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 80% 거주…이젠 갈등 딛고 소통의 공간으로

아이들 대부분 ‘아파트가 고향…공동체 문화 정착 시급

모두가 ‘이웃 사촌’ 문화 …정겹고 포근한 주거공간으로

아파트공동체는 인성 회복·풀뿌리자치 구현에도 도움
 

광주광역시 시민 77%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광주공동체를 위해선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가 중요하다. 남도일보는 갈등 대신 소통이 넘치는 ‘이웃 사촌’같은 아파트 공동체 문화정착을 위해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광주광역시지부와 공동기획으로‘아파트 문화혁명으로 살맛나는 빛고을 공동체를…’를 본면에 연재한다. /남성진 기자 nam@namdonews.com
광주 서구 쌍촌동 일대 우미모아제일, 호반리젠시빌 아파트 주민들은‘두럭’공동체를 운영한다. 두럭공동체에서 전래놀이 학교 ‘얼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광주 서구 쌍촌동 일대 우미모아제일, 호반리젠시빌 아파트 주민들의 청소년 진로 콘서트 모습.
광주광 서구 쌍촌동 일대 우미모아제일, 호반리젠시빌 아파트 주민들의 ‘엄마가 만드는 인형극’ 모습.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우성2차 아파트는 초등생을 대상으로 ‘내가 먼저 인사하기’포상제(명랑상·예절상·성실상)를 실시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 송보 7차 아파트 주민들이 정이 넘치는 공동체 문화를 실천하기 위해 ‘내가 먼저 인사하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모습.

 

 

광주 서구 화정동 우성2차 아파트는 ‘소나기(소통·나눔·기쁨)아파트’로 불린다. 주민들과 경비원들이 함께 아파트 단지내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

<프롤로그>

‘이웃사촌’.

서로 이웃에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가까운 이웃을 말한다. 박완서는 자신의 소설 ‘살아 있는 날의 시작’에서 “…이웃사촌이라고 급할 때는 떨어져 사는 딸보다는 한지붕 밑에 사는 그 사람들이 더 의지가 되실 거 아녀요?…”라며 이웃사촌을 살뜰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이웃사촌이란 말을 쓰기 어색한 사회가 됐다. 우리의 거주형태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회색빛 벽이 사람의 마음에도 벽을 세웠기 때문이다. 층간 소음이 말해주듯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는 것조차 불편해할 정도다. 이웃을 잊어버리게 했고, 우리 사회의 미덕인 신뢰와 협동, 배려가 넘치는 마을공동체를 잃었다.

현대 도시사회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잡은 아파트. 공동주택이라 불리는 아파트는 단독주택과는 달리 주차장, 화단, 정화조 등 제반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기에 주민들간 의논해야 할 문제가 많으며 그에 맞는 주거예절 등이 필요한 주거형태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무관심과 폐쇄적인 주거생활은 개인 또는 가족단위의 이기주의를 만연시켜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매우 삭막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문을 연 광주분쟁해결센터에 접수된 생활민원 중 90% 이상이 아파트 갈등으로 나타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개됐던 공동체문화 조성 노력이 광주·전남지역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면서 삭막하게만 느껴졌던 회색 주거공간에 무지개 빛 꿈을 던져주고 있다.

◇회색빛 단절 대신 소통의 무지개 빛=광주 서구 화정동 우성2차 아파트는 ‘소나기(소통·나눔·기쁨)아파트’로 불린다. 입주 28년째인 이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소통·나눔·기쁨을 의미하는 ‘소나기’프로젝트를 실시 주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입주민과 관리사무소가 ‘살기좋은 아파트 공동체’를 위해 ▲내가 먼저인사하기 포상제(어린이 대상) ▲층간 소음 줄이기 운동 ▲행정 도움 사랑방 ▲주민 분실문 센터 ▲생활공구 대여 등 5가지 분야별 계획을 수립, 시행하며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 광양읍 송보 7차 아파트는 올해 4월 주민 약 4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마로산성 둘레길 한마음 가족 걷기대회’를 통해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확립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드는 계기를 다졌다. 임차인 대표회의(회장 허형채)가 입주민의 건강증진 및 마을 공동체 실현과 화합을 위해 올해 2회째 개최한 걷기대회는 이웃간에 정이 넘치는 살기 좋은 아파트 문화가 정착과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

이 아파트들의 공통점은 입주자대표회의 및 부녀회, 경로당 등의 주민자치기구를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주거환경 개선 및 주민복지와 화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각종 사업때마다 서로 협력하는가 하면 입주민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역사회 곳곳에서는 아파트 주거문화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이웃과의 소통 단절’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신 공동체’라고 부르는 이런 노력은 아파트 입주민 사이 뿐만 아니라 아파트단지 이웃 주민들과도 공동의 장을 만드는 하나의 소리없는 사회 운동이 되고 있다.

