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현(남도일보 사회부장)

 

오승현 남도일보 사회부장

필자가 운전면허를 딴지 올해로 30년째다. 운전을 한 지가 오래됐다고는 하지만 골목길을 들어 설때마다 간담이 서늘 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유인즉슨 얼마전 전남대 후문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아주 천천히 전방을 주시하며 차를 움직였다.

이후 한 아이가 차 앞으로 뛰쳐 나오더니 본네트를 손바닥으로 내려 치는 것이 아닌가. 천천히 차를 움직였지만 얼마나 놀랬던지 차에서 내려 아이에게 괜찮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아이가 나에게 “아저씨는 안놀랬냐”고 되묻는 게 아닌가. 놀란 가슴을 가다듬으며 차에 오르기전 경사로에 주차된 차량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던 곳도 경사로였고 이곳에 주차된 모든 차들 타이어에는 고임목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이들이 경사에 주차된 사이에서 술래잡기를 하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하준이법이 시행된지 4년째지만 아직도 사소한 것 하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고임목 등 미끄럼 방지 시설을 의무화한 일명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이 4년째 시행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준이법은 지난 2017년 10월 과천시 서울랜드 주차장 경사로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차량에 4세 최하준군이 부딪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2019년 법 개정에 따라 경사진 주차장에서는 반드시 고임목 등 미끄럼 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경사진 곳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해야 한다. 위반하면 6개월 미만의 영업정지 또는 300만원 미만의 과징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준이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4년째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상당수 운전자들은 경사면 주차 시 의무적으로 돌멩이나 고임목 등으로 바퀴를 고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평소 갖고 다니지 않으면 그런 도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최소한 앞바퀴의 방향을 틀어 주차라도 해야 덜 미끄러지는데 이마저도 잘 안 지킨다.

주차 관리자 등이 고임목 도구를 갖추거나, 경사면 안내판을 설치해야 하는데 안 지키는 곳도 있다. 고임목함이 구비돼 있어도 운전자들이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 자체가 유명무실할 정도다.

여기에 자치구에서는 예산 한계와 분실 등으로 경사지 주차장 곳곳에 고임목과 보관함을 설치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단속차량 내부에선 고임목 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현장반 직원들이 일일이 내려서 확인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임목까지 단속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경찰과 협의해 고임목 설치·핸들 틀어놓기 등 홍보·계도하면서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일이 말로 언급하다간 날을 새고도 남겠지만 운전자들이 유명무실한 시행법령을 숙지해 다시금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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