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6·황금비>-1

한일 월드컵의 뜨거운 함성이 역동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더니 그 열기도 사라지고 벌써 두 해를 훌쩍 넘긴 2004년 어느 봄날이었다. 춘삼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사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잠시 춘곤증으로 인해 오수(午睡)를 즐기고 있을 때 한 통의 휴대전화가 그의 단잠을 박살내듯 울리고 있었다.

“박춘삼입니다. 여보세요?”

“혹시 강정문씨를 아시나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당신 누구요? 누구야 너!”

그리고 난 후 춘삼은 휴대전화 발신번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발신제한표시가 있어 그가 스스로 말하기 전엔 누군지 알 길이 없었다.

“이것 보슈. 내가 누구인지는 알 필요 없고 강정문에 대해 궁금하면 지하철 종각역 사물함에 자세한 정보가 있을 거요. 참 사물함 키는 지금 당신네 회사 로비에 택배로 배달되었을 거요. 이만!”

“여보세요! 이봐요!”

그러자 그 의문의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춘삼은 한동안 잊고 지낸 지난 세월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 전화로 인해 수년간 잊고 지낸 동생 정문의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전화를 받은 후 한참을 망설이다 회사 로비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1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도 더뎌 비상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1층 로비에 이르렀을 때 그의 셔츠는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아이쿠 사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수위로 보이는 늙은 사내가 춘삼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인사를 건넸다.

“저기 혹시 제게 택배 하나 오지 않았나요?”

“네 사장님 여기 있습니다. 마침 한 시간 전에 왔기에 비서실에다 연통을 넣은 상태입니다.”

“혹시 이 택배를 가져다준 사람 인상착의를 보셨나요?”

“아니요. 사장님 그 사람 오토바이 헬멧을 눌러 써 전혀 얼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수위로 보이는 남자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춘삼에게 말을 건넸다.

“참! 사장님 오토바이를 탄 사람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웠으나 남자 키로는 작아 보였고 보통 여자보다는 약간 커 보였습니다. 제가 보기엔 날씬한 몸매 같아 보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사장님께서 이렇게 신경 쓰시는 물건인줄 알았더라면….”

“괜찮습니다. 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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