◇행정당국도 아파트 공동체 적극 지원=행정당국도 공모 사업 등을 통해 아파트 공동체 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는 행정조직에 아파트공동체팀(주민자치과)을 운영하며 ‘광산형 아파트공동체 운동’을 적극 추진중이다. 최근에는 ‘배려와 존중의 아파트 공동체 문화 조성’을 주제로 광주 무역회관에서 경비근로자, 청소근로자, 입주민 등 아파트 구성원 1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워크숍을 열었다.

광주광역시는 민선 6기 들어 광주정신의 기치를 담은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전 자치구로 확산하고 있다. 마을공동체를 광주발전의 핵심 과제로 설정해 행정조직에 참여혁신단을 신설했는가 하면 마을공동체 지원사업비를 2014년 10억원에서 2015년 37억, 2016년 69억까지 늘렸다. 또 광주시 교육청, 자치구가 협업해 마을과 학교가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23개 마을교육공동체를 지원하고 있다

주민과 행정당국의 공동체 활성화 노력은 아파트 건설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주민들이 서로 음식을 나눠먹고 함께 어울리던 이웃 간 ‘골목 문화’가 도입되고 있는 것.

사실 아파트 공동체 문화는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 구현에 필요한 조건이다. 대한민국 5천만 인구 가운데 92%가 도시에 몰려 산다. 그리고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산다. 이른바 ‘아파트 공화국’이다. 광주에서는 아파트 거주자가 77%를 넘어섰다. 세대수는 전국 평균 62%보다 높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2015년 총인구 조사). 재건축과 재개발, 주상복합단지 등으로 아파트 거주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아파트 공동체 없이 지역사회 공동체,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건 모순이라는 걸 말해준다. 즉 아파트 공동체가 곧 지역사회 공동체이고, 아파트 자치가 성공해야 우리사회의 풀뿌리 민주주의도 발전한다는 의미다.

◇‘어른들 고향’같은 주거공간

공병철 광주 광산구 운남동주민자치회장은 ‘도시 아파트 공동체’를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꼽았다. 예전의 마을 단위와 비교해 공간 거리가 훨씬 줄었지만 이웃 간 소통의 단절은 되레 심화되고 있어 아파트야 말로 ‘지역공동체’와 ‘주민자치’의 핵심이라는 것.

공 회장은 “광주의 아파트 거주자가 80%에 이르는 상황에서 아파트에 기반을 둔 도시공동체는 물론 주민자치까지 점검해야 한다”며 “이미 주거권 확보 운동, 자치관리운동, 생활문화운동 등 여러 아파트 공동체 문화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만큼 이러한 공동체 움직임을 지역사회 전체와 연결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 회장은 “아파트 공동체 운동은 아파트가 고향인 아이들에게 ‘어른들 고향’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정을 느껴질 수 있도록 ‘이웃 사촌’ 만들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추진방향과 지향점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가 이웃간에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살맛나는 공동체 주거공간이 되기 무엇보다 ▲공동체 의식 함양과 입주자대표회의 역할 강화 ▲투명한 사업 추진 및 회계 ▲비지니스 모델 개발 ▲아파트자치관리규약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재용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광주지부장은 “아파트에 입주했다고 해서 편안한 주거생활이 마냥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 이웃간에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주거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남도일보는 아파트 공동체 문화 확산을 통한 인정넘치는 지역공동체와 성숙한 풀뿌리 주민 자치를 위해 ‘아파트 문화혁명으로 살 맛나는 빛고을 공동체를…’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광주광역시지부와 공동기획해 본면에 연재한다. 남도일보는 이 보도를 통해 아파트 공동체 운동의 모범적 사례를 소개하고 전문가와 주민, 행정당국 등의 목소리를 담아 더불어 사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 정착 및 주민자치 발전 방향을 제시할 방침이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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