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신 박노식 시인, 다섯 번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출간
삶 속에서 피어난 외로움 담아
결핍서 파생된 ‘설움’ 녹여내

 

박노식 시인

박노식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삶창)’가 출간됐다.

광주 출신인 그는 시인의 되기까지 여러 삶의 여정을 거쳤다. 박 시인은 1962년 광주에서 출생해 광주공고와 조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수료했다. 2015년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 등을 펴냈다. 2018년에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현재는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며 ‘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네 번째 시집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 출간 이후 1년 만에 이번 시집을 펴냈다. 이처럼 쉼 없이 시집을 출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절함에 있다.

박 시인은 오랜 기간 ‘시’를 사랑했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동경을 품었다. 10대 시절부터 품었던 시인의 꿈은 가장으로서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접어야 했다. 시인의 꿈은 여러 번의 사계절을 보내고 50대에 접어들고 나서야 이루게 됐다.

박 작가에게 글쓰기는 특별했다. 방황하던 10대 시절 바로잡아 준 것 또한 글을 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공고를 나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3년 내내 힘들었고, 자격증 하나 따지 못하고 졸업했다. 그럼에도 그는 고교시절 문학 동아리를 만들어 ‘사랑’이라는 동인지까지 펴냈다.

그는 “제가 장남이어서 빨리 취직해 돈을 벌어야 해 공업고등학교 기계과로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제 적성과는 맞지 않았다”며 “졸업할 때까지 자격증 하나 취득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저와 비슷한 갈등을 겪었던 친구 5명과 문학 동아리 ‘청년’을 만들었고 ‘사랑’이라는 동인지를 출간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서울의 한 봉제공장에 취직한 박 시인은 문학인의 꿈을 접지 못하고, 5년 만에 조선대 국문과로 진학했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당시 학원 민주화 등으로 학교가 시끄러웠다. 대자보 등을 쓰며 시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이후 졸업하고 학원 강사 일을 하면서 문득문득 시를 쓰고 싶다는 창작 열망에 휩싸였다.

박노식 지음/삶창 펴냄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은 어느 것 하나 가릴 것 없이 시인이 버텨내고 있는 시작(詩作)의 내공이 고루 스며들어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물론 삶 속에서 피어난 괴로움과 외로움 등이 잘 묻어난다. 이는 박 작가의 경험 속에서 피어난 감정들이다.

시인은 글을 통해 자신의 눈물을 쏟아낸다. 가슴이 먼저 울어버린다는 것은, 모두 시(詩)다. 이번 시집 또한 ‘결핍’에서 파생된 ‘설움’을 녹여냈다.

“눈 그친 후의 햇살은 마른 나뭇가지를 분질러 놓는다/ 때로 눈부심은 상처를 남기고/ 산새는 그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거나 종종거리지만/ 시린 몸이 노래가 될 때까지 겨울나무는 견딘다/ 하지만 그가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은 가슴이 먼저 울어버리기 때문이다”(‘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전문)

그는 햇살에 가지가 부러진 겨울나무가 ‘노래가 될 때까지’ 견디는 것은 나무의 ‘가슴이 먼저 울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삶에는 상처가 도처에 그리고 아무 때나 있다. 위 시에서도 비바람이나 폭설이 상처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눈부심’이 상처를 남긴다고 말한다.

‘운주사, 석조불감 앞에서’라는 부제가 붙은 시 ‘손을 모아봐’는 화자의 내면에 자리한 어떤 간절함과 상실감을 노래한 작품이다. “겨울 화분에 싹이 올라오는 순간처럼 손을 모아봐”라는 읊조림 속에는 현실의 막막함을 이겨내려는 간절함이 깃들어 있다.

시인은 “이 시는 체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며 “운주사의 매표원으로 2021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근무하면서 무려 200여 편의 시를 쏟아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서 체험이 주는 생생함이 느껴지는 것은 그 이유다.

박 시인은 오는 5월에는 꽃말을 주제로 한 여섯 번째 시집 출간과 함께 시 작업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는 “현재 여섯 번째 시집 출간을 앞두고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꽃말을 주제로 한 시집이고 시화집입니다. 예를 들면 호박꽃의 꽃말이 사랑의 용기인데 그 꽃말을 주제로 시를 쓰는 것이다”며 “앞으로 서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글을 쓰고 싶다. 시장 상인, 어민 등 그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삶의 진정성을 시로 녹여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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