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가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회사 양재열사장은 13일 미국의 투자그룹인 왈리드엘로마측으로부터 32만달러의 외자유치 협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빅딜 등으로 노·사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동요했던 광주공장은 안정을 되찾게 됐다.
대우전자의 외자유치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제조업체가 변변치 않은 광주에서 대우전자 광주공장의 위치는 결코 만만치 않다. 매출과 수출규모를 따지지 않더라도 1천600여명의 노동자가 고용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존재가치와 영향력은 가볍게 평가하기 어렵다.
지역내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문제의 공장이 8개월 가깝게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은 곧 지역경제의 피해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발단은 지난해말 정부가 빅딜을 발표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노·사는 빅딜에 반대하며 광주와 서울까지 찾아가 원정시위를 하느라 극심한 혼란이 계속됐다.
결과는 회사의 존립 자체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의 신용도는 나날이 떨어지고 자금난은 가중됐다. 종업원들의 고용불안은 내일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혼미했다. 뿐만 아니다. 협력업체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빅딜발표이후 적지 않는 협력업체들은 어음지급기일이 늦어져 회사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외자유치의 성공은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우선 유치규모가 32억달러에 달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실적가운데 가장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엘로마측이 종업원 모두를 고용승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어떠한 다짐보다 생계를 좌우하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조치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엘로마측은 공장인수에 따른 실사작업에 착수한다고 한다. 실사과정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나올지는 예단할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변수가 나오지 않도록 대우전자측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큰 덩어리의 계열사가 쪼각쪼각 잘려 나간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대우그룹 자산규모는 국내 2위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같은 덩치가 구조조정을 위해 분리 매각되는 것은 착잡하기 조차하다. 더구나 수십년동안 심혈을 기울려 쌓아올린 브랜드마저 소멸될 상황이라니 결코 기쁜소식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그룹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우리나라 5대그룹은 선단식 또는 문어발식 기업확장으로 자멸의 길을 초래한 우를 범했다. 그들은 IMF환란을 조금 벗어나자 눈감고 아웅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미루거나 더 확장하다 오늘의 수모를 겪고 있다. 바로 과거의 타성을 버리지 못해 호미로 막을 것을 삽으로도 못막는 꼴이 됐다.
우리는 지역의 대표기업이랄 수 있는 대우전자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 건전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국제화 시대에 주인이 누구냐는 별로 문제가 아니다. 다만 종업원들이 고용의 안정, 지역 이미지와 스스로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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