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유상증자·중국공장 매각 순서 고심

유상증자 선행 시 박 회장 ‘알박기’ 우려

미루면 금호타이어 유동성 문제 부상

<속보>금호타이어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자구계획안의 두 축인 유상증자와 중국법인 지분 매각의 순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먼저 하면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지고, 중국법인 지분매각을 먼저 하면, 유동성 문제가 대두해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채권단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 측은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서 올해 말까지 유상증자를 해 자본을 보충하고 내년 3월 말까지 중국법인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지분이 하나도 없는 박 회장이 유상증자로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중국법인의 지분 매각에 소극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자구안대로 2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지분 20%를 확보해 사실상 금호타이어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경영진 해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지분 20%가 있는 박 회장을 해임하려면 채권단은 최소한 40%의 지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유상증자로 채권단의 지분은 기존 42%에서 33%로 떨어진다. 채권단이 다른 주주들을 설득해 표 대결을 벌일 수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알 수 없다.

박 회장의 유상증자를 허용하면 채권단으로서는 경영진 해임이라는 확실한 견제수단을 잃게 되는 셈이다. 유상증자를 중국 사업장을 정리한 후로 미룬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유동성 문제가 대두한다. 중국법인의 지분을 팔려면 실사 작업 등 기본적으로 밟아야 할 절차가 있어 자구안에 제시된 일정처럼 5∼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채권단이든 제3자든 외부의 ‘수혈’이 없으면 금호타이어는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박 회장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유상증자와 중국법인의 지분 매각에 실패하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먼저 하게 되면 결국 지분 ’알박기‘로 채권단이 박 회장에 끌려다니게 될 수 있다”며 “유상증자를 뒤로 미룬다면 유동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중국 사업장 정리의 실현 가능성도 채권단이 고심하는 부분이다. 중국 사업장이 진 빚이 금호타이어의 ‘약한 고리’다. 차입금은 현재 현지 외국계 은행에 3천160억원, 채권단에 4천억원 남았다. 자구안에 따르면 박 회장 측은 중국의 공장 3곳과 상하이 판매법인, 베트남 공장 등을 보유한 홍콩법인을 중국과 베트남으로 인적분할하고서 중국법인의 지분 일부를 3천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지분 매수자가 1천억원을 유상증자해 그 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내용도 자구안에 포함됐다. 매각과 유상증자가 마무리된 후 중국법인의 최종 지분구조는 매수자 70%, 금호타이어 30%가 된다. 채권단의 고민 지점은 이런 매각계획의 실현 가능성이다. 빚이 7천억원이나 되는 기업을 누가 3천억원에 사고서 또 1천억원을 유상증자할 것인가다.

박 회장 측은 자구안만 승인해주면 지분 매각을 위해 협의 중인 투자자들을 채권단에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채권단은 계획 자체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채권단은 다음 주 중반 주주협의회를 열어 금호타이어의 자구안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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