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류독감(AI)과 구제역으로 가축들을 묻은 매몰지 일대의 지하수· 토양 오염 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4천여 곳에 달하는 AI·구제역 매몰지에서 환경오염 후유증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으며 매몰지의 위치 선정 등이 잘못돼 붕괴·유실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남지역의 경우 AI여파로 275만 마리의 오리와 닭이 살처분돼 114곳에 매몰됐다. 전국적으로는 500만 마리가 197곳에 묻혔다. 전남지역은 조류독감의 피해가 가장 극심했고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서둘러 오리와 닭을 살처분하면서 침출수 방지 시설을 소홀히 한 곳도 많아 2차 환경오염 우려가 그 어느 곳보다도 심각한 상태다. 이에 따라 조류독감의 피해가 발생했던 각 시·군이 매몰지에 대한 정밀조사를 통해 붕괴위험이 큰 곳은 보강공사를 실시해야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지하수 오염 정도를 파악해 지하수 음용을 방지하고 해당지역에는 상수도를 비상 공급하는 행정지원이 요청되고 있다. 정부는 상당수 매몰지가 날씨가 풀리면서 무너지거나 여름철 장마 때 씻겨 내려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상당수 지자체들은 시간에 쫓기면서 산비탈이나 계곡·하천변 등 가축들을 묻어서는 안 될 곳에 매몰지를 조성했다. 전남지역에도 이런 곳이 상당수에 달해 매몰지 주변 지하에 콘크리트 옹벽을 세우거나 차수벽을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AI 피해가 컸던 전남지역은 치밀한 사후관리가 요청되고 있다. AI바이러스는 사람까지 전염되는 인수(人獸) 공통 질병인 관계로 매몰지 일대 주민들에 대한 건강관리 및 오염실태 조사가 수시로 펼쳐져야할 필요성이 크다. 이와 함께 인근 농경지에 침출수가 유출됐는지 여부도 수시로 파악해 대책 마련에 힘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와 일선 시·군은 ‘2차 환경재앙’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조류독감의 피해가 인명피해로까지 확산되는 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매몰지 침출수가 지하수나 농경지, 인근 하천으로 대량으로 유입돼 빚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피해가능성을 분석한 뒤 이에 맞는 예산지원과 대책을 마련해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소홀함이 없기를 당부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2.09 00:00
-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체벌금지를 골자로 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이달 말 확정할 방침이다. 시 교육청은 자문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초안을 마련한 뒤 공청회를 갖고 조례를 제정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 조례에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체벌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을 비롯해 인권 위원회 구성과 구제기구 설립 등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에 대한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과 상충되는 것이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던져지고 있다. 또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이 폐지될 예정이어서 일선 사립학교에서는 간접체벌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 학생 생활지도를 놓고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이 광주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나선 것은 학생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렇지만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생들의 인권을 진정으로 보호하는 것은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지 단순히 매를 몇 대 때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본질을 외면한 채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듯 싶다. 현재의 교육체계는 성적이 상위급인 소수의 학생들을 위해 대다수 학생들이 볼모로 잡혀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대학입시라는 굴레에 매여 교사나 학생들이 끌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마음껏 뛰놀면서 자신의 능력에 맞는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이 아니다. 선언적 의미의 조례제정보다 전인교육을 위한 교육환경 마련과 시스템 구축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현재 우리사회에 급증하고 있는 반인륜적 범죄는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랄 수 있다. 자식들을 적게 낳다보니 자식들의 잘못을 매와 꾸중으로 훈육하는 가정이 드물다. 학교가 자녀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를 가르쳐줄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됐음에도 학교에서조차도 간접체벌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체벌이 지닌 교육적 측면을 너무 간과한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녀들에게 남을 배려하고 귀중하게 여기는 인성 교육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영어나 수학과목보다 더 귀중하게 여기고 가중치를 두어야할 부분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체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외면한 채 명분만 앞세운 인권조례는 아무런 효능이 없다. 신상필벌을 원칙으로 하는 학생지도가 더 시급하다.
사설
남도일보
2011.02.08 00:00
-
스타벅스 효과라는 것이 있다. “어느 날 동네에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 생전 원두커피라고는 몰랐던 사람들이 몰려가 줄을 섰다. 스타벅스 옆에 다른 프리미엄 커피점이 생겼다. 그 커피점도 호황이다. 그 이웃에는 조금 싼 커피전문점이 생겼다. 이 집도 장사가 잘 된다. 원래 있던 터줏대감 다방은 매출이 줄어들 줄 알았지만 여전히 ‘다방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스타벅스가 커피시장 전체를 키운 것이다” 작년 그토록 기대하던 F1 경기가 끝난 뒤, 어려운 대회유치과정에서 전남도가 불가피하게 감수해야했던 몇 가지 문제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어찌 보면 이런 실망이 역설적이게도 그동안 전남도민이 F1에 보낸 기대감의 크기를 보여준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F1에 대한 문제제기의 핵심요소는 결국 ‘돈’이다. 들어간 자금지출에 비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적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F1은 적자사업이니 앞으로 전남도가 감당해야 할 예산부담을 감안하여 F1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다시 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손익을 최우선시하는 민간사업이라면 당연히 손해 볼 장사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F1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 두 가지가 있다. 첫째, F1은 돈을 벌기 위한(일반회사 표현을 빌리자면 ’당기순익‘을 내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올림픽이나 아세안게임, 월드컵을 유치하려는 것이 수익을 내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것과 같다. 우리가 이런 국제이벤트를 유치하는 것은 비록 돈은 들어갈지라도 그 이상의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서이다. 그것이 국민적 자신감이든 국가발전의 계기이든 국격상승이든 간에 돈보다 더 소중한 ‘어떤 것’을 창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F1도 마찬가지다. 둘째, F1은 독립된 사업이 아니라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선도사업이라는 것이다. 크게는 전남과 광주지역 전체를 발전시키는 관문역할의 사업이며 작게는 전남 중서부지역 개발을 열어가는 앵커(anchor)사업인 것이다. 여수세계박람회가 전남·광주지역 전체와 전남 동부지역에 미칠 경제적 역할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도민 모두가 소지역주의를 벗어나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뛰어다녔던 것도 여수EXPO가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F1의 지역개발에 대한 앵커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는 F1을 J프로젝트의 선도사업이라고 불러왔다. 그만큼 두 사업의 상관관계가 다른 무엇과는 다르게 너무나 직접적이고 밀접하다는 의미이다. 지금 전남도는 J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신규투자나 재투자보다는 살아남기 위하여 몸을 움츠리고 있고 은행은 사업자금 빌려주기를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와중에 기업과 금융권을 J프로젝트라는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케 하기 위해 F1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전략이다. J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왜 F1의 성공이 선험적으로 필요한지는 스타벅스 효과가 말해 준다. 하나만 더 이야기 하자.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깨져있는 쇼윈도우를 방치하면 사람들은 그 상점 전체를 망해가는 집으로 인식하여 아예 그 집 물건은 사지 않게 된다는 법칙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F1을 반드시 성공한 사업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1.02.08 00:00
