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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일 감독과 함께한 '야간 비행'14일 영화상영 후 광주극장 '관객과의 대화'
학교 폭력·제작 배경 등 다양한 주제 다뤄
   
▲ 14일 광주극장 영화의집에서 영화 야간비행 이송희일 감독과 함께한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여기에도 게이가 산다"

영화 '야간비행'에서 용주(곽시양 분)가 학교 외관벽면에 써내려간 글씨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학교폭력을 당하고 자퇴하기 직전 그는 자신을 밀어냈던 학교에,세상에 그렇게 외친다.

한국 '퀴어영화'의 새 장을 써내려가고 있는 이송희일 감독이 지난 14일 광주극장을 찾았다.

그는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추천작 영화 '야간비행'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야간비행'은 학교폭력과 동성애라는 무거운 주제를 통해 세상의 잣대와 어른들의 외면 속에서 방황하는 청소년의 세태를 담담히 버무려낸 작품이다.

이송희일 감독이 만든 퀴어영화는 현실성을 내포한 상황 설정, 관객을 상념에 잠기게 하는 대사로 영화를 빛나게, 또 아프게 한다.

골수팬도 많다. 관객과의 대화를 마친 후 그는 한참동안 사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날 열린 관객과의 대화는 40분 정도 진행됐다. 영화를 통해 느껴지는 감정선을 따라 관객들은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공감했다.

야간비행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묻자 그는 "200번은 더 얘기한 것 같다"며 웃었다.

"2009년 쯤 블록버스터에 밀려 한국영화에 위기가 닥치고 어려움에 처했다. 당시 드라마 대본을 써보자 싶어 8회 분량을 쓰게 됐다. 제작해 줄만한 데가 없었는데 대본 중 1회가 주인공 용주와 기웅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였다. 한 곳의 제작사에서 1회를 장편 영화로 만들고 이후에 드라마형식으로 제작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시작하게 됐다"

초창기 시나리오는 두 고등학생의 동성애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대구 한 중학생이 목숨을 끊기 직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털썩 주저앉아 울고 있는 CCTV영상을 접하고 학교폭력이라는 새로운 주제가 가미됐다.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큰 충격을 받았고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자 싶어 시나리오를 고쳤다"

학교 폭력을 영화에 담기 위해 피해자들의 사례를 취합, 활용한 방식도 소개했다.

"다음 커뮤니티 공간에 왕따 카페가 있다. 승인받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워낙 폐쇄적인 공간이라 그런 것 같다. 그 곳에 가면 실제로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이 셔틀(힘센 학생들의 강요에 의해 빵, 담배 등을 대신 사다 주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을 피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공유한다"

실제 영화 속에서 기택(최준하 분)은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학교폭력의 피해자다. 기택은 '펀치머신'으로 불린다. 이 역시도 카페에 한 학생이 올린 글이 모티브가 됐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접속하는 카페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글의 제목이 "나는 펀치머신입니다" 였다.(아이들이 때리면 맞고 주먹의 강도에 따라 점수를 불러준다는 내용이었다)"

영화 속 학교 장소 섭외에 대한 얘기도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상업 영화면 돈을 지불하고 공간을 사용하면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 협조를 구했으나 공간을 쉽게 내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복도,교실 등 촬영은 전북 고창의 한 폐교에서 촬영했다. 학교 외부 경관은 모교에 가서 영화 좀 찍게 도와주라고 부탁해 승낙받았다"

이송희일 감독은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줬다.

"당분간은 퀴어영화는 찍지 않을 예정이다. 퀴어영화를 찍을 때는 현장에서 연출을 하는게 아니라 연기선생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나리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성의 멜로와 스릴러가 섞인 작품을 할 계획이다"

그의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면서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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