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이 '깜박깜박' 혹시 치매 아닐까(?)경도인지장애

 
기억력·주의력·언어능력·시공간능력·판단력 등 저하
노화와 치매 중간단계…80% 정도 6년 내 치매로 발전
규칙적인 생활·꾸준한 운동·독서·글짓기 등 치료에 도움

▲ 최근들어 생활에 의욕이 없고 과거 일이 잘 생각나지 않는 등 기억력 장애 증상이 나타난 70대 할머니가 광주기독병원을 찾아 홍상훈 과장에게 진단을 받고 있다. /광주기독병원 제공
6년 전 퇴직한 60대 후반의 박모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몇 달 전부터 모든 일에 의욕이 없더니 최근들어선 건망증이 매우 심해져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자기가 한 이야기를 잊어버리기가 일쑤다. 혹시 치매에 걸린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그와 아내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주변에서 건망증이 많은 사람에게 "치매 아니야? 검사 좀 받아 봐"라는 장난기 어린 농담을 하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가을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주인공 수애가 앓고 있던 병이 '알쯔하이머'로 알려지면서 기억력 장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기억력 장애 등 증상이 치매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건망증으로 치부하며 그냥 넘길 수도 없는 중간단계의 질환으로 경도인지장애 질환이 있다.

광주기독병원 신경과 홍상훈 과장의 도움말로 양성 건망증 또는 나이에 따른 기억력 저하라고 불리기도 하는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치매와 비교해 가면서 알아본다.

▶경도인지장애란
인지기능장애란 기억력, 주의력, 언어능력, 시·공간능력과 판단력 등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며 그 정도는 아주 경미한 경우에서 심한 경우까지 다양하다.

인지기능장애가 심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를 '치매(dementia)'라고 한다. 치매는 그 자체가 진단명이 아니라 단지 특정한 증상들이 나타나서 어떤 기준을 만족시키는 경우에 해당되는 하나의 증후군이다. 따라서 원인질환도 다양하다. 치매는 약 50가지 이상의 종류가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그 중 하나며, 혈관성 치매와 함께 전체 치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반면 경도인지장애는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 특히 기억력이 떨어져 있으나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돼 있어 아직은 치매라고 할 정도로 심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는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가 매년 치매로 진단받고 있다. 다시말해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전 단계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고 정기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학자에 따라서는 경도인지장애를 치매의 가장 초기시기로 간주하기도 한다.

경도인지장애에는 주로 기억력이 떨어지는 유형, 기억력 이외 다른 인지기능 한 가지가 떨어지는 유형 등 두 가지 이상의 인지기능 영역에서 장애를 보이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역학연구에 의하면 경미한 인지장애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이행할 수 있는 고위험 상태이며 병원에서 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광주기독병원 홍상훈 신경과장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점차 확실해지고 있다"며 "모든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해 치료해야 치료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단은 어떻게
정상, 경도인지장애, 치매의 경계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임상적 진단기준에 따르면 일부 정상적인 인지기능의 저하와 초기 치매 환자들이 어느 정도는 서로 겹칠 수밖에 없다. 일부 환자는 서서히 좋아지면서 정상이 되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경도인지장애의 상태로 머물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서서히 진행해 치매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 경우도 그 원인 질환에 따라 나타나는 인지장애의 양상과 경과가 크게 다르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10~15%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된다. 이는 정상 노인군의 1~2%가 매년 치매로 진행하는 것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또 경도 인지장애 환자의 80% 정도는 6년 안에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정상 노인군에 비해 매우 높은 치매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정도의 인지기능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 환자들에 대해 불확실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객관적 검사(신경심리검사)와 보호자 상담에 의해 확인이 가능하다. 또 뇌영상 및 다양한 혈액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

기독병원 홍상훈 과장은 "치매 초기 및 경도인지장애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60세 이상 노인이 과거와 다르게 인지기능 장애나 성격장애, 기타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치료·예방 위한 노력
치매 환자에 대한 약물치료는 뇌 인지기능에서 사용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양을 정상과 비슷하게 유지시켜서 증상을 호전시키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이 약물들을 치매로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경도인지장애에도 사용하고 있다.

약물치료 이외에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잡힌 식습관, 꾸준한 운동 그리고 뇌를 사용하는 취미생활과 사회생활이 필요하다. 손 운동이나 스트레칭 같은 꾸준한 운동은 뇌의 기능을 활발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활발하게 손 운동을 함으로써 인지능력을 유지하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많이 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을 유지해주면 정서적인 활력소가 되기 때문에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기독병원 홍상훈 신경과장은 "책을 많이 읽는다거나 수시로 글짓기나 독후감처럼 글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아울러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 관련 질환 등을 잘 조절하면 치매를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광주기독병원 홍상훈 신경과장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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