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생·영유아 100명 광주에
월곡동 인근 학교 등서 적응 ‘분투’
가족들 한글 구사 못해 습득 어려움
하남중앙초 방학기간 보충수업 ‘열의’
고려인마을도 주2회씩 한글교실 운영
시교육청, 교육여건 개선 예산확보 나서
학생들 “더 빨리 더 많이 배우고 싶어”

 

고려인 집단 거주지인 광주 광산구 월곡동 다모아어린이공원에서 고려인 자녀들이 축구를 하며 동심을 즐기고 있는 모습. 월곡동과 인근에는 고려인 7천여명이 거주해 고려인마을로 불린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고려인마을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윤영미 한국어 강사가 종이접기 수업방식으로 고려인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광주에 온 우크라이나 고려인 전쟁난민은 어른들만 해당되지 않는다. 부모들이 한국에 올때 데리고 온 자녀들도 상당수다. 국내외 고려인사회에 알려진 ‘광주에 가면 먹고 살 수 있고, 아이들 학교도 보낼 수 있다’는 소문에 자녀를 동반한 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광주가 고려인을 비롯한 다문화 자녀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고려인마을로 불리는 광산구 월곡동에는 어린이집 역할을 하는 돌봄센터, 아동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는 고려인을 비롯한 다문화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실을 별도 운영하는 등 교육시시스템이 잘 갖춰 진 편이다. 여기에 중도입국 청소년(중·고등학생)이 다니는 새날학교(광산구 삼도동)도 있다.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다.

 

 

하남중앙초등학교가 여름방학에 개설한 한국어 보충수업의 초급반 수업 모습.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이같은 교육 기반은 초등학교 규모와 교육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지난해 4월 1일 기준으로 파악한 대반초·월곡초·영천초·하남중앙초 등 고려인마을 인근 초등학교 4곳의 다문화 학생은 모두 418명이다. 이 가운데 고려인 자녀들이 286명으로 전체 다문화 학생 절반을 넘는다. 학교에 따라 전체 학생 중 고려인 비율은 최소 5%에서 최대 31%나 된다.

대반초(전체 학생수 518명)가 전체 다문화 학생 144명 중 124명이 고려인 학생이다. 고려인이 전체 다문화 학생의 86%, 전체 학생의 24%다. 하남중앙초(321명)는 다문화 132명 중 102명이 고려인으로 다문화 학생의 77%, 전체 학생의 31%를 차지한다. 학생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고려인 자녀다. 또 월곡초(755명) 95명 중 39명, 영천초(327명) 47명 중 21명으로 나타났다.

고려인 학생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 많아지는 상황이다. 시교육청이 지난 6월 30일까지 집계한 이들 4개 초등학교에 전쟁이후 입학한 고려인 학생은 하남중앙초 16명, 월곡초 7명, 대반초 6명, 영천초 3명 등 32명이다. 7월부터 8월 10일 사이 학교에 온 학생도 10명 가량으로 알려졌다.

초등학생만 있는 게 아니다. (사)고려인마을이 자체 운영중인 돌봄센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8명이 새로 왔다. 3~7세 아동들을 돌보는 이곳에는 8월 10일 현재 35명의 고려인 아동들이 다닌다. 또 하남중·월곡중 ·산정중·송정중에 학적을 둔 중학생도 10명이나 된다. 이들 학적은 해당 학교에 두고, 공부는 중·고교과정 다문화학생 위탁교육시설인 새날학교에서 한다.

고려인마을은 초·중학생에 미취학 아동까지 포함할 경우 고려인 전쟁난민 자녀 100명 정도가 광주에 온 것으로 추정한다. 학생들의 경우 학적부 등록상 그 숫자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2세 이하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집에서 돌보고 있어 공식적인 통계는 잡히지 않는다. 학교 입(전)학에 필요한 서류 준비 중인 학령기 아이들도 2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인 자녀들은 전쟁으로 중단된 배움을 이어가고자 분투하는 상황이다. 자녀 대부분은 한국어를 전혀 모른채 광주에 왔다. 초등학생의 경우 재학중인 학교에서, 중·고등학생은 위탁교육시설인 새날학교에 한국어를 배우고 있지만 쉽지 않다. 교과수업 이해는 물론 한국생활 적응을 위해선 한국어 습득은 선결과제다.

