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돛을 띄운 홍명보호가 페루와의 일전을 하루 남겨두고 있다.

이번 친선경기는 공격력을 테스트하는 홍명보호와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페루의 '창과 창'이 맞붙어 뜨거운 한 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페루 축구대표팀과 친선경기를 벌인다.

홍 감독 체제에서 맞은 국가대표끼리의 첫 번째 친선경기이자 지난 2013동아시안컵을 제외한 두 번째 홍 감독의 시험무대이기도 하다.

한국은 페루와 국제 무대에서 딱 한 번 만나 대패한 바 있다. 지난 1971년 2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0-4로 졌다. 42년 만에 안방에서 벌이는 리턴 매치다.

홍명보호는 동아시안컵 3경기 동안 승리를 맛보지 못한 상태에서 난적 페루를 만났다. 페루는 칠레, 에콰도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남미의 복병으로 평가받는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같은 전통의 강호에 가려 세계 무대에서 많이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까다로운 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로 한국(56위)보다 높은 순위를 자랑한다. 홍명보호의 가능성을 시험할 상대로 손색이 없다.

페루대표팀 선수들의 이름값을 따지고 보면 한국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⅓ 가량의 선수만이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을 뿐 ⅔는 브라질,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독일, 이탈리아 등 유수의 해외리그에 진출해 있다.

이번 경기에는 14명의 해외파 선수들이 모두 호출됐다. 유럽 리그 소속이 8명으로 가장 많고 브라질 4명, 아르헨티나 1명, 미국 1명으로 구성됐다.

가장 대표되는 선수로는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클라우디오 피사로(35)가 있다. 피사로는 바이에른 뮌헨, 첼시 등 빅클럽을 거쳐 지난해부터 바이에른 뮌헨에 다시 정착한 페루의 대표적인 공격수다. A매치 69경기에서18골을 기록하고 있다.

PSV에인트호벤 시절 박지성(32·퀸즈파크레인저스)과 한솥밥을 먹었던 제퍼슨 파르판(29·샬케04)도 빼놓을 수 없다. 빠른 발을 이용해 좌우측면 돌파에 능하다. 에인트호벤에서 119경기 57골, 현재의 샬케에서 142경기 30골을 기록하는 등 득점력을 갖췄다.

세르히오 마르카리안(69) 페루대표팀 감독은 세리에A 파르마 출신으로 올시즌 세리에B의 파도바로 임대된 왼쪽 측면 자원인 알바로 암푸에로(21)를 합류시켰다. 측면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까지 소화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로 파르판과 함께 좌우 측면 공격을 담당한다.

그 밖에 브라질 코린티안스에서 활약 중인 골잡이 파올로 게레로(29),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 소속 수비수 카를로스 잠브라노(24) 등도 이번 친선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홍 감독은 이번 친선경기에서 공격력을 집중 테스트할 예정이다. 지난달 열린 동아시안컵 3경기에서 1득점 2실점에 그치는 극심한 골 결정력 부족의 문제를 노출했다. 만들어 가는 과정은 괜찮았으나 문전에서의 처리가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홍 감독은 페루전을 대비한 대표팀 명단에 변화를 줬다. 합격점을 받은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공격라인을 가다듬는 부분 개편을 시도했다.

김동섭(24·성남)이나 조동건(27·수원)이 최전방 공격을 책임진다. 김동섭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공격 자원이고 조동건은 새로 부름을 받았다.

김동섭은 K리그 클래식에서 최근 3경기 연속으로 골을 터뜨리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조동건도 주말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골 맛을 봤다.

최근 K리그에서 나란히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홍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은 조찬호(27·포항), 임상협(25·부산)도 공격 미드필더 자원으로 합류했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11골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근호(28·상주)도 홍명보호에 처음으로 승선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중 한 명인 백성동(22·주빌로 이와타)도 포함됐다. 백성동은 홍정호(24·제주), 김영권(23·광저우) 등과 함께 대표적인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린다.

홍 감독은 12일 첫 소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첫 소집 이후 48시간 이내에 경기가 열리는 짧은 시간을 고려해 파주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가 아닌 경기장 근처 수원 라마다 호텔에 숙소를 꾸렸다.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실시한 한 차례의 공식훈련에서 홍 감독은 회복훈련에 중점을 뒀다. 지난 주말 K리그 경기를 소화한 선수들을 위한 배려 차원이었다.

홍 감독은 "페루전은 우리 대표팀의 실력을 점검하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48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공격과 수비 조직력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트레칭 후 팀을 나눠 미니게임을 펼치던 평소와는 달리 이날은 체력 소모가 적은 기본적인 훈련만 했다.

페루의 세르히오 마르카리안 감독은 첫 훈련부터 적극적인 전술훈련을 실시하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1시간 30분 여 동안 진행된 훈련에서 준비해온 전술을 집중적으로 가다듬었다. 양 측면을 폭넓게 활용하는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 아래에서의 공격 패턴을 반복적으로 몸에 익혔다.

윙어 후안 마누엘 바르가스(30·피오렌티나) 대신 합류한 왼쪽 측면 자원인 암푸에로는 간단한 러닝만 소화했고, 오른쪽 날개 파르판은 장시간의 비행 끝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훈련에 불참했다.

주요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양 측면 미드필더들이 이날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페루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카를로스 로바톤(33·스포르팅크리스탈)과 레이몬드 만코(23·UTC)가 양쪽 날개로 대신 나서 꾸준하게 중앙을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요시마르 요툰(23·바스코다가마), 루이스 아드빈쿨라(23·폰테프레타), 두 측면 수비수의 활발한 오버래핑도 돋보였다.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페루의 대표적인 골잡이로 평가받는 피사로는 미드필드 진영까지 내려와 직접 슈팅보다는 빈 공간에 적절히 찔러주는 침투패스를 많이 시도했고, 슈팅은 주로 게레로가 담당했다.

중앙 미드필더 에드윈 레타모소(31·레알그라시아소)와 루이스 라미레스(29·폰테프레타)를 거쳐가는 패스는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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