-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의 수도권규제철폐 계획에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대한국토·도시학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2013년부터 수도권 규제를 철폐하는 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수도권계획적관리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제시됐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철폐는 수도권 집중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력 차이가 갈수록 커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 지방의 산업은 거의 황폐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수도권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민주당 등 야당은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략적 계산에서 비롯된 포퓰리즘의 극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수도권 유권자들의 지지 회복을 위해 수도권 규제를 대폭 해제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광주시당이 “수도권만을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수도권규제철폐 정책은 오히려 수도권의 교통혼잡·환경오염·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지방에는 산업과 인구 공동화 현상만 가져올 것”이라 지적한 것은 설득력이 크다.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더욱 깊어진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비극이다.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을 육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방이 살면 수도권이 살 수 있으나 지방이 죽으면 수도권만 살뿐이다. 전 국토의 12%에 불과한 면적에 인구와 경제력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현실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경제와 교육 등 우리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비정상적인 상황을 더욱 비정상적으로 악화시키는 수도권규제 철폐는 재고돼야 한다. 수도권 규제철폐는 광주·전남의 R&D특구 활성화와 혁신도시 조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이 수출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하는 데는 고급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R&D센터를 서울이나 수도권에 하면 고급인력을 데리고 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결코 간과할 대목이 아니다. 정부는 수도권보다 지방을 살리는데 더 많은 정책적 지원과 연구를 펼쳐야 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2.07 00:00
-
사회적으로 각종 보험제도가 확장 실시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최근 우리주변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친족살해 등 반인륜적이고도 부도덕한 행위가 종종 발생돼 신문지상에 크게 오르내리고 있는 실태다. 요즘 보험사기를 위해 가족의 생명까지 노리는 패륜범죄가 우리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되고 있는가 하면 갈수록 지능화, 흉포화 돼 가고 있어 사회·경제질서까지 어지럽히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해 보험사기에 머리를 쓰고 있다는 결론이다. 이처럼 정당한 근로를 통해 소득을 얻으려 하지 않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천인공노할 패륜범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남편은 부인을, 부인은 남편을 청부살해까지 하는 등 사회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을 볼 때 보험금 지급 시 세심한 조사와 검증절차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부모가 들어놓은 보험금을 노린 패륜범죄가 자식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까지 발생되고 있는 등으로 경노효친사상과 도덕성이 추락하는 현 사회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보험금을 노린 패륜범죄자 대부분이 도박, 카드 빚과 주식투자실패, 과다한 채무 때문에 목돈을 마련키 위해 패륜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된 낭비성 생활로 초래된 과다한 빚을 면해보려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손쉬운 보험사기를 택한다고 본다. 보험금을 타내려는 보험사기꾼들이 주로 이용하고 노리는 대상으로는 보험에 가입한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친족살해나 방화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고 위장교통사고를 낸 뒤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 가짜 환자로 행세하면서 많은 보험금을 타내는 경우도 있다. 상해보상보험의 경우 자해나 재난피해를 허위로 신고해 보험금 지급을 받게 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고의로 살인, 방화, 자해, 위장교통사고 등을 저지르고 보험사를 속여 많은 보험금을 타내는 행위는 중대하고도 용납 받지 못할 강력범죄란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우리 사회에서 근절시켜야 한다. 병원과 보험사들은 보다 철저한 규명과 검증, 정확한 진료 등을 펼치고 물샐틈없는 감시활동으로 보험사기꾼들을 척결하는데 인력과 예산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보험사기를 둘러싼 패륜범죄의 처벌을 강화해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칼럼
남도일보
2011.02.07 00:00
-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와 월나라는 원수지간이었다. 월왕 구천(勾踐)과 싸워 크게 패한 오왕 합려(閤閭)는 적의 화살에 부상한 상처가 악화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임종 때 합려는 태자인 부차(夫差)에게 반드시 구천을 쳐서 원수를 갚으라고 했다. 오왕이 된 부차는 부왕의 뜻을 잊지 않으려고 섶 위에서 잠을 자고 자기 방을 드나드는 신하들에게는 방문 앞에서 부왕의 유명을 외치게 했다. 이 사실을 안 월왕 구천은 참모인 범려가 간했으나 듣지 않고 선제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월나라 군사는 오나라 군사에 대패하여 회계산(會稽山)으로 도망갔다. 오나라 군사가 포위하자 진퇴양난에 빠진 구천은 범려의 헌책에 따라 우선 오나라의 재상 백비에게 많은 뇌물을 준 뒤 부차에게 신하가 되겠다며 항복을 했다. 이 때 오나라 오자서가 ‘후환을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 구천을 쳐야 한다’고 간했으나, 부차는 백비의 진언에 따라 구천의 청원을 받아들이고 귀국까지 허락했다. 구천은 고국으로 돌아오자 항상 곁에다 쓸개를 놔두고 앉으나 서나 그 쓴맛을 맛보며 회계의 치욕을 상기했다. 마침내 구천이 부차를 굴복시키고 마침내 회계의 굴욕을 씻었다.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에 타고 있다는 얘기로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은 서로를 미워하지만, 그들이 같은 배에 타고서 만일 거센 풍랑을 만난다면 서로 돕는 모습이 마치 왼손과 오른손의 사이와 같을 것이다”라는 글이 있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 싸우면서도 함께 돕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미국의 오(吳)바마와 중국의 호(胡)금도가 한 배(同舟) 타고 있다. 호 주석의 방미를 보면 이 같은 고사가 절로 떠오른다. 부차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북벌에만 신경을 쏟는 사이 국력을 키워 오나라를 정복하고 부차를 생포, 자살하게 만든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걸렸다. 2006년 4월 미국을 방문한 호 주석은 당시 미국으로부터 여러 가지 수모를 당했다. 미국을 찾았던 그는 부시 대통령에게 자신의 소매를 잡아 끌리는가 하면 법륜공(法輪功) 수련자들로부터 연설을 방해받고, 중국의 국명을 대만으로 잘못 부르는 등 푸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호주석은 별다른 대응 방법이 없었다. 