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정치혁신

제19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015년 8월말까지 시한을 두어서 가동되고 있으나 혁신을 위한 과정은 매우 느리게 진척되고 있다. 정치혁신이 필요한 증후군은 다음과 같은 데, 즉, 정치권이 임박한 선거기간 이외에는 유권자를 중시하는 풍토가 흐트러질 때, 정치권이 자만심에 빠져 변화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이 있을 때, 참신한 정신이 쇠퇴할 때, 이기주의가 대두될 때, 화합과 신뢰의 분위기가 필요할 때, 타율적인 경향이 증가될 때, 정책실패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팽배할 때에 바로 정치혁신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정치권이 노력을 다하였으나 정치혁신이 실패하였던 이유들을 제시해 보면, 정치권의 유권자들 대한 진정성 부족, 독특한 정치칼라의 부재, 선도적 창의성 결여, 실천성이 없는 혁신 전략, 감내할만한 일에 대해서 불평불만하고 작은 부문에 집착하는 경향, 정치학습을 하지 않으려는 자만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조직에서 수직적 사고에 물든 구성원들과 혁신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구성원들을 잘 다루지 못하게 되는 경우와 조직원들의 혁신에 대한 저항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극복하지 못할 때도 혁신은 실패했었다. 즉, 조직원들이 정치혁신과 변화를 계획하고 시행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구성원의 교육과 의사소통에 적극적이어야 하며, 변화되지 않으면 왜 도태되는지 변화가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깊이 인식해야 하는데 수수방관하거나 비아냥거리면 혁신 주체력은 그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정치혁신은 필요한 변화부터 점진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한국 정치권은 항상 너무 짧은 시간에 혁신변화를 모색해오는 습성이 있고 이번 정치개혁특별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피터 드러커는 혁신을 “소비자들이 이제껏 느껴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치권의 혁신은 유권자들에게 혹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관심 있는 국민들에게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가져와야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의 자기혁신은 의식의 벽, 제도의 벽, 관행의 벽, 조직의 벽 등을 깨야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권, 특히 국회의원들이 ‘엘리트부패카르텔’ 구조에 타성화 되어 있고 특권을 놓지 않고 있어서 혁신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 혁신에는 급진적이고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도 있지만 점진적 혁신으로서의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도 있다. 이 두 가지 혁신 중 무엇이 더 뛰어난 형태의 혁신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정치시장의 유연성과 완고함과 같은 특성이나 정치시장 내에서의 여야 혹은 신진정당의 포지션에 따라 그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급진적인 만큼 위험이 수반되므로 정치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혁신 경로(Innovation Path)의 지속적 유지와 내부역량간의 조합, 그리고 그 혁신의 방향성 및 혁신의 정도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은 보수화되고 있는 대다수 유권자들의 성향에 맞추어서 혁신의 방향성과 정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려 한다면 반대 역풍에 마주칠 수 있다. 특히 야권의 개혁에는 여권과 달리 이런 측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혁신은 실제로 쉬운 것이라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정치권은 유권자들의 불만스런 욕구를 관찰하고 들어주고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치에 불만이 가득 찬 유권자들, 아직은 힘이 약해서 눈에 뜨지 않는 정치신인들, 불만을 가지고 애정과 매너도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위험한 정치행위자들,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소수정파들의 불만을 각종 정치혁신기구에서 해결해야 한다. 남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자신만의 방법으로 변화를 유도하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지속적으로 파괴하며 또 다른 혁신을 이룩하는 정당과 국회는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얻게 될 것이고,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승리를 할 것이다.
<호남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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