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대순 시인, 시집 '무등산' 출간
101편 수록…산에 대한 애정 담아 

범대순 시인은 젊다. 무등산을 타는 것도 그렇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그의 시가 그렇다. 고희에다 한 순배를 더한 나이지만 그는 야성의 시인이고 낭만의 시인이기도 하다.

범대순 시인의 '무등산'이 출간됐다. 이 시집을 해설한 평론가 김형중의 말에 따르면 그는 백수광사(白鬚狂士), 즉 하얀 수염의 미친 선비다. 하얀 수염의 미친 선비는 무등산에서 하나의 오브제이고 하나의 설치미술이다. 이는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무등산을 사랑하는 사람 간에 오래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집은 그가 평생동안 1천100번의 무등산 산행 그 가운데 160번의 허락된 정상 1천100고지 서석대 등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 숫자는 그의 말에 따르면 숫자가 아니라 스토리다.

그 속에는 무모하게 홍수를 이기려다 119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난 이야기, 영하 30도의 서석대 등정이 있었고 섭시 35도가 넘는 더위 속의 산행으로 심장의 모터가 꺼질 뻔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끊임없이 산에서의 죽음을 암시한다. "무등산은 나의 죽음에 이른 병 이다." 해설자는 이를 그의 죽음과 연결된 백수광사의 비극적 현상이라 했다.

KBS가 2013년 4월에 제작 방영한 영상 앨범 무등산 '세월의 길을 걷다'는 그의 스토리였다. 그 스토리 속에 그는 동행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동행은 사실은 자기 자신과의 동행이다. 자기와의 동행으로 가는 그의 무등산 산행은 그의 말대로 고산고수(苦山苦水)의 고행이고 시지프스의 저주의 현상이다. 이는 까뮈의 말인 위대한 인간상을 상기 시킨다. 사라져버린 산의 원시성, 즉 불이었던 산, 벼락 천둥이었던 산, 다만 바위였던 산, 폭풍우이고 폭설 속의 산을 만나고 싶어 한다. 이것은 미친 생각이지만 동시에 산에 대한 애정을 뛰어넘은 창조행위이다.

근본적으로 문명비평적인 이 시집 '무등산'에는 101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이는 평생동안 그가 쓴 무등산 시 전부다.

범대순 시인은 "1, 2부 56편은 신작이고, 3, 4부 45편은 여러 시집에 산재한 기 발표작품들이지만, '무등산'이란 제목의 새 책에 과감하게 같이 묶었다"고 말했다.

▲ 범대순 시인의 '무등산'이 출간됐다. 이 시집은 그가 평생동안 1천100번의 무등산 산행 그 가운데 160번의 허락된 정상 1천100고지 서석대 등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집에서 작품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그의 말이 아니면 가려낼 수도 없을 만큼 어디서난 일관된 시적 에스프리를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젊고 기운차고 야성과 낭만으로 일관돼 있다. 그래서 그는 천생 무등산 시인이다.

한편 범 시인은 광주 출생으로 고려대 영문학과 동 대학원을 수료했고 시집 '흑인고수 루이의 북', '이방에서 노자를 읽다', '북창서재', '파안대소', '나는 디오니소스의 거시기氣다', '산하', '가난에 대하여' 등이 있으며, 시론집 '눈이 내리면 산에 간다', '범대순 전집', 연구서 '1930년대 영시연구', '스티븐 스펜더 시집' 등이 있다. 현 전남대 명예교수. (문의=010-4615-6514)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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