부시 대통령이 주최한 오찬 건배사를 통해 두보(杜甫)의 ‘망악(望嶽)’이라는 시를 읊는 것으로 대신했다. ‘모름지기 태산 꼭대기에 올라 뭇 산들이 작은 것을 한번 보리라(會當凌絶頂, 一覽衆山小)’는 내용이다. 호 주석이 두보의 시 마지막 구절을 인용한 것은 다분히 미국측의 푸대접에 대한 심정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어느 나라에 가거나 자기의 심경을 두보나 이백(李白)의 시를 인용한다. 2001년 강택민(江澤民)이 미국에 갔을 때 이백의 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을 읊었다. ‘아침 일찍 아름다운 구름 속의 백제성을 떠나, 천리나 되는 강릉 땅을 하루만에 왔구나(早發白帝彩雲間 千里江陵一日還)’를 읊었다. 중국은 이제 우뚝 솟은 나라가 되었다. 2010년에 일본을 제쳤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6조 달러를 넘어섰다. 바야흐로 중국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주도의 세계화’ 체제에서 착실히 힘을 키워온 중국, 그리고 지금부터 미국 주도가 아닌 중국과 함께 그려질 세계화가 어떤 모습일지 국제사회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핑퐁외교로 대미관계의 물꼬를 튼 지 40년, 공식수교 32년 만에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호동주 시대’가 열렸다.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중국은 이견이 있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에서 협력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을 발휘했다. 중국은 최근 북한 일변도 지지 정책을 취해 왔다. 이는 미국과 각을 세워야 미국과 대등한 국제적 파워를 얻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일단 긍정적으로 보이나 미·중은 G2로서 보다 책임감을 갖고 대처해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대해 어떠한 외교정책을 펴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1.02.07 00:00
-
수백만명의 귀향객들이 설 연휴 기간 동안 광주·전남 지역을 찾아온다. 고속도로와 국도에는 차량 행렬로, 선착장은 배를 타려는 승객들로, 곳곳이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즐거운 고향 나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기관은 각종 대책마련을 통해, 개인들은 안전운전을 하면서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다행히 이번 연휴에는 포근한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 한다. 눈이 내리면 고속도로 체증은 물론이고 각종 빙판길 사고가 이어질 텐데 그런 위험이 없어진 것만 해도 마음이 가볍다. 그렇지만 아직도 전남도내 곳곳의 국도에는 빙판길이 도사리고 있어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다. 특히 햇볕이 들지 않은 커브길 빙판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따라서 행정기관은 사고우려 지역에 염화칼슘 살포 등을 살포하거나 서행 표지판 등을 설치해 귀향객들의 안전을 지키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선박 운행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청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연휴인 만큼 사소한 부주의와 실수는 대형 참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박운항과 안전수칙 준수가 요청된다. 연휴기간 동안 산을 오르는 등산객의 숫자가 크게 늘고 주민들도 선산 등을 돌아보며 불을 지피는 일이 잦은 만큼 산불발생 방지에도 모두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달 30일 구례군 토지면 지리산 자락에서 발생한 산불은 등산객의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담배와 성냥을 가지고 산에 오르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응급체제 유지도 중요하다. 얼마전 당직의사가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어린이가 병원을 전전하다가 끝내 목숨을 잃는 의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광주 지역 대형 병원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 보호자들이 거세게 항의를 하는 일이 최근에도 일어났었다. 연휴기간이라 근무를 서는 불편함이 크겠지만 생명을 지키는 일인 만큼 소홀함이 없기를 당부한다. 특히 이번 설 연휴는 전남지역의 구제역 차단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방역당국은 방역초소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귀향객들도 농장방문을 자제하는 등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장성의 한우사육농가에서 구제역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등 전남지역에도 구제역 비상이 켜진만큼 구제역 발생에 대비한 방역당국의 철저한 대책마련도 요청된다. 전남도 등 각 행정기관은 설 연휴기간인 2일부터 6일까지를 ‘설 연휴 재난·재해대책기간’으로 정하고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들의 안전 의식이다.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산에 오를 때 라이터를 휴대하지 않는 등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본수칙을 지키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설
남도일보
2011.02.01 00:00
-
소가 우리 곁을 떠난다. 그것도 한두 마리의 소가 아니다. 무리지어 떠난다. 스스로 살길 찾아 떠나가는 것도 아니요, 다른 주인을 찾아 나서는 것은 더욱 아니요, 눈 머얼겋게 뜬 소를, 아니 그것도 아침 끼니까지 챙겨주고 낮에 떼로 몰아다가 살처분한다니 소와 같이 일과를 같이 했던 주인들이야말로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 아닐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소 한마리 없는 내가 그럴진대 한두 마리도 아닌 몇 십, 몇 백 마리씩을 키우고 있는 농장의 주인들은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 아닌가. 소가 우리를 버리는 것인가 우리가 소를 버리는 것인가. 하여튼 간에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그 재앙의 불씨가 어디서 왔는지를 따질 때는 진즉 지나고 말았다. 마지막 청정지역이 우리 전남이라고 하는데 우리 지역마저 불안에 싸이고 말았다. 전국 유일의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는 우리 전남을 사수하기 위해서 민관이 모두 나서서 방역에 총력전을 퍼붓고 있다. 내 소, 네 소가 아니다. 이제 우리의 소다. 어느 한 가지도 소의 힘이 아니고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시대에서부터 지금까지도 소는 우리와 생을 같이 해 왔다. 어렸을 적만 하더라도 부의 가치를 소의 마리 수로 따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농촌에선 소 한 마리 갖기를 최대의 희망으로 알고 소 한 마리 장만하려고 새벽별을 보며 일을 했고 배 움켜쥐고 허기를 달래며 살았었다. 그 희망을 이루고 산 사람도 있었건만 그 꿈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던 사람들이 우리 조상들 중에서는 부지기수였다. 이런 희망과 한을 함께 가졌던 소가 이제는 우리를 버리고 집단으로 떠나가고 있다. 그것을 막아내기 위해서 우리 전남에도 300여개에 가까운 방역초소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니 마음은 놓이지만 그렇다고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 된다. 초소는 초소대로 총력을 쏟고 우리들 개개인은 내 집 소를 아끼듯 조그마한 일에도 협조해가면서 재앙을 이겨가는 일에 함께 가야한다. 수십 마리의 소를 땅에 묻고 밤이면 그 부라린 눈이 떠오르고 ‘음머’하는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쳐 알지 못하는 마음의 병까지도 앓고 있다는 우리들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지 않는가. 거기에다가 또 한 가지 한이 겹쳤다. 구제역의 철저한 전염차단을 위해서 올 설에는 귀향객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으니, 기다리고 기다렸던 자식들마저도 어쩌면 볼 수가 없는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들의 부모님 가슴에는 또 한 가지의 한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부모님들은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소 잃고 속 타고 자식 못 봐서 타는 속 그 누가 달랠 것인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가 외려 더 낫다는 속담의 해석이다. 외양간만 고치는 문제는 간단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니 말이다. 재앙이 어느 순간 잠잠하면 사랑하는 자식들, 부모님들 만나기로 하고 우선은 당국의 조치에 따라주는 것만이 내 부모님을 사랑하는 일이며 나아가서는 고향 축산농가의 아픔을 만져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더 큰 재앙도 이겨낸 민족인데 이것쯤이야 우리들 힘이면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내 귀에도 어릴 적의 송아지 울음소리가 ‘음머음머~’ 꿈길인 듯 들려온다.
