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1위 불명예 이제 그만>

<하>대책은

유가족들 ‘고위험군’ 노출…관심·지원 높여야

스트레스와 편견 등 이중고…일반인보다 자살시도 3.5배↑

“정부, 예산증액 등 적극 지원 필요…예방센터 전국 확산도”

자살 유가족 A씨는 남편의 자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게 두려워 이사를 했다. 사춘기이던 자녀는 전학을 하면서 또래관계에 어려움이 생겼다. A씨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 죄책감 등 감정적 혼란 등을 겪으면서 자녀들에게 화풀이도 하게돼 갈등도 심해졌다. A씨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자살유가족 대부분은 외상 후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허망함, 배신감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 우울증을 비롯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자살자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주변에 알리기도 힘들어 마음 놓고 애도 할 수도 없고, 주위의 시선과 편견 또한 큰 부담이다. 자살 유가족들은 또 다른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되는 셈이다.

통계에 의하면 1명의 자살사망자에 대해 혈연관계상 최소 6명의 유가족 발생한다. 이 통계로 볼 때 최근 9년간 광주의 자살유가족은 2만명(자살 사망자수 3천57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자살 유가족의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은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자살 사고는 1.6배, 자살 계획 2.9배, 자살시도 3.5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자살률 1위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살 유가족에 지원을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 자살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자살예방 관련 예산 현황’을 발표하고 내년도 자살예방 예산은 자살고위험군 집중관리사업 4억1천만원, 자살예방 실태조사 2억원, 중앙자살예방센터 예산 1천만원이 추가돼 총 105억5천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예산은 지난해 비해 6억여원만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도 인상률(16.1%·14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OECD 국가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자살의 심각성을 알고 예방사업에 ‘매년’ 3천억∼8천억원 가량을 투입한다. 올해는 7천508억원을 투입해 한국 99억3천만원보다 75배나 많다. 핀란드는 자살 예방을 위한 정신 보건 영역에만 1조1천억원 (2014년)이상을 쏟아붓는다. 미국도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 프로그램 예산만 1천억원에 달한다.

자살예방관련 한 전문가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전담부서를 만든다고 밝혔지만 내년도 예산을 보니 올해와 별반 다를 거 같지는 않다”면서 “지원은 곧 관심인데 현재와 같은 예산 지원으로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살예방센터를 전국 단위로 확산시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2년 정부 첫 시범사업으로 설립된 광주광역정신건강센터 부설 광주자살예방센터는 2011년 광주 인구 10만명당 자살률 26.5명에서 2020년까지 20.0명을 목표로 자살 없는 안전한 광주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주는 센터 설립 이후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 중 3년 연속 가장 낮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센터는 24시간 정신건강 및 자살위기 전화상담(1577-0199)과 경찰과 현장 출동의 핫라인 서비스를 운영해 지난해에만 총 8천여건의 상담, 이 중 자살 상담만 5천여건을 진행했다. 또 5개구 자치구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중독관리센터 등 유관기관 통합시스템 운영도 실시중이다. 센터는 2014년부터 바른 자살보도를 위한 언론인 대상 자살예방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자살사건이 신문 등의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 모방 자살이 증가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신일선 광주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오랫 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자살예방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소수 몇 명의 역할로 인식되어 지고 있어 많이 아쉽다”면서 “자살예방 및 생명사랑 활동은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먼저 살피고 우리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전문가의 도움을 빨리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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