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치 구도를 바꾸자

4·29 재·보궐 선거 투표가 오늘 실시된다. 오늘 밤이면 누가 당선됐는지 판가름날 것이다.  전국적으로 4곳에서 벌어졌던 이번 선거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 함께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민심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을의 경우는 선거과정에서 상당히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 변화가 특정인의 당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매우 흥미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광주지역의 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구 민주당)의 독주 가운데 치러졌기 때문에 항상 결과가 예측 가능했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 누가 새정치연합의 공천을 받는지가 관심거리였다. 새정치연합의 경선이 곧 본선이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9.7%의 지지를 받은 것은 구 민주당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명숙 전 대표는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추진, 광주 서을에 공천자를 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오병윤 후보가 당선됐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이 인물론에 입각한 투표성향을 보여 이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19대 총선을 제외하고 서구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새정치연합을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새정치연합이 광주시민을 쌈짓돈 취급하더라도 대안이 없어 ‘미워도 한번 더’를 되풀이했던 유권자들에게 무소속 천정배라는 대안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광주 서을 선거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그동안의 전횡을 심판하는 성격이 짙다. 무소속 천 후보의 선전은 지역정치계에 의미심장한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이라면 얼마든지 새정치연합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인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지역정치 구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들이 자주 서구를 방문한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높아서였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새정치연합 측에 ‘메기 역할’을 할 사람은 서구 유권자들이다. 천정배 후보 개인이 해낼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거물급 정치인이 아니어도 정치신인이 새정치연합 후보와 팽팽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구도가 마련돼야 한다. 호남대 심연수 교수가 지적한 것과 같이 정치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의식변화와 결집이 요청된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의 의식에 따라 지역정치구도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매우 희망적인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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