칼럼
남도일보
2011.02.01 00:00
-
설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설은 한파와 구제역, 조류독감 등으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구제역 때문에 농촌은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국가경제도 위기다.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로 국민들의 살림살이도 팍팍하다. 구제역 차단을 위해 귀향까지 말리는 분위기인 탓에 전체적인 설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설은 설이다. 모두들 조촐하게나마 설상을 차리기 위해 백화점과 시장을 찾고 있다. 문제는 주차하기 쉽고 물건 고르기가 좋은 백화점에 사람들이 몰리고 전통시장은 썰렁 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설 대목이었던 지난 주말, 광주시내 곳곳의 백화점은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전통시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상인들은 드문드문 찾아오는 손님들을 바라보다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광주광역시와 각 구청이 발 벗고 나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없는 탓에 전통시장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다행히 행정기관들이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구매와 사용을 공무원과 대기업들에게 적극 권장한 탓에 전통시장 경기가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전통시장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주)광주공장은 얼마 전 1억 2천만원 상당의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했으며 많은 다른 기업들도 상품권 구입 대열에 합류했었다. 강운태 시장을 비롯한 행정기관의 장들은 말바우·양동시장을 찾아 물건을 사면서 시민들에게 ‘전통시장 이용하기’를 호소하기도 했다. 설을 며칠 앞둔 지금, 가정주부들이 전통시장의 영세 상인들을 한번 더 도울 수 있는 길은 신선한 야채와 생선을 구입하기 위한, 설 직전의 장보기를 집 근처 시장에서 하는 것이다. 시장 상인들도 덤은 물론이고 신선한 물건으로 전통시장을 찾는 서민들의 마음에 보답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행정기관과 대기업들의 협조를 받아 실시하는 온누리 상품권 발행 확대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전통시장 고객을 대폭적으로 늘리는 자구책 마련이 절실하다. 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시장환경을 깨끗하고 편리하게 바꾼 뒤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싸고 맛있는 먹거리와 즐거운 볼거리로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도 요청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1.31 00:00
-
15년 전부터 중국에서 매년 찾아오고 있는데, 그에게 서울사람들이 ‘전라도 사람은 믿을 수 없으니 그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왜 서울사람들은 아직도 전라도를 무시할까? 그것은 가난하고 못 살기 때문이며, 우리가 잘 살아야 남으로부터 천대를 받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하와이는 주로 편입되기 전에 미국에서 멸시를 받은 지역이었다. 그러다 1959년 8월에 마지막 50개 주로 승격되었을 때 시민들로부터 많은 대환영을 받았다. 지금 하와이는 휴양의 도시로 전세계적으로 관광객이 몰려드는 유명한 지역이 되었다. 60년대 서울에 올라가면 전라도 출신들은 ‘하와이 개땅쇠’란 말을 자주 들었으며, 전라도 사람들을 너무나 멸시하였다. 군대 갔을 때도 전라도 사람들은 ‘더블 백’이란 소리도 자주 들었다. 더블 백은 물건을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전라도 사람들은 도둑질을 잘 한다는 뜻이다. 59년 7월호 ‘야화’라는 잡지에 조영암이 쓴 ‘하와이 근성’이라는 글이 실렸다. 이 잡지가 발매되자 전라도민들은 흥분하였고, 서울에 사는 전라도 출신들이 잡지사에 쳐들어가 항의하기도 했다. 그로 인하여 ‘야화’라는 잡지는 폐간되었고, 조영암은 전주에서 재판 받아 1심에서 2년형을, 2심에서 6개월 실형을 받기고 했다. 79년에도 ‘문학사상(발행인 이어령)’ 신년호에 오영수가 전라도를 비하하는 글을 썼다. 이 때도 이 문제를 제기하여 여론이 들끓자 문학사상이 중앙 일간지에 5단 광고로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하였다. 어떻게 보면 전라도에 태어났다는 것이 불행한 일이며, 1등 국민이 아니라 3등 국민이라는 것을 느끼고, 서울이나 수도권에 올라가 살지 못하는 신세가 불행하기만 한 일이다. 우리 지역에도 문제는 많다. 김대중 대통령이 되면서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역차별을 받기도 하였고, 전남도청이 떠나는 바람에 광주광역시 동구에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으며, 잘 나가던 광주공항을 뺏어 무안으로 옮겨 국제화에 몰락시키고 말았다. 전라북도는 도지사가 적극 나서 3월이면 군산공항이 국제공항으로 미국과 협상을 하게 되어 국제선이 취항되게 되면 광주공항이나 무안공항은 국제화에 전멸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작년 12월 8일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지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이 통과되었다. 우리 지역은 사활을 걸더라도 유치하여 지역을 발전시켜 남으로부터 천대를 받지 않아야 할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호남이 과학벨트의 입지를 충청권에 양보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그런데 강운태 시장이 민주당과 다투면서까지 유치에 뛰어든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과학벨트의 입지 선정 방식과 관련, “공모절차는 절대 거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요구한 공모방식을 배제하고 특별법 절차에 따를 것을 분명히 함에 따라 특정지역 차별론이나 정치적 배려에 상관없이 효율성과 경제성이 입지 선정의 최대 고려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상반기 중 정부의 입지 선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지자체간 유치경쟁에 대비하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과학벨트법에 따르면 거점지구는 연구·산업 기반 구축 및 집적의 정도와 가능성, 우수한 정주(定住)환경의 조성 정도와 가능성, 국내외 접근 용이성, 용지 확보 용이성, 지반의 안정성과 재해로부터의 안전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한다. 광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국내외 접근성에서는 뒤떨어지지만, 한국광기술원, 전자통신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등 186개소의 연구기관이 집적되어 있을 뿐 아니라 과학 기술연구와 첨단산업이 연계된 첨단과학산업단지 등 11개의 산업단지도 조성돼 있다. 충청도에는 행정수도가 들어가 수도권과 같은 위치에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된 곳은 전라도다. 이번 기회를 통해 광주권으로 유치하는 것은 국토균형발전에 중요한 일이다. 광주시가 앞장서서 유치에 노력하고 있는 이 때에 우리 모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며, 하와이처럼 유명한 지역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1.01.31 00:00
-
