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네놈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 자신의 상태도 아직 되돌아 성찰(省察)해 볼 줄 모르는 놈이 한갓 가슴 속에 끓는 찰나의 욕심만으로 덤비려 들다니! 네 이놈! 이 몽둥이맛을 보아야 물러가겠느냐? 어서! 썩 물러가라!"

순간 스승 윤처사가 옥동을 향해 몽둥이를 사정없이 내려치는 것이었다. 어깨에 빗자루 몽둥이를 한차례 얻어맞은 옥동은 그만 고개를 깊이 수그려 절하고는 조용히 몸을 돌려 물러 나오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장서각에 들어가 온갖 책들을 독파(讀破)해 모조리 다 읽고 싶은 깊은 충동에 사로잡힌 옥동은 그 장서각 안을 들어가려는 것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사나흘이 멀다 하고 다시금 들어가려 끈질기게 덤비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스승 윤처사는 옥동에게 빗자루 몽둥이를 퍼부으며 온갖 궂은소리로 끝끝내 내쳐버리는 것이었다.

옥신각신 그러기를 대여섯 차례 반복하던 어느 날 아침, 빗자루 몽둥이를 수차례 얻어맞은 옥동이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엎드려 울먹이며 소리쳤다.

"스스 스승님! 오! 오늘은 절대로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뭐? 뭐라? 이놈이 그래도……"

순간 말을 멈춘 스승 윤처사가 빗자루 몽둥이를 치켜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옥동을 한동안 의미심장(意味深長)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 어, 으으음! 그 그래?……그렇다면 좋다! 어디 이 말에 답해 보거라!"

끝끝내 내치기만 하던 스승 윤처사가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조용히 입을 열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옥동이 귀가 번쩍 열려 고개를 바로 세우고 스승 윤처사를 바라보았다.

"소인배는 좋은 일이 있으면 혼자 차지해 먹고(小人之心 好事獨食), 어려운 일은 남에게 전가한다(難事轉他人), 성현은 좋은 일은 남에게 주고(聖賢之心 好事授他人), 어려운 일은 자신이 모두 끌어안는다(難事抱獨). 이 말이 무엇인지 답해 보거라?"

스승 윤처사가 옥동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려 있던 옥동이 고개를 바짝 세우고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스승님! 어찌 지혜로운 성현과 어리석은 소인배가 따로 있을 수 있겠습니까?(无各何智聖愚人) 다 같은 인간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疑視皆人). 사람의 근본 마음은(人間心根本) 좋은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공평하게 나누어 갖는 것이겠지요(好難事公平分食)"

"그 그래? 으으음!……그렇다면 네놈은 어리석은 소인배(小人輩)나 지혜(智慧)로운 성현(聖賢)의 종자(種子)가 따로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고, 반상(班常)조차도 따로 없고, 모든 인간은 하늘 아래, 땅 위에 공평(公平)하다는 것이더냐?"

윤처사가 순간 깜짝 놀란 눈빛으로 옥동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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