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영의정 나리! 이런 혼탁(混濁)한 세상에 무슨 영화(榮華)를 더 누리겠다고 깨끗한 이름을 그리 더럽히고 있나이까!”

“네 이놈! 이런 발칙한 놈! 어느 안전(案前)이라고 길을 막고 함부로 망발(妄發)이냐! 목숨이 열 개라도 된단 말이더냐!”

호위병사(護衛兵士)가 호통을 치면서 순간 칼집에서 휙! 칼을 꺼내 들고 곧바로 삼용의 목을 겨누는 것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번 휘둘러 치면 삼용의 목은 길 가운데 떨어져 뒹굴 찰나였다.

“허흠! 그만두어라!”

그때 가마 위의 하얀 수염을 휘날리는 영의정이 호위병사를 보며 말했다. 사납게 부라려 뜬 눈으로 삼용을 노려보던 호위병사가 칼집으로 칼을 쓱 거두어 잽싸게 넣더니 고개를 수그리고 말했다.

“예! 영의정 나리!”

모가지가 댕강 잘려나갈 순간을 가까스로 모면한 순간이었다.

“저자를 붙잡아 집으로 데리고 오너라!”

“예! 영의정 나리!”

삼용은 호위병사에게 그 즉시 붙들려 영의정 집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공자가어(孔子家語) 변정편(辯政篇)을 보면 간군오의(諫君五義)에 대한 구절이 있다. 군왕(君王) 즉 윗사람에게 바른말을 하여 간(諫)하는 방법 다섯 가지이다. 첫 번째는 속일 휼(譎) 자를 쓰는 휼간(譎諫)이다. 넌지시 돌려서 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리석을 당(戇)자를 쓰는 당간(戇諫)이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강간(降諫)이다. 자신을 낮추고 납작 엎드려 간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직간(直諫)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곧장 찔러 간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풍간(諷諫)이다. 다른 일에 풍자하여 견주어 간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간하는 방법은 윗사람의 성격(性格)이나 상황(狀況)에 따라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구사하여야 효과(效果)가 있을 것이었다. 충언(忠言)하려 한 것이, 자칫 잘못하여 윗사람의 오해(誤解)를 불러일으켜 반감(反感)을 사게 된다면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져 끝장이 나고 말 것이었다.

그렇다면 일개 무지렁이 백성 삼용은 감히 영의정 앞에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길을 막고 달려들어 목숨을 걸고 직간을 한양이 되고 말았으니 도대체 무슨 연유인가? 집에 당도한 영의정은 주안상(酒案床)을 사랑방에 차리게 하고는 다른 사람은 얼씬하지 못하게 하고 삼용과 단둘이 마주 앉았다. 영의정이 삼용의 술잔에 술을 부어 채워주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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