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피부만의 문제 아닌 만성 재발성 염증 질환
팔꿈치·무릎·엉덩이·두피·얼굴 등 부분에 주로 발생
면역시스템 혼란 원인…조기 진단·지속적 치료 중요

▲ 최근 건선으로 두피 각질이 심해지고 염증이 발생한 30대가 조선대병원 피부과를 찾아 신봉석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조선대병원 제공
직장인 김모(35·광주 북구)씨는 3년 전부터 겨울만 되면 두피 각질이 심해졌다.

김씨는 비듬이라고 생각해 머리를 잘 감고 비듬치료제를 쓰는 정도의 조치만 취했다.

하지만 증상은 갈수록 점점 심해졌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비듬이 떨어진 곳에서 피까지 나기 시작해 피부과 병원을 찾았다.

담당 의사는 생각지도 않았던 '건선'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치료가 늦어진 탓에 건선이 두피 전체로 퍼진 상태였다.

흔치 않은 질환으로 여겨졌던 건선은 한국인에서는 빈도가 백인에 비해 낮았으나 점점 우리나라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조선대병원 피부과 신봉석 교수의 도움말로 건선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건선은 만성 재발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은백색의 인설로 덮인 홍반성 구진 및 판이 나타난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지거나 서로 합쳐져서 큰 판상 피부병변이 된다.

구진은 반점과 달리 피부가 솟아올라가 있는 것을 말하며 보통 경계는 명확하다. 크기는 직경 0.5~1cm 정도다. 끝이 편평하거나 중심부가 함몰돼 배꼽 모양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끝은 보통 뾰족하거나 둥글게 생겼다. 대부분은 피부의 표피 및 진피 상부층에 존재하고, 피지샘 주위나 땀샘 또는 털집의 입구에 생기기도 한다.

▶원인 및 증상
건선 환자에서 피부각질은 쉽게 벗겨져 나가며 피부는 점차 두꺼워지고 가려움증은 그리 심하지 않다. 주로 팔꿈치, 무릎, 엉덩이, 머리(두피) 부분에 많이 생기고 얼굴, 등, 허리, 다리, 손·발바닥, 성기, 정강이 부위, 손·발톱 등에도 흔히 나타난다.

특히 노출부위에 발생할 경우 외모상의 문제로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가 위축되기 쉬어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건선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으나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 혼란으로 지속적인 염증이 발생한다고 밝혀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 염증이 피부에서만 온다고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염증이 전신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신적인 염증은 심혈관계 이상이나 대사 이상을 초래하기도 하고 손가락, 발가락과 같은 작은 관절뿐만 아니라 척추에도 통증을 일으키는 건선관절염도 발생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 위해선 피부 조직검사 필요 
건선은 환자의 병력과 피부 증상 등을 통해 일차적인 감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루피부염, 유건선, 모공홍색잔비늘증, 장미색 잔비늘증 등 질환도 건선과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피부조직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건선으로 진단된 경우 합병증, 후유증을 확인하고 약물치료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각종 혈액검사와 방사선학적 검사를 받아볼 필요도 있다.

▶치료는 어떻게
건선은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이므로 치료도 장기간 지속적으로 받아야 된다.

따라서 치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수한 효과를 내면서도 장기간 진행돼도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선은 유전적, 생물학적, 행동적,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악화되므로 치료 역시 이런 부분이 골고루 포함돼야 한다.

그동안 건선은 치료가 번거롭고, 부작용이 심하며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인식 탓에 병원 치료를 포기하거나 대신 대체요법을 받는 사람이 많았다.

당뇨병이 완치되지는 않지만 혈당조절약을 복용하면 정상인처럼 살 수 있고, 고혈압 환자도 혈압약으로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것처럼 건선 역시 현대의학으로 완치는 어렵지만 잘 조절하면 일상에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다.

기존에 국소 치료로 사용했던 연고 제제는 바르면 끈적거리고, 외관상 보기 흉해 일상 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했다. 하지만 최근 겔 타입 등의 다양한 국소 도포제가 개발돼 사용하기가 쉬워졌으며 협대역자외선치료 및 엑시머 레이저 치료 등 광선치료도 개발돼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엑시머 레이저 치료는 노출부위의 건선 병변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다. 레이저 치료는 치료기간이 짧고 방법도 간단하며,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어 환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 외에 전신치료로 합성 비타민A 제제, 면역조절제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등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약제들은 혈압상승, 신장독성, 혈청 지질 상승 등의 부작용 때문에 오래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 이를 개선한 약제로 다양한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생물학적제제들은 기존 약물요법보다 부작용이 적고 1주일에 한 두차례 병원을 찾아야 하는 광선치료와는 달리 2주일에 한번 혹은 12주마다 주사를 맞으면 증상완화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더욱 편리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건선은 만성재발성 질환이므로 장기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서 병을 잘 조절하면 오랜 기간 재발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드물게는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환자는 평생 치료한다는 마음으로 생활습관부터 개선해야 한다. 특히 음주와 흡연을 피하고,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또한 건선 환자라면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는 일부 환자의 경우 상처가 있는 부위에 건선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신봉석 조선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환자 스스로가 건선에 대해 잘 알고 유발 및 악화 요인들을 잘 인식해 이를 피해야 한다”며 “증상이 악화되거나재발할 경우 지체없이 피부과 전문의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선대병원 피부과 신봉석 교수
<도움말>조선대병원 피부과 신봉석 교수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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