오늘 오후부터 사실상 설 연휴가 시작된다. 기업들 상당수가 이번 주말부터 설 연휴를 시작하는 탓에 최고 9일 동안의 연휴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일부 사람들은 연휴기간동안 가족들과 외국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설레는 모습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은 올해도 귀성전쟁을 치르며 고향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고향에 계신 부모를 뵙고 싶은 욕심이나 떨어져 살고 있는 자식, 손자·손녀들을 보고픈 마음을 좀 억눌러야할 듯싶다.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서는 고향을 찾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특히 설 연휴 기간은 구제역 차단에 중대고비가 되고 있어 전 국민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이런 탓에 유사 이래 최초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설 연휴기간 고향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호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6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고향· 축사농가 방문 자제와 차량이동시 방역협조 등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도 향우회 등을 통해 고향방문 자제를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 장관 등은 “전국에 구제역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가축이 백신을 맞고 나서 면역을 형성하기까지가 방역에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많은 국민이 이동하는 설 연휴는 구제역 확산 차단에 중대 고비가 되는 만큼 국민 여러분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설 연휴 고향에 가더라도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하고 차량과 방문자의 소독을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구제역 청정구역인 전남의 경우 출향인들의 협조와 자제가 더욱 절실하다. 구제역이 잠잠해질 때 고향을 찾는 것이 최선이지만 고향에 가고픈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면 차량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활동량을 줄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방역활동을 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방역요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사실 이번 설 연휴는 전체적으로 그리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구제역과 조류 인풀루엔자, 한파,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로 많은 이들의 마음이 무겁다. 불우시설을 찾는 발길과 도움도 예전과 같지 않아 외롭게 설을 보내야 할 사람들도 많다. 고향을 찾는 대신 주변의 불우시설을 찾아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1.28 00:00
-
오는 2월 3일(음 1월 1일)은 민족의 고유 명절인 설입니다. 설날은 새해를 맞이하는 첫 번째 날로서 조상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1년간의 건강과 행운, 소망을 기원하는 중요한 명절입니다. 설의 유래는 역사적인 기록을 통해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서(隨書)’를 비롯한 중국의 사서들과 ‘삼국사기(三國史記)’ ‘제사’ 편에서 정월에 제사 및 축제 등을 하였다고 전해지며, 신라에서는 제36대 혜공왕(765~780) 때에 오묘(五廟·태종왕, 문무왕, 미추왕, 혜공왕의 조부와 부)를 제정하고 정월 2일과 정월 5일 등 1년에 6회의 제사를 지냈다고 기록되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설과 정월 대보름·삼짇날·팔관회·한식·단오·추석·중구·동지를 9대 명절로 삼았으며, 조선시대에는 설날과 한식·단오·추석을 4대 명절이라 하였습니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의 고유명절인 설하면 떠오른 것은 차례, 세배, 덕담, 설빔, 떡국, 성묘, 윷놀이, 널뛰기 등이 있습니다. 그 의미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퇴색된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세대와 시대가 변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족과 전통입니다. 설날에는 성묘와 차례를 지냄으로써 조상과 전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혹자들은 “유교적인 풍습이다, 미신이다”라는 말로 차례와 성묘를 비판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은 생각의 차이라고 봅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조상이 있기에 자신이 있는 것입니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해석하지 말고 자신을 있게 해준 선조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입니다. 근대산업이 발달되면서 주거지역의 다변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친·인척간의 거리는 날로 멀어졌습니다. 설은 멀리 떨어져있는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그런 역할을 하였지만 집성촌과 대가족이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가족을 하나로 뭉치게 해준다는 의미는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눈으로 확인하고 서로의 사랑과 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날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설날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명절입니다. 지혜와 풍요의 상징인 신묘년을 맞이하여 필자는 모든 분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칼럼
남도일보
2011.01.28 00:00
-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대도시 인구과밀 및 주택난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도시를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도시개발의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자원 및 수요의 한계로 기존 방식의 신개발은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롭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제공하는 신도시 개발은 긍정적 평가와 더불어 구도시 쇠퇴의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구도시 쇠퇴는 신·구도시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는 상대적 박탈감과 지역 간 갈등을 야기하며 지역 커뮤니티의 지속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지난 17일 도시균형발전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번 도시균형발전위원회의 회의를 통해 자치구간 비교를 해본 결과 행정서비스의 질이 많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광주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1명이 북구에서는 530명, 광산구에서는 477명, 서구에서는 456명, 남구에서는 349명, 동구에서는 178명의 주민에게 각각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1995년 대비 광산구는 인구가 2배 이상, 서구는 30%이상 증가한 반면 동구는 30%이상 감소했다. 특히 동구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5.07%에 달하고 있어 가장 높은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15세미만은 11.6%로 가장 낮은 분포를 보여 동구의 인구분포는 고령화 단계(고령인구 7%)를 지나 고령사회(14% 이상)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적에서도 자치구간의 불균형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광주시 전체면적 501.24㎢ 중 광산구가 절반에 가까운 44.47%(222.91㎢)를 점유하고 있으며, 동구와 서구는 각각 9.75%(48.86㎢), 9.32%(46.71㎢)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1998년 광산군이 광주시로 편입되면서 광산구가 된 뒤 자치구의 특성과 균형 발전을 배제한 채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에 그쳤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자치구별 경제 수준이나 주택보급률 등 여러 지표로 살펴보았을 때 자치구별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치구간 혹은 신·구도시간에 생기는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의 상대적 불균형은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불균형 현상을 완하하기 위하여 구간경계조정을 강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광주시는 적절한 시기에 주민대표, 전문가, 시의원 등 39명으로 도시균형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구간균형발전과 도심공동화대책분과, 구간 경제조정분과 등 3개 분과로 나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자치구간의 균형발전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치구의 특색을 반영한 개발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광주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무궁무진하다. 동구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문화중심의 메카로, 서구는 하계유니버시아드 선수촌이라는 주거환경의 기회로, 남구는 노인복지센터라는 노인복지의 선두 주자로, 북구는 야구장 건립을 통한 스포츠 산업 중심지로, 광산구는 송정리역 환승센터라고 하는 교통의 요충지 등으로 자치구마다 발전할 가능성과 특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가운데 도시균형발전의 밑그림을 그린다면, 도시균형발전은 이뤄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를 위해 광주시와 자치구는 유사한 외국도시의 사례들을 잘 연구해 주민편익과 도시디자인 수법, 특별교부세 차등지원으로 실질적인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차원의 지원대책을 강구하면서 시와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선정해 장·단기 균형발전계획을 수립, 단계별로 이를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주민 100%가 찬성하는 구간경계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우리 모두에게 행복하고 미래지향적인 도시발전을 위해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1.01.28 00:00
