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첫 출간 이래 꾸준히 사랑
“절체절명 궁지에 몰렸던 나를 구원”

 

윤흥길 지음/현대문학 펴냄

윤흥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며 꾸준히 사랑받아온 소설 ‘완장’의 출간 40주년 기념 특별판인 제5판이 출간됐다.

‘완장’으로 상징되는 권력의 의미와 그 남용이 가져오는 폐해를 해학적으로 그린 이 소설은 1983년 장편소설로 처음 출간된 이래 스테디셀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완장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 사회에 팽배했던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억울한 삶을 조명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비극과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짚은 수작이다.

갑자기 권력을 갖게 된 사람이 그 맛에 취해 약자를 괴롭히는 등 행패를 일삼는 모습을 흔히 ‘완장을 찼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이런 표현이 대중화된 시발점이 바로 이 작품이다. 그만큼 한국 문학사와 한국인들의 정신세계, 문화 전반에 이 소설 한 권이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작가는 제5공화국의 군부독재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80년대 초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중편 분량의 ‘완장’을 발표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예상 외로 뜨거운 것을 확인한 편집자는 완장을 장편으로 재구성해 연재하자고 제의했고, 그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장편소설 ‘완장’의 제1판이 1983년 빛을 보게 된다.

윤 작가가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한 것은 시국 사건의 여파로 지리산 노고단 아랫마을에 홀로 칩거하던 때였다.

맞춤법 오류와 사투리 표기를 바로잡고 문장을 다듬은 이번 특별판에는 작가가 새로 쓴 ‘작가의 말’도 수록됐다. 궁지에 몰렸던 자신을 구원한 것이 바로 ‘완장’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윤 작가는 “작가인 나를 일개 미물 같은 존재로 전락시킨 거대 권력에 효과적으로 보복하는 길은 역시 작가의 펜을 무기 삼아 권력 그 자체를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물건으로 희화화함으로써 실컷 야유하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며 “이 소설을 씀으로써 나는 비로소 실의와 자괴지심을 딛고 재기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이 소설이 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렸던 나를 구원한 셈이다”고 말한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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