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탈색, 제모 등으로 증거인멸 시도
“약 구해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 위협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로에 놓인 전 국가대표 야구선수 오재원이 선수 시절부터 수면제를 과도하게 복용했으며, 은퇴 후에는 상습적으로 필로폰까지 투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재원이 머리 탈색, 제모 등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디스패치는 21일 오재원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공범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오재원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보도했다.

오재원과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A 씨에 따르면, 오재원은 선수 시절인 5~6년 전부터 수면제 중독이었으며, 다른 사람을 통해 대리처방을 받아서까지 복용할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야구 아카데미 수강생을 통해 대리처방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A 씨는 “약을 구해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위협했다”면서 “지쳤다.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 2020년 이후로 연락을 끊었다”고 디스패치에 말했다.

그러나 오재원은 마약류 중에서도 환각성과 중독성이 높은 필로폰에까지 손을 댔고, 은퇴한 지 한달여가 지난 2022년 11월 A 씨를 호텔로 불러 함께 필로폰을 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A 씨는 이에 넘어갔고, 이후 함께 필로폰을 한 것만 13차례라고 밝혔다. 장소는 호텔이나 야구 아카데미 등이었다.

오재원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오재원은 헬스장, 사우나 등에서 몸에 수분을 ‘무한반복’해서 빼고 염색으로 모발의 단백질 케라틴을 없앴다. 또 가수 박유천의 사례를 교과서로 삼아 온몸의 털을 제모했고 차량 트렁크에 토치를 챙겨다니며 주사기, 솜 등 증거를 인멸했다.

그러나 꼬리는 결국 밟혔는데, 지난해 4월 오재원이 강남에 위치한 지인 집을 방문했다가 필로폰과 주사기를 안경통에 넣어 아파트 소화전에 숨긴 것이 소화 점검을 하던 경비원에게 발각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경찰은 오재원을 둘러싼 마약 사건을 주시하게 됐다.

그러다 지난 9일 A 씨는 자수를 결심하고 오재원에게도 이를 권했는데, 오재원이 자수를 거절하고 A 씨를 폭행하면서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오재원은 지난 10일 한 차례 마약 혐의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고, 경찰은 오재원을 귀가시켰다.

그러나 이후 정밀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오재원의 마약 투약 단서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했다. 오재원은 경찰 조사 끝에 마약 투약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모발 등에 대한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는 다음주쯤 나올 전망이다.

오재원은 현재 체포돼 21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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