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신고 2274건→3818건···10년새 68% 증가
노인학대 85% 가정서 발생···가해자 36% '아들'
요양원 등 보호기관 학대도 심각···돈벌이 수단된 노인
학대 당해도 갈 곳 없어 다시 집으로…학대 재발 위험↑
전문가 "보호 쉼터 확충 및 안전망 강화 시급"

 

 #1. 광주에 사는 서모(48)씨는 어머니 A(68)씨에게 상습적으로 욕설을 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12년 넘게 무직이었던 서씨는 "채팅으로 만난 여성의 빚을 갚아줘야 한다"며 어머니에게 1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서씨는 어머니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죽이겠다"며 흉기를 휘두르며 협박하고 라이터로 주방에 있는 종이박스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심지어 설거지하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돈을 달라"며 뒤에서 목을 조르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서씨는 특수존속폭행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 목사 백모(66)씨는 지난 2014년 10월 충북 영동에서 요양원을 운영했다. 그는 요양시설 노인들을 쇠사슬로 묶어 감금하고 폭행까지 했다. 백씨는 알코올성 치매가 있는 입소노인이 동료 입소자와 다퉜다는 이유로 쇠사슬로 묶은 뒤 침대에 매달아 두고 7일 동안 감금했다.  퇴소를 요구하거나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노인들도 백씨의 폭행을 피할 수 없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매맞는 노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15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노인 학대 발생 건수가 2006년 2274건에서 2015년 3818건으로 10년 사이 68%가 증가했다.

노인학대의 약 85%가 가정에서 발생하며 학대를 가한 사람의 70%는 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학대 가해자는 아들이 36.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배우자(15.4%), 딸(10.7%), 며느리(4.3%) 순이었다.

 노인학대의 유형은 위협이나 모욕을 가하는 정서적 학대가 37.6%로 가장 많았고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신체적 학대도 24.7%에 달했다. 또 노인을 방치하는 방임이 17%, 경제적 지원을 외면하는 경제적 학대가 9%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피해 노인들이 학대를 가정사로 여기거나 자식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경찰이나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참거나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학대 정도가 지나쳐 주위사람의 신고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게 되더라도 부모의 간곡한 선처 부탁에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대구에서 돈을 주지 않는다고 주먹을 휘두른 아들 임모(47)씨가 70대 노모의 간곡한 호소로 실형을 면했다. 술에 취한 임씨가 노모가 운영하는 식당에 찾아가 "돈을 주지 않으면 죽이겠다"며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해 재판에 넘겨졌으나 노모는 법정에 출석해 "아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이다. 법원은 노모의 선처 요청을 참작해 임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요양원 등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발생하는 노인 학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자식들이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부모를 직접 돌보기 어렵게 되면서 시설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시설은 몸이 성치 않은 노인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겨 방임, 폭행 등 학대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요양시설 내 학대 건수는 2006년 33건에서 2015년 206건으로 10년 사이 6배 이상 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 포천의 한 요양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들 수 있다. 사회복지사 김모(48)씨가 2012년 11월부터 무려 8개월 간 치매 노인 B(62·여)씨를 매주 한 두 차례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세간의 분노를 샀다.

 그는 B씨가 치료 목적으로 항생제를 맞아 거동하기 힘든 상태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 가족이 없는 B씨가 요양원에 쫓겨날까봐 신고를 하지 못하는 점도 이용했다. 뒤늦게 병원 여직원의 신고로 김씨는 경찰에 붙잡혔으나 "서로 좋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처럼 노인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노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노인학대가 발생한 요양원이나 병원 등은 해당 사실을 3년 간 인터넷에 공표해야 하고 학대 가해자는 신원 조회를 통해 최대 10년 간 노인 관련 시설에 취업할 수 없다.

 또 올해부터 매년 6월15일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해 첫 회를 맞이한다. 경찰도 6월 한 달 간 노인 학대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면서 피해 노인들의 사후관리와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 학대 피해가 매년 늘어나는 상황임에도 피해 노인을 위한 보호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은 총 29개소이며 이중 학대 피해 노인들을 위한 쉼터는 16곳이다. 상담원은 기관 당 8명에 불과하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한국노인상담센터장)는 "피해 노인들은 쉼터에서 평균 2~3개월 밖에 머물지 못한다. 쉼터를 나오게 되면 다시 학대를 받았던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즉 학대 재발 위험이 굉장히 높다. 쉼터 확충과 노인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가족 간의 노인학대 주요 원인은 부양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이라며 "노인일자리 확충 등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부양시스템이 마련되면 학대 발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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