-
전남지역에 구제역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인접해 있는 경남지역 양돈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 전남지역에서의 구제역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예방백신 물량이 없어 백신접종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축산 농가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전남지역에는 구제역 예방백신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차단방역외에는 별 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전남지역에 돼지를 대상으로 하는 예방백신이 단 1마리 분량도 없다는 사실은 방역당국이 얼마나 허술하게 방역대책을 추진해오고 있는 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정부는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기미가 보이자 지난 13일 호남과 제주·경남에서도 소·돼지에 구제역 백신을 접종키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10여일이 지난 이날까지 구제역 백신물량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정부와 도는 예방백신을 구제역 발생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물량확보 없이 전 지역 백신접종 실시라는 대책만 발표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방역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전남지역에는 현재 종돈 10만5천 마리에 대한 예방백신을 접종완료한 상태이다. 그러나 모돈 8만6천 마리는 백신이 없어 접종이 중단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축산농가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백신접종이 실시되기 전 구제역이 발생하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충분한 물량도 확보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는 방역당국이 야속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 대응과 관련해 정책적인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구제역 발생 초기에 ‘구제역 청정국가 유지’라는 욕심을 과감히 버리고 예방백신 접종을 서둘렀다면 대규모 살처분을 막을 수 있었지 않느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전남도와 방역당국은 양돈농가에 공급될 백신물량을 확보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또 현재로서는 차단방역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군·경의 협조를 받아 인력을 늘려 방역활동을 꼼꼼히 해 나가야 한다. 또한 아쉽지만 광주·전남지역 주민들도 수도권 친지·가족들에게 이번 설에는 귀향을 자제하도록 설득하는 등 구제역을 막을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함께 기울여야 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1.27 00:00
-
추위가 한 달 동안 계속되고 있다. 무등산은 아직 설국(雪國)이고 설국은 동장군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연일 무등산은 전국적으로 모인 등산객으로 북적인다. 주말에 산행하는 사람들은 주차하는데 고충이 심하다. 조금만 늦어도 차를 댈 곳이 없어 등산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증심사 쪽을 선택한 사람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1㎞도 더 넘는 학운중학교 교문까지 주차된 승용차 행렬에 압도되고 원효사 쪽은 2천원에서 3천원으로 주차 요금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댈 곳이 없어 할 수 없이 벌금을 각오하고 길가에 불법 주차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차장 확장으로 산이 훼손될까 새 걱정이 생겼다. 산이건 들이건 사람이 모인 곳에 정치가 있다. 그 날 무등산에도 정치가 있었다. 정치가 있는 곳은 다 훈훈하다. 더구나 지난 주말 무등산은 열기가 있었다. 오전 11시께 서석대에서 내려오는데 누에봉과 서석대 갈림길 관리소 앞을 막아선 국기를 든 100여 명의 군중이 있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중심으로 소리높이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있었다. 그 분위기에는 설국을 녹이는 함성이 있었다. 나는 그분이 대표가 되기 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분이 나를 알아보는 사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분을 무등산에서 만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방한모 속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그분이 무척 춥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행을 벗어나면서 지금 지지도도 그렇고 민주당은 혹한상황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정치를 벗어버린 나의 산행은 한없이 자유롭다. 자유로운 속에서 나는 앞날 텔레비전이 전한 충격적인 소 이야기에 상기되어 있다. 살 처분을 위하여 주사를 놓으면 바늘이 빠지기 전에 소는 쓰러진다. 그러나 한 작업장에서 방역진은 이상한 증조를 발견하였다. 주사를 놓았는데 소가 쓰러지지 않은 것이다. 자세히 보았더니 그 소 배아래서 송아지가 젖을 빨고 있다. 어미 소는 송아지가 젖을 빠는 동안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송아지가 빨던 젖을 놓자 그 자리에서 쓰러지더라는 이야기다. 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어미가 흔한 세상에 사람은 짐승만 못하다는 더운 생각이 나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영국의 세이스피어 학자 A. C. 브레드리의 책 ‘옥스퍼드 시학 강의’의 첫 장은 숭고론(崇高論)이다. 그 숭고론의 머리에 트루게네프의 산문시 ‘참새’가 인용되어 있다. 한 사냥꾼이 개와 같이 사냥에서 돌아오는데 앞을 가는 개가 멈춰서는 바람에 이상히 생각하고 다가서보니 개 바로 앞에 참새 한 마리가 몸을 부풀리고 있다. 목숨을 걸고 개와 맞서고 있는 것이다. 개는 그 참새 앞에 꼼짝도 못한다. 더 자세히 보니 그 참새는 어미 새로 그 옆에 새끼가 있었다. 나뭇가지 새 둥지에서 새끼가 실수로 떨어진 순간에 개가 마침 지나가던 길이었다. 시인은 거기에서 목숨을 걸고 새끼를 지킨 어미 새에서 숭고한 사랑을 보았다. 시는 그 숭고한 느낌을 전해야 훌륭한 시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날 나의 마음속에 또 하나의 더운 이야기가 있었다. 죽산 조봉암의 간첩죄에 대한 대법원 무형의 판결이다. 조봉암의 사형집행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대흥사에서 전공하는 스티븐 스펜더 시집을 번역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 충격으로 번역보다는 내내 시를 썼다. 첫 시집 속 사회적 관심은 그런 연고가 있다. 죽산의 죽음을 4·19와 관련해서 해석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죽산의 죽음은 이승만의 독재와 탄압을 상징적으로 대표한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이다. 4·19는 그 독재와 탄압을 물리친 혁명적 사건이었다. 사실상 4·19는 죽산이 부당하게 처형된 1년 남짓한 뒤의 시기에 일어났다. 만일 5·16이 아니었다면 죽산은 더 빨리 살아났을 것으로 나는 본다. 그날 나의 무등산 산행은 그런 생각 등으로 춥지 않았다. 더운 생각이 사람보다 더 위대한 짐승의 모성애와 지금 생각해도 울분의 먼 추억과 연결되었다.
