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좋다!
전국 아마추어 소리꾼들 ‘임방울 국악제’에 모였다
‘판소리 장기자랑대회’에 80여명 참가 열띤 경연
60대 늦깎이·86세 할머니 등도 우리가락 한대목씩
 

광주가 낳은 최고의 소리꾼 국창 임방울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는 ‘임방울 국악제’가 지난 23일 개막돼 26일까지 진행된다. 23일 광주향교에서 열린 임방울판소리장기자랑 무대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마추어 소리꾼들이 참여해 국악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얼씨구~ 좋다.”

관객석 추임새와 무릎 박자가 이어진다. 신명나는 추임새에 무대에 선 사람도 힘을 얻는다.

“춘향 형상 가련허다~ 쑥대머리귀신형용…”

요즘 세대에겐 개그 코드로 익숙한 ‘쑥대머리’는 판소리 춘향가 중의 한 대목으로, 춘향이 옥중에서 이 도령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여실하게 그린 옥중가(獄中歌) 중 하나다.

특히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 임방울(林芳蔚, 1905∼1961) 선생이 빼어나게 잘 불러 유성기 음반이 무려 100만장 이상 팔려나가는 ‘쑥대머리 신화’를 창조했다.

지난 23일 국창 임방울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는 ‘임방울 국악제 전국대회’가 시작됐다. 특히 이날 광주향교 유림회관 2층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마추어 소리꾼들의 장기자랑 무대가 열려 국악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평소 판소리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직접 소리 한번 해보겠다며 모였다. 85명의 참가자들은 임방울 선생이 즐겨 불렀던 ‘쑥대머리’를 비롯해 ‘호남가’, ‘추억’ 등을 부르며 저마다 기량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의 사연도 가지가지. 예순이 넘어 국악을 시작한 늦깎이 국악 신동 양동용(62·서울시 중구)씨. 그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서울에서 광주를 찾았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그를 만났다.

“소리를 시작한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명창 임방울 선생 국악제가 열린다고 해서 참가에 의의를 두고 참여했습니다.”

양씨는 “좋은 우리 소리를 좀 더 일찍 배울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생긴다”며 “늦게 시작한 만큼 열심히 소리를 배워 나가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신예의 노력하는 모습이 심사위원들 눈에도 비췄던걸까. 양씨는 처녀 출전인 이번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찾아온 참가자도 있었다. 옥승호(69·전북 전주)씨는 “소시적 잠깐 배웠던 소리를 정년을 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서 나 자신의 실력점검차 참여하게 됐다”며 “점차 우리 소리가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광주에서 이런 큰 행사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이 국악계의 큰 힘이 되는 것 같아 소리를 배우는 이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구순을 바라보는 최고령 참가자도 눈길을 끌었다. 쪽진머리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석예(86·광주 북구 일곡동)할머니는 “나이 90이 되기 전에 좋아하는 소리 한 번 더 해볼라고 나왔어. 어떤가? 들을 만 하던가”라고 되물으며 우리 소리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전문 소리꾼이 아니어도 좋다. 이날 장기자랑 무대는 우리 소리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한마당 잔치였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 이날 장기자랑에서는 국악의 재미와 여유를 맛볼 수 있었다.

국창 임방울 선생의 찬연한 예술혼을 기리고 신진 국악인을 발굴하기 위한 제24회 임방울 국악제는 23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24일과 25일 학생부와 일반부 판소리와 기악, 무용, 농악 등 분야별 예·본선을 거쳐 26일 결선대회에서 대통령상인 판소리 명창 등 부문별 수상자가 결정된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