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조정 절차 시행…실효성엔 의문

전문적인 검토 받아 짧은 기간·적은 비용 조정 절차

사망·중상해로 제한 엄격…피해자 억울 해결 ‘글쎄’

전공의 부담 가중 중환자 기피 우려…대책 마련 전무

환자 사망, 장애 등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분쟁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도록 한 이른바 ‘신해철법’이 30일부터 시행됐지만 실효성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다.

의료과실의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금고이상을 선고 받더라도 의사면허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가장 많이 접하는 전공의가 이 법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의사들 또한 중환자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앞으로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병원 측의 동의가 없어도 의료사고 분쟁 조정 절차가 시작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명 ‘신해철법’이 시행된다.

의료사고로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자폐성·정신장애 제외) 등의 중대한 피해를 본 경우 의료기관의 동의 없이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분쟁 조정 절차를 시작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료 소송은 환자 측이 승리하기가 어려워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자주 비유된다. 전문가인 의료진의 과실을 일반인 환자 측이 밝혀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소송에 걸리는 시간도 일반 소송보다 훨씬 걸리고 환자 쪽이 승소하는 비율도 매우 낮다.

이번에 마련된 분쟁조정제도를 이용하면 전문적인 위원들의 검토를 받아 최대 수개월 내에 훨씬 적은 비용으로 조정 절차를 마칠 수 있다. 조정의 효력은 법원의 판결과 같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의료분쟁의 자동 개시 요건이 ‘사망’, ‘중상해’ 등으로 너무 엄격해 법 시행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의료분쟁 조정만으로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을지 사실 의문이기 때문이다.

의료인에 대한 처벌 수준이 피해자나 국민 정서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의료관련 형사소송에서 약 80%가 무혐의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분쟁의 경우 의료의 특수성으로 인해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신해철씨 집도의 K원장의 경우도 법원이 1심에서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업무상과실치사’로 판단해 의사 자격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기관이 의료사고에 대한 조사 거부·방해에 따른 처벌도 감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사거부·방해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1천만원 이하 과태료’, 출석·소명요구 불응시 부과하던 과태료 조항은 아예 삭제한 것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자율적 조정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법의 취지를 감안해 벌금과 과태료를 낮췄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의료계의 의견만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경우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소송을 통하라고 하지만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 금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법의 요건을 피하기 위해서 환자를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조선대학교병원 이상홍 병원장은 “법 취지는 매우 좋다. 하지만 소송이든 조정이든 분쟁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져 앞으로 다툼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의 지원책은 사실상 전무하면서 병원 등 의료계에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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