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라진 조선시대 제왕의 투구와 갑옷이 미국 브루클린 박물관에서 한꺼번에 발견됐다.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은 16일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지난 12일 19세기 조선시대 대원수의 투구와 갑옷을 발견했다”면서 “이중 두 개의 투구는 왕의 상징 문양과 장식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선시대 제왕의 투구가 세상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루클린뮤지엄의 아시아미술 큐레이터 조안 커민스의 주선으로 진행된 특별 열람은 혜문 스님과 미주한국불교문화원 김정광 원장, 최한규 이사 등이 동행했으며 뉴시스가 단독 취재했다.

혜문 스님은 “이 투구는 2006년 우리나라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간한 ‘브루클린 뮤지엄 소장 한국 문화재’ 도록에 기재된 용봉문두정투구(龍鳳紋豆釘甲) 2점과 용문두정갑옷(龍鳳紋豆釘胄)과 다른 것으로, 이번 특별 열람을 통해 새롭게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투구는 양쪽 측면에 날개를 부착했던 걸개가 있고 용의 발톱이 5개인 점. 이마가리개가 용이 새겨진 백옥으로 제작된 점, 투구 머리 끝 장식이 삼지창 형태가 아니라 백옥과 칠보로 장식된 화염문 형태인 점 등 제왕의 투구가 필요한 4대 요소를 완벽하게 갖춘 희대의 보물로 평가받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봉상 원수 투구의 경우 이마가리개에 원수(元帥)란 직책이 조각되어 있고, 투구의 용 발톱은 4개로 제왕의 투구와 차이가 있다.

또한 혜문 스님은 “1897년 대한제국 창립 이후는 신식 군대 위주로 군제가 개편되었으므로, 대한제국 이전의 물건으로 추론할 수 있다”면서 “이 투구는 유물번호 X957.1b 용문두정갑옷과 동일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 의복의 제작 시기는 150년을 넘지 않아 보이므로 철종 때까지 소급하기는 어렵고 고종이 착용한 물건으로 고증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구의 머리 장식은 이날 현장에서 극적으로 발견됐다. 함께 공개된 나머지 두 개의 투구는 수 년 전 한 차례 전시한 적이 있으나 제왕의 투구는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어서 브루클린 박물관도 머리장식의 존재여부를 알지 못했다. 이 머리장식은 원형의 부조 위에 옥을 감싸올린 형태로 정교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수장고에서 투구를 꺼내는 과정에서 커민스 큐레이터는 구석 한켠에 숨겨져 있던 머리장식을 뒤늦게 발견했다. 커민스 큐레이터는 “머리장식이 보존돼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놀라워 하면서 “없어진 날개 장식도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적인 확인 작업을 약속했다.

투구와 짝을 이루는 제왕의 갑옷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제왕의 갑옷은 왕권을 상징하는 의장용답게 양 어깨에 용모양의 견철(肩鐵)이 달린 용문두정갑옷으로 용이 3마디로 연결돼 있다.특히 갑옷의 원단이 당시 흔치 않은 벨벳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털로 된 모선이 둘러졌고 안감은 비단으로 돼 있었다.

안팎으로 황동광의 두정(頭釘)을 촘촘히 박아 갑옷의 형태를 취했고 목과 등뒤로 택사(澤瀉)잎이 둥글게 장식됐다. 또한 앞이 여며지지 않게 맞닿으며 옆트임과 뒤트임을 주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발견된 투구와 갑옷은 제왕의 상징 문양과 장식을 완벽하게 갖춘 현존하는 유일한 유물로 평가되고 있다. 혜문 스님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도쿄국립박물관에도 조선시대 제왕의 투구와 갑옷이 소장된 것으로 파악됐으나 박물관 측이 공개를 거부해 지금까지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혜문 스님은 “도쿄국립박물관에 4년째 특별 열람을 신청했으나 계속 거절하다가 지난 6일 비밀리에 대한제국 황사손 이원씨에게만 비공식 열람토록 하고 사진 촬영도 금해서 전문가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브루클린 박물관은 이 투구와 갑옷을 막연히 조선시대 장군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커민스 큐레이터는 “1913년 경 뮤지엄의 첫 아시아 큐레이터였던 스튜어트 컬린이 미술품 수집 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확한 기록이 없으며 1920년에서 1930년 사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물번호 앞에 X가 붙은 것도 연도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1897년 설립된 브루클린 뮤지엄은 당대 명 건축회사인 맥킴 미드 앤 화이트의 설계로 지어졌다. 1974년 미국 내 메이저 뮤지엄 사상 최초로 한국실을 설치했으며 14세기 아미타삼존도, 장승업의 ‘거위와 갈대 그림’ 등 한국 유물 66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조선 제왕의 투구 외에도 유물번호 20.967 활옷(도록 번호 246) 등 왕실 사용품이 1920년대 수집된 것으로 명기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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