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윤처사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달리, 운명(運命)과 관련한 명리학적(命理學的)으로 말한다면 자네가 작년에 재물을 잃어버릴 손재수(損財數)가 있었으니 그리되었다고 할 수 있네. 그 손재수가 없었다면 집안에 크나큰 다른 액운(厄運)을 당할 운이었는데, 그 동생에게 많은 돈을 내주고 딸이 시집을 잘 가도록 덕을 베풀었기에, 가족 중 누구 하나가 크게 아파 몸이 상해 병신이 된다거나 죽어 나갈 운을 감했다고 한다면 어찌하였겠나?"

윤처사가 말했다.

"아! 아이구! 서서서, 선생님!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가가 가슴이 섬뜩합니다요!"

사내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가진 땅마지기가 좀 있으니 올해 농사(農事)를 잘 지으시게. 그 동생에게 빌려준 돈은 때가 되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고, 거기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여도 다른 일에서 하늘이 몇 배로 되돌려 줄 날이 있을 것일세! 크게 염려 마시게. 자네가 베푼 선행(善行)을 악행(惡行)으로 되돌리면, 그 후과(後果)는 반드시 자네가 치르게 되어있는 법일세! 그것이 하늘의 이치(理致)라네!"

윤처사가 말했다.

"아! 예! 잘 알겠구만요. 선생님! 가가, 감사합니다!"

사내가 말했다. 사랑방안에서 말을 마친 두 사람이 일어나는 기척이 보이자 조대감은 마루에서 일어나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사랑방 문이 열리고 사내가 나오고 뒤이어 윤처사가 나왔다.

"어흠! 윤처사! 그간 잘 있었는가?"

조대감이 인사를 했다.

"그 그래! 조대감! 먼 길 오셨구만!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로구만!"

사내는 집으로 돌아가고 조대감은 윤처사와 함께 사랑방에 들어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윤처사는 서당에 가서 아이들 글공부를 시켰다. 조대감은 또 초조(焦燥)하게 아들 옥동이 돌아올 석양(夕陽)을 기다렸다. 이제 옥동이 돌아오면 내일은 집으로 데리고 가야 할 것이었다.

그런데 석양이 다 되어도 아들 옥동이 돌아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를 간 것일까?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며 사랑방 마루에 앉아 대문을 눈 여기는데 어두컴컴 밤이 되어도 옥동이 돌아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어디 아주 먼 곳으로 죽은 사람 장례를 치르러 갔다가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조대감은 깊이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태우는 것이었다. 어쩌다가 글공부를 시키려 보낸 탓으로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그때 저녁밥을 먹으려고 윤처사가 사랑방으로 밥상을 들여왔다. 머뭇거리던 조대감이 도무지 참지 못하고 윤처사를 바라보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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