 

 

하남중앙초등학교 여름방학 한국어 보충수업 중급반 수업 모습.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이에 고려인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선 학기중에 하루 2시간, 주 10시간씩 한국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저학년은 하루 2시간, 고학년은 하루 4시간씩 일반학생과 통합 교과수업도 한다. 한국어수업의 경우 광주시교육청이 지원하는 한국어강사들이 맡아 한국어 수준에 맞춰 초·중·상급반으로 나눠 진행한다. 중·고등학생들은 학력인정 다문화학생 위탁교육시설인 새날학교에 한국어를 익힌다. 돌봄센터 아이들은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고려인이 아이들을 돌보면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이런 교육에도 고려인 학생들의 한국어 익히기는 기대만큼 더디다는 게 학교와 고려인마을측 설명이다. 언어 습득은 가정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는데, 부모들도 한국어를 할 수 없어 부모와 자녀가 집에서는 러시아말로 소통한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는 같은 고려인학생들과도 러시아를 대화를 한다. 당장 의사소통이 가능한 러시아어를 먼저 사용하다보니 한국어 배우기가 늦을 수 밖에 없다. 학교에서 배우는 언어와 가족, 친구들과 사용하는 언어가 서로 다른 것이다. 방학을 마친 뒤에는 학기중 배운 한국어를 모두 잊어버릴 정도다.

이같은 문제를 인식한 하남중앙초는 방학중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희망자 16명을 대상으로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2주동안 하루 2시간씩 수준별 한국어교실 3개반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하남중앙초를 찾았을때 초급반 학생들은 ‘가갸 고교’와 낱말을 배우는 중이었다. 상급반에선 문장 표현을 배우고 있었다. 한국강사가 PPT를 활용해 책상을 가리키면서 “이것은 의자입니까”하고 물으면, 학생들은 “그것은 의자가 아닙니다. 책상입니다”고 한 목소리로 답변하곤 했다.

 

 

하남중앙초등학교가 여름방학에 개설한 한국어 보충수업의 초급반 수업 모습.

 

이 학교는 평소 학기중에는 한국어교실 6개반을 개설한다. 그런데 반별로 학생수가 10명 안팎이어서 학습 효율이 떨어진다고 한국어교실 담당 김완식 교사는 말한다. 언어습득을 위해서 1대1 맨투맨식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10명 학생을 한꺼번에 지도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 학생들의 집중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반초 등 다른 학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고려인마을에서 진행하는 한국어수업은 형편이 더 좋지 않다. 고려인마을에선 광주시교육청(송정도서관)지원을 받아 1주일에 2차례 총 4시간씩 청소년센터에서 한국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초등학생을 비롯 중·고등학생, 심지어 성인들까지 참여한다. 한 차례 수업에 많게는 50명 정도가 강사 1명으로부터 수업을 받는다. 연령대는 물론 한국어 이해 및 구사 수준도 다르다. 수업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강사가 동요 부르기,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등 등 다양한 방법으로 흥미를 유발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할아버지의 땅 대한민국에서 하나라도 더 많이, 더 빨리 배우려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전쟁이후 가장 먼저 광주땅을 밟은 최마르크(11)군은 “5개월 정도 학교와 고려인마을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생각보다 늘지 않았다. 지금쯤은 중급 수준이어야 하는데 초급 수준이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아 어떤 사람이 될 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어를 하루라도 빨리 배워 공부를 많이 하고 싶다”며 열의를 보였다.

 

 

(사)고려인마을이 운영하는돌봄센터 모습. 3~7세 미취학 아동을 돌보는 이곳은 어린이집 역할을 하고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5월 11일부터 하남중앙초에 다니는 김 마르실(여·10)에는 방학중에도 한국어수업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리듬체조 선수 꿈이라는 그는 “처음 학교에 올때는 모든 게 낯설어 두려웠는데, (한국) 친구들이랑, 선생님들이 너무 잘해줘 지금은 기분이 좋다”며 “무엇이든 열심히 배울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학교측 열의와 학생들 의지에 광주시교육청에선 한국어강사 및 이중언어 구사 보조강사 추가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채용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올해 추경안에 편성했다. 고려인 자녀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한국적응에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고려인 자녀들이 꿈을 향해 더디지만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고 있는 게 지금 광주의 모습이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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