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어린 계집아이가 남의 밭의 감자를 캐서 훔쳐 와 그 감자 된장국을 끓였는데, 그것을 맛있게 떠먹는 아버지 어머니를 그 아홉 아이가 보았다고 하자, 그 아이들은 그 순간 도둑질에 대한 도덕적관념(道德的觀念)이 머릿속에서 깡그리 지워지고 말았을 것이었다. 아니, 그 아홉 자식을 그 순간 모두 도둑을 만들어버렸을 것이었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어린아이가 도둑질해 온 것, 그것을 알면서도 맛나게 먹는 부모, 그런 부모라면 아이들 교육은 이미 포기해 버린 것이 아니겠는가? 아마도 거기에서 인간과 짐승의 차이가 따로 구별(區別)되는 것이었다. 짐승이라면 얼마든지 그것이 가능할 일이지만, 인간이라면 그것도 부모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온당치 못한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을 본 자식들은 그것이 곧 진리(眞理)가 되고 말 것이었다.

조대감은 그것을 생각한 것이었다. ‘부정(不淨) 탄다! 부정 탄다!’ 하는 시쳇말이 있는데, 깨끗하지 못한 물건 집안으로 들어오면 온갖 흉악(凶惡)한 일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온갖 진기(珍奇)한 것들을 차지해 누리는 자들이 아무리 세상에 높이 득세(得勢)했다 치더라도 그것의 뒤끝은 필연코 흉(凶)할 것이었다.

그날 밤 저녁 밥상머리에서 아버지 어머니 또한 그 감자 된장국을 수백 번 떠먹고 싶었겠지만 절대로 수저가 가서는 아니 되는 까닭은 그 아이들의 미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둑질한 감자 된장국을 맛나게 먹는 아버지 어머니로 비쳤다가는 그 아이들은 도둑질을 해와서라도 잘 먹기만 하면 된다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훗날 그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반드시 크게 작용할 것이었다. 그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것이 염려되었던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너는 커서 부자 되어 잘 살아라!’ 하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탓으로 그 아이가 생각하기에 부자 되는 법은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것이므로 가장 쉽게 돈을 버는 길은 아이가 생각을 해보니 도박(賭博)이요, 강도(强盜)요, 도둑질이었다. 더구나 관에 붙잡혀 가지 않을 합법적(合法的)인 도둑질에 강도에 도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러다 보니 한탕주의 대박에만 빠져 평생 더 많은 돈만을 쫓아 날뛰다가 결국, 전 재산(財産)을 탕진(蕩盡)하고 결국 빚쟁이가 되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말지 않은가! 그러기에 ‘스스로 땀 흘리고 노력하며 근면성실(勤勉誠實)하게 욕심 없이 살면서, 혹여 돈이 있다면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살아라!’라고 가르쳤다면 절대로 그럴 리는 없었을 것이 아닌가!

조대감은 눈을 지그시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허허! 부자 되어 잘 살아라! 하는 것과 글공부 일등으로 잘하여 과거급제하여 높이 되어 떵떵거리며 여기저기서 대접받고 잘 먹고, 잘 살아라!’라고 가르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것이 곧 자식을 망치는 지름길이요! 자신 또한, 망치는 길임을 조대감은 그날 새벽 그 옛날 할머니의 감자 된장국 이야기를 다시금 새겨보며 가슴 깊이 깨달았던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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