칼럼
남도일보
2011.01.27 00:00
-
4년제 대학 중 전남대·목포대· 순천대 등 국립대 3곳과 남부대가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키로 했다. 전남과학대학과 동강대학, 서강정보대학, 광주보건대학 등 2년제 대학도 이에 동참했다. 남부대는 물가상승과 대학재정 등을 감안하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나, 학부모의 경제적 고통을 분담하고 정부 정책에 부응코자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열어 동결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목포대의 경우, 학교 측은 각종 운영비와 사업비를 삭감하고 학생회 측도 과도한 후생복지 사업 요구를 자제해 원만한 합의를 이뤄냈다. 이에 따라 다른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결정이 요청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립대학들이 모아둔 적립금사용하지 않은 채 등록금 인상분을 통해서 인건비나 물가상승분 보전비용을 충당하려는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라 지적하고 있다. 대학들은 등록금을 받고 난 뒤 남은 재정을 적립금으로 넘기는 있는데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이나 대규모 투자사업 부분에 한해서만 사용하려 하고 있다. 사립대학들은 적립금을 아껴둔 채 정부에 사립대학육성을 위한 재정지원을 건의하는 등 2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기다 학교법인이 부담해야할 교직원 법정부담금을 학교재정에 떠넘기고 교육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삼아 수백억 원대의 건물을 짓느라 등록금인상 요인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크다. 일부 사립대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과다한 복지도 등록금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등록금 평균액수는 750만원이었다. 여기다 책값과 기숙사비, 학원비 등을 포함할 경우 400만~500만원의 추가교육비 부담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등골이 휠 정도이다. 전국적으로도 요청되고 있는 사실이지만 많은 광주·전남지역의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에 합류해야할 필요성이 크다. 학부모들과 고통을 분담하는 상생의 자세가 요청되고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어려운 형편을 고려해 많은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에 동참하기를 희망한다.
사설
남도일보
2011.01.26 00:00
-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해 TV에서 가장 많이 방영되는 영화중의 하나가 ‘나 홀로 집에’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아역배우 맥컬리 컬킨을 세계적인 배우로 만들어 주었다. 집에 혼자 남겨진 아이가 집에 침입한 두 도둑을 통쾌하게 혼내준다는 내용이다. 영리한 꼬마한테 쩔쩔매면서 혼쭐이 나는 악당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 노인들이 겪는 ‘나홀로 집’은 이런 웃음이나 명랑함과는 거리가 멀다. 찾아오는 이도 없고, 안부를 물어오는 일도 없다. 겨울철이면 더욱 그렇다. 냉기 가득한 방에서 떨고 있다가 세끼를 그냥저냥 때운다. 하루 종일 틀어놓은 TV가 유일한 친구이면서 말벗이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네 가구 중에 한가구가 이렇게 혼자 사는 가구라 한다. 세집 건너 한집이 ‘나홀로 집에’ 가구다. 전통적인 가족관계의 붕괴와 조기 명퇴자 양산, 황혼이혼 증가 등 여러 가지 사회요인이 맞물리면서 노년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쪽방이나 월세 방을 얻어 홀로 사는 이들도 많아졌다. 의료기회 확대로 고령화 시대가 펼쳐졌지만 노년의 삶의 질은 오히려 뒷걸음치는 양상이다. 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이들도 전체 노인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어르신들은 하루 해 넘기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혼자 거동하기 불편한 이들은 더 힘들어 한다. 자식들은 제 딴에는 자주 들르러 하고 잘 보살피려 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시늉뿐이다. 날이 밝은 뒤 해가 떨어지고, 밤 깊어 어렵사리 잠들기까지의 적막함과 무료함, 막막함의 깊이를 자식들은 모른다. 자식들이 보살펴도 이런데, 자식들의 발걸음이 끊겨버린 이들은 오죽할까? 어떤 부부는 1억원을 예치한 뒤 한 달에 250만원씩 납부하는 실버타운에 들어가니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팔자가 늘어진 분들이다. 말이 좋아 그렇지 우리 주변에는 그렇게 많은 돈을 지닌 어르신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퇴직금을 받아들면 이자식 저 자식이 저마다 사정을 들고 와 손을 벌리기 일쑤다. 또 퇴직금을 노린 사람들한테 낭패를 당한 사람들도 많아 여유 있게 노년을 보내는 이들이 드물다. 이런 가운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두고 첨예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면 국가의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쪽에서는 선별적 복지야말로 또 다른 계층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외친다. 보편적 복지가 사회복지의 가치인 평등의 추구에 더 적합하지만, 결과의 평등을 이루는 데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크다. 그러나 그 어떤 주장이든, 오늘의 현실에서 보면 허황된 소리들이다. 전기 끊긴 집에서 혼자 살던 할머니가 너무 추워 휴대용 가스를 피우다가 불이 나는 바람에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은 지금 우리사회의 복지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야당들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복지예산 재원이 없어졌다 아우성이고 정부는 역대 최고의 복지예산을 편성했다고 주장하지만 모두들 공허하다. 내일 열릴 잔칫집 상을 이야기하면서 오늘 굶어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하는 꼴이다. 문제는 시각이다. 복지예산, 특히 노인복지 예산에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느냐는 점부터 짚고 가야한다. 일부 정치인과 관료들은 노인복지예산은 소모성 예산이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국부(國富)를 좀먹는 과잉복지라 말한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은 재정위기를 초래해 국가의 장래는 물론이고 복지 그 자체를 위협한다”는 협박성 발언도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인력에 대한 복지는 결코 소모성 투자가 아니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이고 사회 건강성을 담보해줄 제도적 장치이다. 중·고령자들에게 직업능력교육을 강화하고 양질의 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자원에 대한 투자이다. 무엇보다 인간이 존중받는 사회가 돼야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사회가 아쉽다. 오늘, ‘나홀로 집에서 나홀로 죽어가는’ 노인들이 이렇듯 많은데도 내일의 복지를 놓고 침 튀기는 정치인들과 관리들이 한심할 뿐이다.
칼럼
최혁
2011.01.26 00:00
-
고층 아파트의 고드름을 제거하던 소방관이 고가사다리차의 와이어가 끊어지는 바람에 추락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고가사다리차는 불과 한 달 전에 정밀안전점검을 받은 뒤 와이어를 교체한 상태여서 안전점검의 부실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낡은 소방차량에 대한 신속한 교체도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I아파트 14층에서 고드름 제거작업을 하던 119구급대원 이석훈 소방교와 노은호 소방사가 고가사다리차 승강기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이 소방교가 숨지고 노 소방사가 중상을 입었다. 이 소방교는 3살과 1살짜리 두 아들을 둔 가장으로 졸지에 남편과 자식을 잃은 가족들은 큰 슬픔에 잠겨 있다. 최근 들어 소방관들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처우와 근무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생명을 담보로 화재진압에 나서는 일은 기본이고 구급활동과 갖가지 민원성 업무를 보느라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취객들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등 가장 많은 봉변을 당하는 이들이 소방관들이다. 이번 사고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던 소방관이 고가사다리차의 안전문제로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생명을 담보로 해 일하는 소방관들인 만큼 이들이 화재진압과 구조작업에 사용하는 모든 장비는 최고의 안전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차량들도 안전문제가 전혀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와이어의 결함이나 부실점검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또 안전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낡은 고가사다리와 굴절차 등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광주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광주지역 5개 소방서가 보유한 소방차량 1천581대중 19대가 사용연도를 넘겼다. 지자체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노후차량들을 그대로 사용토록 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소방관들의 안전사고는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방공무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실질적인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예산확보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노후차량과 장비에 대한 철저한 점검은 물론이고 노후차량 교체에도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이들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다.
