘못을 저지를까 늘 걱정하는 것이었다. 자식이 건강하게 도덕적인 삶을 건실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가 바라는 바일 터이고, 또 그렇게 모든 자식이 잘살 수 있겠지만, 입신양명하기를 바랐다가 자칫 그 뜻을 이루지 못하면 불효(不孝)라고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으로 말한다는 것은, 크나큰 잘못일 것이었다. 왜냐하면, 과거급제하여 입신양명하는 것은 그 숫자가 늘 극소수로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절대로 보편적(普遍的)인 효의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효경(孝經) 기효행편(起孝行篇)에 이르기를 ‘윗자리에 올라 교만하면 망하고(居上而驕則亡), 아랫사람으로서 난동을 부리면 벌을 받고(爲下而亂則刑), 무리와 다투어 무기를 들어 사람을 상하게 하고(在醜而爭則兵), 이 세 가지를 없애지 않으면(三者不除), 비록, 매일 소, 양, 돼지를 잡아 부모를 봉양하여도(雖日用三牲之養), 오히려 불효가 되느니라(猶爲不孝也) 라고 했던 것이었다. 윗자리에 올라 교만한 사람, 아랫사람으로서 예를 모르고 함부로 날뛰는 사람, 패거리와 다투며 칼을 들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난폭한 사람은, 제아무리 지위를 얻고 큰돈을 벌고 일약 입신출세(立身出世)하여 부모에게 끼니마다 갖은 고기반찬에 진수성찬(珍羞盛饌)과 돈 보따리를 수레로 가득 실어 가져다준다 해도 그것은 불효라고 한 것이 아닌가!

조대감은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끙!’ 하고 신음을 토해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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