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등 문제 불구 법원이 추가로 증거조사
법원 "경찰청에 사실조회 결과 신빙성 충분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 위원회)가 진실 규명 불능 결정을 한 사건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과거사 위원회의 진실 규명에도 불구하고 증거부족, 소멸시효 등 문제로 배상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른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민사1부(부장판사 박강회 지원장)는 7일 최모(81·여)씨 등 세 자매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각각 5천6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1950년 아버지가 경찰에 연행돼 총살당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이 믿을 만하고 경찰청을 통한 법원의 사실조회 결과도 신빙성을 충분히 뒷받침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피고 측의 주장에 대해 "진실규명 불능 결정의 경우에도 결정일로부터 3년 안에 소를 제기했다면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과거사 위원회가 진실 규명 불능으로 결정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추가로 증거 조사 등을 해 국가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만약 과거사 위원회가 조사 당시 원고 아버지의 사망경위에 대해 충분한 증거조사를 했거나 이에 기초해 적절한 판단을 했더라면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강회 목포지원장은 "판결문을 작성하면서 대법원 판례와 하급심 기록을 살펴봤더니 진실 규명 불능 결정을 받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는 없었다"며 "과거사 위원회의 결정이 최종 결정은 아닌 만큼 진실 규명 불능 결정이 났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 자매들은 1950년 12월 27일 아침 영암경찰서 소속 경찰관 두 명이 아버지를 연행해 이날 밤 총으로 살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영암 지역 인사는 최씨 자매의 아버지를 포함해 수십 여명의 대상자들에 대해 진실 규명 조사를 대표로 신청했다.
과거사 위원회는 일부 대상자에 대해 진실 규명 결정을 했지만 최씨 자매의 아버지와 관련해서는 "경찰의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로 사망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2010년 6월 29일 진실 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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