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에 붙은 특이한 모양새 ‘양치식물’로 착각하기 ‘딱좋아’

애벌레, 녹색 몸통에 흩어진 흰실
숨구멍선 굵은 흰색…먹이 갯버들
나방, 뒷날개 연갈색 무늬 ‘눈에 띄어’

왕무늬푸른자나방(2023년 9월 5일, 광덕산)
왕무늬푸른자나방(2023년 9월 5일, 광덕산)

올 한해를 맞이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3월도 하순에 접어든다.

연일 강한 바람과 반갑지 않은 미세먼지 그리고 꽃샘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바람결에선 봄내음이 물씬 풍긴다. 새순이 돋으면 만나게 될 애벌레들을 떠올리면 마음은 벌써 부자가 된 기분이다.

2023년 9월 5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천안의 광덕사를 찾았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않아 그곳 애벌레들을 같이 찾아 보기로 진즉부터 약속했었는데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충청도 여러 산을 다녀 볼 생각인데 얼마나 가 볼수 있을지 모르겠다.

광덕산은 전에 혼자 몇 번 올라갔었는데 그땐 애벌레를 거의 보지 못했다. 아마도 실력차이인 것 같다. 그동안 자주 봐 왔던 애벌레들 그리고 처음 보는 애벌레 등을 허운홍 선생은 정말 잘 찾아 내다. 남도 지방에서 애타게 찾아 해메던 꽃술재주나방 애벌레는 아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9월에 접어 들었지만 무더위는 여전하다.

그늘에 앉아 김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다시 발길을 옮기는데 참나무 잎에 멋진 나방 한 마리가 눈에 띈다.

나뭇잎 색과 너무 흡사해 그냥 지나칠뻔 했는데 앞날개 외횡선 바깥쪽으로 있는 흰색 무늬, 뒷날개 전연 중간에서 후연까지 넓게 있는 연갈색 무늬가 있어 나방임을 알 수 있었다.

왕무늬푸른자나방이다. 자나방과(Geometridae) 푸른자나방아과(Geometrinae)에 속하는 나방인데, 날개에 푸른색, 녹색 등이 있어 매우 아름답다.

아직 본적은 없지만 검띠발푸른자나방, 쌍눈푸른자나방, 멋쟁이푸른자나방등 다양한 푸른자나방이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보니 이름을 붙여주지 못한 애벌레가 있어 허운홍선생께 여쭤봤는데 애기기생푸른자나방인지 톱니줄무늬푸른자나방인지 구분이 힘들다는 답을 주신다.

2018년 7월 무등산 용추계곡에서 만난 녀석인데 참나무류 잎에 붙어 있었다. 도감을 보며 녀석들을 비교해봐도 너무 비슷하여 도저히 모르겠다. 직접 키워서 우화시켜봐야 어떤 녀석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뭇잎과 같은 녹색의 날개, 앞날개 후연각과 뒷날개 외횡선 뒤쪽은 황백색 무늬가 아름다운 왕무늬푸른자나방의 애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모습이 참 희한하게 생겨 만난 적이 있는 것같은데 자료를 뒤져봐도 없다. 덕분에 다른 푸른자나방류의 애벌레들을 다시 소환해 뇌리에 기억해 두는 호사를 누린다. 부랴부랴 허운홍선생께 애벌레 사진을 부탁드리니 흔쾌히 보내 주신다. 왕무늬푸른자나방 애벌레는 머리를 밑으로 숙여 잘 보이지 않고, 배마디마다 양쪽으로 삼각 깃 모양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서 마치 양치식물 잎처럼 보인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실제 자연에서 왕무늬푸른자나방 애벌레를 봐도 그냥 지나칠 것 같다. 워낙 특이한 모습이라서 말이다. 몸은 녹색이고 흰 실 같은 것이 흩어져 있으며 숨구멍선은 굵은 흰색이다. 흑자색 무늬가 있는 개체도 있다. 유충시기는 5~6월이며, 길이는 20㎜ 정도다. 다 자란 애벌레는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어 17일 지나면 우화한다.

왕무늬푸른자나방 애벌레는 갯버들을 먹고 산다.

한적한 숲길이나 개울가 어디든 흔하게 보이는 갯버들, 벌써 예쁜 꽃망울을 피워내고 있을 것이다. 봄이 무르익으면 새순이 돋고 어쩌면 올해는 왕무늬푸른자나방 애벌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왕무늬푸른자나방 애벌레(2019년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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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버들(2023년 3월 3일, 수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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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버들(2020년 2월 29일, 광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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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자나방 애벌레(2018년 7월 3일, 용추계곡)
푸른자나방 애벌레(2018년 7월 3일, 용추계곡)
푸른자나방 애벌레(2018년 7월 3일, 용추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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