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재 납품 서류 조작까지…직원 대부분 조직적 연루

전남도 산하 출연기관인 전남생물산업진흥원 나노바이오연구원(장성 소재) 원장 명의로 배달된 참기름에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사연이 담겼다.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특산 생물자원을 이용해 의약품, 식품 등을 개발하고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나노바이오연구원이 보유한 장비를 이용해 참기름을 짜 원장 명의로 명절용 선물로 돌렸기 때문이다.

참기름을 짠 원료인 참깨는 연구원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업자가 상납했다. 상납받은 참깨 가격만도 6천200만원 어치다.

참기름 생산에는 이모(59) 전 원장의 주도로 팀장, 연구원 등 14명이 가담했다.

전체 직원이 25명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 직원이 참기름 생산에 달라붙은 셈이다.

더 가관인 것은 참기름을 짜낸 기계가 연구개발에 쓰여야 할 '초임계 추출기'라는 것이다.

기체와 액체의 성질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필요 요소를 추출하는 기기로 가격만 25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기기다.

참기름 생산은 2011년 추석부터 무려 4년간 계속됐다. 명절마다 참기름 300∼500병을 만들어 원장 명의로 선물을 돌렸다.

연구원들은 상납받은 참깨를 기자재를 납품받은 것으로 서류를 꾸미는 등 서류 조작까지 했다.

여기에 원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기자재 독점 납품을 대가로 업자들로부터 뇌물까지 챙겼다.

일부 연구원은 동창에게 일감을 주기 위해 허위견적서까지 동원했다.

김신웅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29일 "연구장비와 인력을 지원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장비를 이용해 참기름을 짜 돌릴 정도로 도적적 해이가 심각했다"며 "지자체 출연기관의 방만 경영에 대해 살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ky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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