사설
남도일보
2011.01.25 00:00
-
명색이 화가랍시고 그림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럴때마다 그냥 편하게 본인의 취향대로 본인이 좋아보이는 그림을 좋아하라고 권한다. 그렇게 자주 접하다 보면 처음에는 이발소나 다방그림이 좋아보이다가 점차 눈이 열려 안목이 높아지리라 생각되며 직접 그림을 배워 그려보면 훨씬 빨라지리라. 종종 그려보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문단 등단해 미술비평에 뛰어든 분들 글을 들여다보면 쉬운말도 가급적 어려운 용어 나열하여 빙빙 돌려 제법 폼나게 비평을 전개해 가지만 결정적인 깊이있는 구석은 건드리지 못한 채 슬그머니 뛰어넘어 도통 촌놈 헷갈리게 하기도 한다. 여지껏 작품보다는 화가의 이름이나 약력을 들여다보아왔는데 이는 그림에 문외한인 분들 입장에서는 달리 기준 둘데가 없어 그러한 현상들은 불가피함이리라. 왕왕 미술관련서적, 화랑, 평론 등을 통해 많은 부분 의존하고 참고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함정이 있으니 금기시 하는 부분 살짝 들추어 보자면 한마디로 짜고치는 고스톱 판처럼 누이좋고 매부좋고 형님좋고 아우좋고 끼리끼리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작이 상당수라 유치원 어릴적부터 먹이나 붓대신 크레용으로 북이나 장고대신 피아노를 배워왔던 서구지향적 교육환경속에서 수백년 지속되어왔던 우리 것, 우리문화는 장롱 깊숙이 쑤셔박아놓고 수입한지 얼마되지않는 그 잘난 서구문화들로 도배질하듯 떡칠하고 그것이 전부이고 최고인양 몸에 베이다 못해 소금에 절인 단무지처럼 절여져버린 자들의 어줍잖은 시각들이 마치 선무당이 사람잡듯 오늘 우리문화를 송두리째 고사시키며, 외국에서는 이미 유행이 지나 퇴물이 되어 뒷골목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나 아니면 한창 유행하는 것들 마치 국 끓여 간보듯 살짝 베껴와서는 좌판벌려 손님끌듯 보통사람들 도통 헷갈리게 사기치니 우리것 우리문화는 증발되어 사라지고 이곳이 서울인지 빠리인지 그야말로 구호처럼 세계는 하나가 되어가고 있질 않는가. 멀리서 찾을것 없이 우리 광주 비엔날레를 들여다 보자. 그렇지 않으면 권위도 없고 축에도 못낀다는 생각에서인지 저마다 경쟁적으로 해외에서 이삼류작가 끌어들여 뉴욕, 파리에서 유행하는 미술사조 끌여다 지랄발광 안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커미셔너, 큐레이터 얼마나 되겠는가. 외국으로 튀었다 몇 년만에 돌아오면 기립박수치며 광주에서 코피터지게 작업해온 화가들에게는 눈길 한번 제대로 주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안일하게 우물안 개구리처럼 스승에게 배운 것만 끌어안고 문제의식없이 작업해온 화가들에게 큰 책임이 있지만 그러나 광주에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결코 뒤지지 않을 열심히 작업하는 화가도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은 스포츠 올림픽처럼 단순한 기록갱신이나 점수차이로 우열을 가리는 게임이 아니다. 심각하게 정체해져버린 우리지역에 현대미술이 이럴 수도 있고 저런 것도 있구나, 아~하 하고 크게 안목을 넓혀준 긍정적인 성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허나 가장 한국적이면서 광주적인 화가를 발굴해 세계의 화가들과 나란히 경쟁케 하고 우리의 잔치에 그들을 초대해 우리를 들러리 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가 나란히 병존시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광주 비엔날레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책임있는 자들이 진정으로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1.01.25 00:00
-
설을 10여일 앞두고 들려온 몇 가지 소식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혼자 살던 노인이 숨진 지 며칠 만에야 발견됐다는 뉴스와 노인이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지난 주말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 22일 전남 목포시 죽교동 한 주택에서 홀로 사는 노인 엄모(78)씨가 숨져 있는 것을 쌀 배달을 갔던 택배직원 박모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쌀가마니를 2개월에 한번 꼴로 엄씨 집에 배달해 왔다. 엄씨는 발견 당시 옷을 껴입은 채 반듯이 누운 상태였다. 나무를 때서 불을 집어넣는 방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지난 4일에도 광주에서 혼자 살던 71세 남자가 숨진 지 4일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혼자 살던 노인이 외롭게 죽음을 맞는 이런 일은 전국적으로 매일 수십 건에 달한다. 신병이나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빈번하다. 지난 22일에도 광주 남구의 한 주택 옥상에서 위모(76)씨가 목을 매 숨지기도 했다. 혼자 사는 독거(獨居)노인이 맞이하는 고독사(孤獨死)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 가야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혼자 사는 노인은 106만여명 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남지역의 독거노인은 1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기초수급생활대상자이다. 농촌지역이나 도시 달동네에서 혼자 살고 있으니 죽음을 맞이해도 다른 이들이 알기가 사실 힘들다. 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 네 명 중 한명(27%)은 자식과 월 1~2회 정도 연락하고 지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르신들을 보살펴야 할 자식들의 왕래가 뜸하다보니 독거노인들의 건강상태는 아주 좋지 않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춥게 지내다보니 겨울철이면 냉방에서 죽음을 맞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밝힌 ‘2010 인구주택총조사’잠정 집계에 따르면 혼자사는 1인 가구가 403만9천 가구로 조사됐다.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혼자 사는 집이다. 10년 전인 2000년 조사에서는 222만4천 가구였으나 10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다. 이는 직업을 잃고 혼자 사는 청·장년들의 수가 늘어난 것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홀로 사는 사람과 외로운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사설
남도일보
2011.01.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