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술 몇 잔과 잔돈푼, 그리고 주머니칼 들고 작은 밥자리 잡고 깨춤을 추는 패거리들 이리저리 몰고 다니며 탐욕(貪慾)과 부정부패(不正腐敗)에 찌들어 세상을 기만(欺瞞)하고, 부당하게 지위를 얻고 이른바 번쩍번쩍 휘황하게 세속출세(世俗出世)하여, 그 부모에게 날마다 산해진미(山海珍味)를 구해다 먹이고, 진기(珍奇)한 황금보석(黃金寶石)으로 제아무리 감싼다고 해도 결코, 효가 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혹여 내가 이런 삶을 살아왔고, 또 옥동에게 그런 자식이 되도록 바란 것은 아니었던가?’

조대감은 스스로 자문자답(自問自答)하며 지그시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모름지기 올바른 정신 가진 부모라면, 자식이 강도(强盜)나 도둑질을 한 것이나, 도박으로 딴 돈이나, 부정한 뇌물을 잔뜩 챙겨 와서 자기 부모에게 좋은 집에 살게 하고, 좋은 음식 해먹이고, 좋은 옷 사 입히고 남부럽지 않게 떵떵거리며 산다고 한다면, 그것을 여기저기 뽐내고 자랑할 일은 결코 아닐 것이었다. 정당한 방법이 아닌 아첨아부(阿諂阿附)로, 뇌물로, 부당한 술수로 요행(僥倖)히 천하대위(天下大位)를 얻었다 해도, 그것이 어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할 일인가! 권력으로, 지위로, 황금으로, 죽어서는 무덤 앞 돌비석에 빛나는 문장(文章)으로 새겨서까지 제아무리 그 허물을 감추고 아름답게 치장(治粧)한다 해도 그 흉(凶)은 항상 가슴속에 피 흐르던 처음 그대로 시퍼렇게 살아 꿈틀거리는 것 아닌가! 그러기에 시쳇말로 사람들 절대로 영원히 속일 수 없고, 더구나 자신은 절대로 속일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조대감은 문득 어려서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이야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모내기, 보리 베기에 연일 바쁜 어느 늦봄이었다. 깊은 산골 마을에 자식이 아홉이나 되는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쌀 뒤주가 바닥나고 산나물 들나물을 캐와서 나물죽으로 연명하는 철이었다. 매일 농사일로 고되고 먹을 것이 없어서 힘이 드는데, 한참 자라는 아이들은 굶주림으로 풀뿌리를 캐서 씹었다.

보리 베기가 끝나고 보니 옆 밭에 그 밭 주인이 심은 감자꽃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두둑 아래에는 커다란 감자가 실(實)하게 여물었을 것이었다.

“와! 감자 먹고 싶어!”

여덟 살 먹은 계집아이가 그렇게 외치면서 감자밭에 성난 범처럼 달려들어 감자 둔덕을 순식간에 파헤치더니 서너 알의 주먹만큼 큰 감자알을 손으로 감싸 쥐었다.

“와! 나도! 나도!”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안돼! 안돼! 남의 것 손대면 절대! 안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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