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살다 살다 이런 가뭄은 처음…하늘만 쳐다봐”

모내기 마친 논바닥 거북등처럼 ‘쩍쩍’갈라져

이웃주민이 저장한 물까지 몰래 끌어가 ‘물 전쟁’

농민들 “지하수도 안 나와 논·밭 갈아엎을 수밖에”
 

극심한 가뭄으로 전남 지역 곳곳에서 모내기를 포기하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후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전남 무안군 운남면 구일간척지 논 모습.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살다 살다 이런 최악의 가뭄은 처음이에요. 저수지 수리한다고 물도 다 빼버려서 그저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없네요”

30일 오후 찾은 전남 무안군 운남면 구일간척지. 한창 모내기철인 논바닥은 거북 등처럼 쩍쩍 갈라졌고, 곳곳에서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논 한쪽 옆에는 미처 심지 못하고 말라비틀어져버린 모판이 널려 있었다.

이미 모내기를 끝마친 155㏊의 논 역시 메말라 모는 잔디를 연상케 했다. 모내기 후 물 부족으로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뭄으로 토양의 염분 농도가 높아져 모 끝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무안군 운남면 동암리에서 벼농사 등을 짓는 임채권(64)씨는 “이런 최악의 가뭄은 농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며 “간척지에 심은 모는 가뭄으로 염분이 많아져 모가 모조리 타버려 전부 갈아엎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 씨는 또 “최근 심은 콩·깨 밭에 물을 대야 하는데 극심한 가뭄으로 지하수 물도 안나오고 인근 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어렵게 물을 퍼올려도 비가 오지 않으면 다 망쳐버리고 만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가뭄 피해가 심각한 전남 무안군 운남면 구일간척지 모습.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극심한 가뭄은 농민들 간 물 쟁탈전까지 야기시켰다.

무안군 운남면 신기마을 주민들은 가뭄이 오기 전 밭농사에 사용할 물을 물탱크에 미리 저장시켜놨지만 지난 29일 새벽 누군가 물탱크에 저장된 물을 전부 빼갔다.

신기마을 이장 오이택(66)씨는 “구일간척지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 일부가 우리 마을 물탱크 물을 전부 끌어가 버렸다. 농사를 짓기 위해 애써 모아둔 물이 하룻밤 새 모조리 사라졌다”며 “구일간척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양곡저수지가 올해 초 저수지 제방 수리로 한동안 물을 받지 못하면서 물 전쟁까지 발생하고 있다” 고 토로했다.

가뭄으로 인한 애타는 농심은 전남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진군 성전면(62㏊), 신안군 자은도(35㏊), 보성군 웅치면(6㏊) 등에서도 가뭄으로 논바닥이 갈라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해남군은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어 황산, 문내, 화원의 농어촌공사 양수장을 가동해 문내면 신흥, 예락지구 14ha 등 53개소 저수지 물 채우기를 실시했다. 진도군의 저수지 저수율은 지난해 81%에 비해 올해는 55% 수준인 실정이다.

가뭄 확산에 전남도와 산하 시·군은 지난 22일부터 해갈까지 농작물 가뭄대책 상황실 운영에 들어갔다. 지자체들은 관정개발과 다단계 양수, 하천 바닥을 파내는 하상 굴착, 웅덩이 설치 등 농업용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도는 용수개발 사업비 100억 원 지원을 정부에 건의하고, 가뭄대책 사업비 50억 원을 긴급 배정했다.

무안군 관계자는 “가뭄 극복을 위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등 농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하다고 있다”며 “가뭄 피해 지역을 신속하게 파악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무안/정태성 기자 cts@namdonews.com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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